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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美國에서 본 한반도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0일(水)
주한미군 철수,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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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흥적으로 한·미훈련 중단을 결정해 동맹 위기를 자초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오른쪽) 미 대통령. UPI연합뉴스
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동맹 가치에 대한 트럼프 無知
한국의 자주파와 결합 가능성
주한미군 없이 평화 가능할까


싱가포르 미·북 회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6월 14일 자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미·북 회담의 진짜 헤드라인은 ‘미국이 한국과의 70년 된 동맹을 약화시키다”였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북한의 말 그대로 ‘도발적’이라고 부르면서 정작 한국과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중단하겠다고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세기의 담판’이라 불렸던 미·북 정상회담이 싱겁게 끝나면서 미국 내 관심은 북한 비핵화보다 한·미 동맹 관련 이슈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발언의 진의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한·미 관계의 미래가 걸려 있는 만큼 주의 깊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회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폭발력이 강한 다른 사안을 언급한 고도의 계산된 행동일 수 있다. 회담 직후 미국 언론의 초점이 그 결과 못지않게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의 축소·철수 발언에 맞춰졌고, 서울과 워싱턴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트럼프의 계산이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진 듯하다. 둘째, 군사훈련 중단이나 주한미군 축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소신으로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시점을 노려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것일 수 있다. 대선 중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지만, 그때는 동맹에 대한 무지의 소치 정도로 평가절하됐는데 대통령이 된 지금, 특히 북한과의 정상회담 직후에 나온 발언은 그 무게가 다르다. 실제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한·일 등 미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을 더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연합훈련을 ‘전쟁 게임”이라고 부른 것도 비용 대비 그 효과가 별로라는 그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고성 발언일 수 있다. 미국은 군사옵션을 거론하면서도 북한과 꾸준히 물밑접촉을 해왔는데 마치 한국의 중재 덕분에 미·북 회담이 가능했다는 식으로 비치는 것이 못마땅한 데다, 문 정부가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 싱가포르 남·북·미 3자 종전선언 등을 밀어붙인 것에 대해서도 탐탁지 않게 생각해왔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으로 이어지는 평화체제 논의 과정에서도 주한미군 지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한국이 철수를 요청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각각 원하는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위해 한·미 동맹을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 비핵화 실현을 위해 중국과 빅딜을 해야 하며 주한미군 철수가 중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협상 중에는 한·미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19일 공식 발표됐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미 인질 석방 등 ‘성의 표시’를 한 데 대한 보답으로 북한이 원했던 훈련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진보 진영에서는 주한미군은 미국의 필요에 의한 주둔인 만큼 먼저 철수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미국 제국주의론’에, 반대로 보수 진영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는 절대 안 된다는 ‘주한미군 지상주의’에 매몰돼 왔다. 양쪽 모두 지금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잘못된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의미의 동맹주의자가 아니다. 언제든 주한미군의 축소나 철수를 강행할 수 있다. 특히 북한 비핵화나 대북 체제 보장에 필요하다면 주한미군 축소·철수 카드를 쓸 수 있으므로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미·북 회담 취소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발표와 같은 중요한 사안을 동맹국인 한국과 사전 논의 없이 발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렇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의 첫 라운드가 끝나고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되면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다. 주한미군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새 평화체제 속에서의 한·미 동맹, 특히 주한미군의 지위는 당사자뿐 아니라 북한, 중국, 일본 등 주변국 모두 가장 큰 관심을 갖는 문제다. 미국에서는 동맹의 가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와, 한국 진보 정부 내 자주파의 목소리가 맞물려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미군 없는 한반도에 한국인이 바라는 평화가 깃들 것인가? 팍스 아메리카보다 팍스 시니카에 속하는 것이 더 나은 안보를 보장할 것인가?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는 진보·보수 어느 한쪽이 담보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근본적 물음에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고민과 치열한 토론을 할 때가 됐다. 문 정부 역시 열린 마음으로 보수를 포용하고 미국과 허심탄회한 논의를 할 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페달은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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