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일당 독주’ 지방의회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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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전국부장

더불어민주당 압승, 자유한국당 ‘폭망’으로 기록된 6·13 지방선거는 내부적으로 보면 시의원 등 지방의원 출신이 대거 약진한 선거다. 서울 25개 구청 가운데 구청장이 바뀐 13곳 중 7곳에서 현역 시의원이 당선됐다. 기존 4명의 시의원 출신 구청장까지 포함하면 25개 구청장 중 44%인 11명이 시의원 출신이다. 부산도 16곳 구청장 가운데 7명이 시의원이나 구의원 출신이고, 인천은 10곳 중 4곳, 대전은 5곳 가운데 3곳에서 시의원이나 구의원이 구청장으로 뽑혔다. 지방 의회가 법조계와 관계, 학계, 시민단체 등과 더불어 정치인 주요 공급 및 성장 통로로 떠올랐다. 20대 국회에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국회의원이 30명에 달할 정도로, 밑바닥 지방의원에서 출발해 지자체장을 거쳐 중앙 정치로 진출하는 정치인이 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방의회를 사실상 독식했다. 시의원 총수가 110명인 서울시 의회는 민주당 102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각 1명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당은 교섭단체 구성 요건(10명)도 못 갖춰 11개 상임위원장은 물론 여야가 나눠 갖던 의회 부의장도 가질 수 없게 됐다. 12년 전인 2006년(민선 4기) 지방선거 때 106석 중 102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은 의회 의장과 부의장 2명, 11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할 수 있다. 한국당이 선전한 대구와 경북, 경남을 제외한 14개 광역의회 사정도 비슷하다.

정치는 견제와 경쟁이 없으면 후퇴하고 민주주의는 역진화한다. 일당이 독식한 의회는 부패하기 쉽다. 더욱이 민주당이 다수당인 광역지자체 중 제주를 제외한 14곳의 광역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지방행정과 의회 권한을 장악한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인사, 인허가, 규제, 예산 편성·집행, 조례 제·개정 등 무소불위의 지방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균형의 틀이 깨진 이번 지방의회가 나쁜 정치를 배우고 익히는 학습장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일당이 독식한 지방의회가 협치를 하기 위해서는 다수당의 배려와 절제, 소수당의 승복과 타협의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한국당의 참회를 잊어서는 안 된다. 민선 4기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개 중 15개를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고, 2007년 대통령 선거와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한나라당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것을 민주당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국당은 소수당의 구태의연한 몽니를 버리고, 패자로서 승복하고 타협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종종 바른길로 가지 않을 때가 있지만, 정치는 최악의 상황에서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민선 7기 지방의회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도 하지 못하는 협치 실현이라는 시대적 책무를 부여받았다. 새로운 정치인 수혈 통로가 된 지방의회로서 그 임무는 더 막중하다. 이참에 지방 광역의회의 일당 독식을 막기 위해 지역구(737명)의 8.5분의 1 수준인 비례대표(87명)를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도 이뤄졌으면 한다. 서울에서 정당 득표율 50.9%를 얻은 민주당이 시의원 92.7%를 차지하는 것은 문제다.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