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창업 육성 이끈다>스타트업 134곳에 보금자리 제공… ‘창업자 꿈, 나래를 펴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로에 위치한 아산나눔재단 창업지원센터 마루 180에 입주한 스타트업 직원들이 서비스 개선 방안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⑥ 현대중공업 연계 아산나눔재단 창업지원 사업

엄정한 심사거쳐 현재 9곳 입주
他 스타트업과 사업연계 효과도

재능 기부 온라인플랫폼 ‘탈잉’
수요자 위주의 1:1 교육 인기

반려견 돌봄중개 ‘도그메이트’
회원 2000명…돌봄 6000여건

20일 찾은 서울 강남구 역삼로 180 ‘마루 180’은 소박하고 풋풋한 느낌을 주는 건물이었다.

완공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최신식 건물이지만 지하 1층·지하 5층의 아담한 크기, 꾸밈이 덜한 건물 형태, 벽돌식 외벽 등은 입주자나 방문자에게 편안한 느낌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었다. 마치 도심 속의 대학 캠퍼스 같다고 해야 하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루 180 건물 전경.

현대중공업과 관계가 깊은 아산나눔재단은 이 건물 전체를 창업지원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9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일반 회사 사무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유롭고 개방적인 기운이 온 건물을 감싸고 있었다.

‘탈잉’은 마루 180이 자랑하는 대표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다. 탈잉 회사명은 탈출잉여시간의 약자라고 한다. 사용자 간 재능기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다. 재능 보유자(탈잉에선 튜터라고 한다)와 재능교육 희망자를 탈잉 플랫폼을 통해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재능 보유자는 4회 기준으로 15만 원의 수강료를 받고 교육을 해준다. 탈잉은 거래 금액의 10%를 수수료로 챙긴다. 탈잉의 김윤환 대표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휴학 중이다. 처음에는 교내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용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휴학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탈잉은 차별화된 지식을 제공한다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가령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선 컴퓨터학원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학원 특성상 공급자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만족도가 떨어질 여지가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도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배우고 싶을 수 있고 사정상 배우는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고 싶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탈잉에선 원칙적으로 일대일 교육이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수준과 방식에 따라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소맥 잘 만드는 법, 남자 화장술, 옷 코디, 주식 투자 방법, 게임 잘하는 법, 헬스 등 생활 속에서 필요한 부분이 많지만 배우기 애매하고, 또 누구에게 배워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이른바 ‘잡스러운’ 재능 거래가 왕성히 이뤄지고 있다”며 “사업을 하면서 의외로 이러한 수요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4500개의 재능기부 내용이 올라와 있고 20만 명의 회원을 확보 중이다.

김 대표는 신촌 부근에서 사무실을 얻어 사업을 하다가 지난달 마루 180에 입주했다고 한다. 그는 “운영 비용이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저렴한 데다 아산나눔재단에서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해 유익하다”며 “마루 180에 입주했거나 현재 입주하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 벤처캐피털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돼 사업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견 돌봄 중개 플랫폼 ‘도그메이트’는 이하영·정나래 부부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다른 벤처기업에서 직원으로 있었던 이들은 생활 속에서 반려견을 맡기는 데 불편함을 느꼈다. 가족여행을 떠나는 등 집을 비울 때 반려견을 맡기는 것이 마땅치 않았는데 아예 이를 활용해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반려견을 맡길 때 주로 동물병원이나 애견호텔 등을 이용했는데 이들 기관에선 여러 마리의 반려견을 관리하다 보니 서비스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펫시터를 잘 연결해 주면 양자 모두 만족할 수 있다고 판단해 도그메이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도그메이트를 이용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현재 회원은 2000여 명이고 돌봄 횟수는 6000여 건이다. 반려견을 펫시터 집에 맡길 수도 있고 펫시터를 집으로 불러 반려견을 돌보게 할 수도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큰 사고는 없었다고 한다. 도그메이트는 관리의 안정성을 위해 펫시터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그리고 반려견을 돌보면서 정기적으로 반려견 사진을 올리도록 한다. 그래야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시장은 작지만 도그메이트는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벌써 4개의 기업 또는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마루180은 건물 완공과 함께 2014년 문을 열었다. 스타트업 사무 공간 외에 카페, 이벤트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루180에는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등도 함께 입주해 있다. 아산나눔재단은 선발 심사를 통해 입주 스타트업을 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마루 180을 거쳐 간 스타트업만 총 134개에 이른다.

이혁희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 팀장은 “마루180 운영은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 팀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이 밖에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개최, 정주영 엔젤투자기금 운영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며 “마루 180 입주 스타트업에 대해선 직원 1인당 10만 원 등 실비만 받고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산나눔재단은 2011년 10월 20일 고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2000억 원을 출연하고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한 범현대가 기업들이 동참해 총 6000억 원 규모로 설립된 공익재단이다. 출연금 일부를 주식으로 받아 현재 현대중공업지주 등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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