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수사권 조정안 발표>‘警 수사 - 檢 기소’ 권한 분리… “경찰권력 비대화” 우려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가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모든 사건 檢지휘없이
자체적 수사 종결 가능해져
檢영장거부 이의제기할수도

檢警 상호협력 관계 대전환
‘정치적 중립장치’ 없어 우려
“경찰 수사능력 의문” 주장도

문재인 정부가 21일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따르면, 사정권력 체계의 일대 격변이 일어난다. 경찰의 힘이 대폭 커지는 만큼 검찰은 쪼그라드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많다. 심각한 경찰권력의 비대화가 우려될 정도다. 특히 조정안이 시행되면 일부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건은 지금과 달리 경찰의 조사만으로 사법 처리 여부가 결정된다. 검찰은 기소권을 통해 공소 유지 등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정부는 그동안 상하·수직관계였던 검경 체계를 ‘상호협력 관계’로 정상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 권력 비대화 = 1차적 수사권과 1차적 수사종결권을 경찰이 갖게 되는 상황은 일반인의 일상생활에도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에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경찰은 수사한 사건의 기록을 모두 검찰에 보내 기소·불기소 여부는 물론 주요 피의자 조사에 대해서도 지휘를 받아야 했다. 또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가짐에 따라 기존에 행해지던 검찰의 직접 수사 역시 제한된다. 검찰은 경찰의 비리사건,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5대 특수사건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권을 갖게 됐다. 더불어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가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이 부당하게 영장을 반려한다”는 경찰의 불만을 합의문에 반영한 셈이다. 영장심의위원회는 중립적 외부 인사로 구성되며 경찰은 심의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꾼다는 취지다. 그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며 막강한 권력을 누려 왔으나 수사권 조정을 통해 양측의 권력 균형을 맞춘다는 뜻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담화문을 통해 “정부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설정했다”면서 “정부는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 팽배 = 균형추가 과도하게 경찰 쪽으로 옮겼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다수의 견제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과연 수사 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이 자체 수사를 통해 사건을 덮어버릴 경우 ‘암장 사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고소인·고발인·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사법경찰관으로부터 불송치 통지를 받은 때에는 경찰관서의 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견제장치를 넣었으나 피해자 등이 명확하지 않은 권력형 비리 사건의 경우 경찰이 눈을 감아버리면 손쓸 방법이 없어졌다. 실제 경찰은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여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사실을 파악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의혹을 받는다. 경찰은 범행 현장을 무방비 상태로 놔둬 증거인멸을 방치했고 핵심 물증인 관련자 휴대전화는 압수 수색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비리, 국회의원이나 장차관 등 힘 있는 자의 수사 무마 로비에 경찰이 무력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불송치하는 경우 불송치결정문, 사건기록등본을 검사에게 통지하고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으나 1차 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알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경찰의 수사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강도·강간 등 발생사건도 아니고 법리적인 세밀함이 필요한 고소·고발 사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