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적폐’ 칼 휘두르던 공정위… 되레 檢에 칼 맞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들의 취업 특혜 혐의를 포착한 검찰이 20일 세종시 다솜3로 공정위 기업집단국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기업집단국 압수수색 당혹
김상조 “다른局 자료만 받아”
전속고발권 氣싸움 해석도

검찰이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건 공정위의 일부 기업에 대한 ‘봐주기’ 행태가 불법에 해당된다고 판단돼서다. 아울러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대기업과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전·현직 간부들의 부정 취업을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가 한창인 시점에 검찰이 기선제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21일 사건의 파장을 우려해 급히 진화에 나섰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대기업을 겨냥해 만든 기업집단국이 압수수색 대상이 된 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1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업집단국이 압수수색 대상이었지만, 관련 내용은 이전 경쟁정책국이 조사했던 내용으로 신설된 기업집단국에 이관된 자료”라며 “결과가 나오면 겸허히 수용하고 검찰 수사와 별개로 공정위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한 점 등은 스스로 점검해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당분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검토에 집중할 방침이다. 확보한 자료가 방대해 조속히 검토한 후, 공정위 기업집단국 및 운영지원과·인사과 등 관련자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부영·신세계·네이버 등 30여 곳의 기업이 주식소유 현황 등을 공정위에 허위로 신고했고, 공정위가 이를 알면서도 고발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여기엔 국내 10대 기업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 등 공정위 전·현직 간부 10여 명이 한국공정경쟁연합회 등 유관기관에 불법적으로 취업했다는 의혹(공직자윤리법 위반)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특히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공정위 인사과에서 일부 퇴직 간부의 유관기관 취업을 도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공정위는 이날 “지 부위원장이 상임감사를 맡았던 중소기업중앙회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의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서 규정한 취업제한기관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전속고발제 폐지를 놓고 검찰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검찰은 기업의 담합에 대해선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한 전속고발권 제도가 대기업과 공정위 간 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본다. 입찰조작, 시장분할 등 경성카르텔(담합)의 경우에 전속고발권을 인정할지에 대해 검찰과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우·박민철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