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X파일>비디오 판독 VAR에도 ‘신의 손’은 있다?

판독 여부 결정은 심판 재량
반칙해도 적용 안하면 그만

포르투갈 - 모로코 경기중
핸드볼때 적용 안해 논란

비디오판독(VAR)이 2018 러시아월드컵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페널티킥이 벌써 10개나 나온 반면 퇴장은 1명에 그쳤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페널티킥이 13번, 퇴장은 10명이었다. 페널티킥이 증가하고 퇴장이 감소한 건 VAR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판은 속일 수 있어도 카메라는 속일 수 없다는 것. 심판이 놓치고 지나간 장면을 비디오보조심판이 영상을 통해 확인, 주심의 올바른 판단을 돕는다. 이로 인해 ‘신의 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잇따랐다. 1986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잉글랜드의 경기 도중 디에고 마라도나가 문전에서 골을 넣었다. 그런데 당시 잉글랜드 선수들은 공중에 뜬 볼을 마라도나가 헤딩하는 척하며 손으로 건드려 골을 넣었다고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20일 밤(한국시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포르투갈과 모로코의 조별리그에선 논란이 불거졌다. 포르투갈은 후반에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 두 차례 핸드볼을 범했지만, 심판이 모두 VAR를 활용하지 않으면서 페널티킥이 주어지지 않았다. 후반 18분에는 모로코가 올린 크로스가 포르투갈의 곤살로 게데스(발렌시아)의 팔에 맞고 튕겨 나왔고, 후반 35분에는 페페(베식타시)가 볼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공이 발과 팔에 차례로 맞았다.

모로코 선수들은 두 차례 모두 손을 들어 올리며 VAR 판독을 기대했지만 심판의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리플레이를 통해 페페의 핸드볼을 확인한 뒤 “지금 장면에서 VAR가 가동되지 않으면 왜 VAR가 있는 거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은 “세계적인 무대에서 (이런 반칙은) 무조건 페널티킥”이라며 “VAR를 어떤 팀에는 상당히 냉정하게 적용하고, 또 어떤 팀에는 관대하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장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게데스의 핸드볼 상황에서도 이 위원은 “똑같은 장면에서 한 장면만 선택하고 다른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감춘다면 VAR가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축구전문매체 스쿼카 역시 “VAR가 좋은 판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월드컵 VAR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VAR는 득점, 페널티킥, 퇴장, 제재 선수 확인 등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만 적용된다. 주심 스스로 중요한 판정을 놓쳤다고 판단하거나, VAR 전담심판의 확인 권고가 있을 경우 주심이 판독 여부를 결정한다. VAR 절차를 밟으면 대체로 반칙 여부를 정확하게 가릴 수 있지만, 판독할 것인지는 심판의 재량이다. 이 때문에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포르투갈-모로코의 경기 직후 SNS엔 “모로코가 최소 하나의 페널티킥을 얻을 만한 상황이 있었는데도 VAR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VAR를 작동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포르투갈이 전반 4분에 터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골로 1-0의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모로코 공격수 누룻딘 암라바트(레가네스)는 “VAR는 석연치 않은 장면과 판정에 모두 적용하지 않는다면 효과가 없는 장치”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14승 4무, 18경기 무패 행진을 펼치던 모로코(2패)는 이로써 탈락이 확정됐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