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서울도서전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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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이 주말까지 계속됩니다. 책이 가득한 전시관을 돌아보며 이곳에 몇 권의 책이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국내 출판사(단체) 234곳에, 주빈국 체코 등 32개국 91개사가 참가했으니…’하고 추산해보려다 포기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300여 곳에서 꼭 보여주고 싶은 책들을 모두 갖고 나왔다는 점입니다.

이 많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도서전에서만 볼 수 있는 책들’이었습니다. 먼저 ‘여름 첫 책’(사진)입니다. 도서전 기간에 나오는 책 10종을 정해 이 기간 동안은 도서전에서만 팔고 시중 판매는 그 뒤에 들어갑니다.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 이영도 작가의 신간 ‘오버 더 초이스’, 김탁환 작가의 ‘이토록 고고한 연예’ 등입니다. 북리뷰 톱 기사로 전한 ‘웬일이니! 피츠제럴드’도 도서전을 통해 처음 선보입니다. 소설가 조경란, 구병모 등 여성 작가 11명이 쓴 ‘리미티드 에디션-서점들’은 도서전 관람객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 상품입니다.

‘배우 장동건의 추천도서’도 서울도서전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올해 도서전 홍보대사인 장동건 씨는 모델료로 받은 돈으로 다시 책을 구입해 도서전에 한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원작 소설 ‘7년의 밤’과 김훈의 ‘칼의 노래’, 신경숙의 ‘깊은 슬픔’, 최재천 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A C 그레일링 런던대 철학과 교수의 ‘미덕과 악덕에 관한 철학 사전’,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 문학, 인문, 사회, 과학 등 짜임새 있는 목록입니다. 현장에서 책을 살펴보던 독자들은 “장동건 씨가 직접 골랐을까?”라고 궁금해하던데, 저도 궁금하긴 했습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의 바람은 도서전에서도 불고 있습니다. 개막 직전 급히 마련된 ‘평화’ 코너에선 북한 책 30여 권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림출판사는 2016년 출간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판매를 포기해 초판 1000부가 고스란히 남은 평양 사진집 ‘평양에서의 휴일’을 다시 들고 나왔고, 은행나무는 부스 한쪽에 작은 태극기와 성조기로 장식한 한·미 정상회담 코너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라이트 노벨(Light Novel)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라이트 노벨이야말로 도서전에서만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매년 열리는 ‘라이트 노벨 페스티벌’이 올해는 도서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사람들마다 느끼는 즐거움은 모두 다르겠지요. 개성 있는 출판사 부스를 돌아보는 것이나 200여 명의 작가가 벌이는 각종 행사도 즐거움입니다. 서울도서전에서 책이 주는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보시길, 자신만의 책을 발견하시길, 책과 함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