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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2일(金)
“궤멸 되고도 달라지지 않는 保守… 요즘 아주 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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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보수 정치권의 무능을 질타하며 보수 재건을 위한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박관용 前국회의장

大選 패배하고도 무능한 1년
왜 졌는지 진지한 반성도 없이
견제·대안제시 등 모두 실패
지방선거 ‘보수 참패’는 필연

그런데도 여전히 네탓 공방만
국민이 보기에 아주 역겨울것

권력이 견제받지 않으면 독선
야당이 잘못해 독재 만드는셈


“지금 우리는 전대미문의 보수 몰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완전히 궤멸됐습니다. 보수 진영이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실패하고도 반성과 성찰 없이 무능하게 1년을 보내 이렇게 됐습니다. 집안이 몰락해 버렸는데도 그 집안 사람은 그걸 절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무조건 북한을 욕하고, 진보를 욕하면 다 되는 걸로 착각해선 안 됩니다. 다 같이 어디 산에라도 들어가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왜 국민에게 버림받았는지 진지하게 토론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완승,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참패로 끝난 6·13 지방선거 결과는 6선 국회의원에 국회의장,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거친 정치권 원로 박관용(80) 전 국회의장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간 듯했다. 박 전 의장은 참패 자체보다는 지고도 달라지지 않는 야당의 행태에 더 분노했다. “요즘 아주 절망하고 있다”는 말이 그의 답답하고 복잡한 심사를 전해줬다. 보수를 재건하기 위한 길을 묻는 질문에 박 전 의장은 “낡은 무리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이제 비켜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박 전 의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그가 운영하는 마포포럼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6·13 지방선거에 대한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정당이 참패했는데요. 이 정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까.

“보수 진영의 패배는 예상했어요. 기본적으로 보수가 잘못하기도 했지만, 우리 정치가 10년 주기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보수에서 2번, 진보에서 2번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거죠. 그런데 아무리 이런 주기 변동이 있다 해도 이번 보수의 몰락은 상상을 뛰어넘는 현상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했다면 보수 진영이 그렇게 안 했겠죠. 보수 세력은 연거푸 몰락의 동기를 만들었어요. 우선 박근혜 정부의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있었고, 또 하나는 권력 쟁탈전에서 촛불집회를 통해 좌파 세력을 총동원한 진보의 전략에 졌어요. 그렇게 해서 진보 정권이 새롭게 탄생했는데, 정권을 빼앗긴 보수 야당이 제대로 된 견제 역할도 못 하고 싸우지도,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며 아주 무능하게 1년을 보내자 국민이 ‘보수는 안 되겠구나’ 해서 보수 세력을 불신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전대미문의 보수 몰락을 보게 된 겁니다. 완전히 궤멸됐습니다.”

보수 정치권이 조금만 노력했다면 궤멸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였다.

“보수의 궤멸에서 야권 분열이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홍준표(한국당 대선 후보)·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등 득표율을 다 합치면 46% 정도(정확하게는 45.4%)됩니다.(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득표율까지 합하면 52.2%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득표율은 42% 정도(정확하게는 41.1%)였어요. 당시 야권이 연립정부 수립을 고리로 후보를 단일화하지 않으면 결코 당선될 수 없다고 내가 홍준표·안철수 측 모두에게 얘기했습니다. 왜 스스로 망하는 길로 가느냐고. 그런데도 단일화를 못했어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보세요. 김문수(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나 안철수(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나 낙선될 걸 뻔히 알면서도 단일화하지 못했어요. 바보짓 한 거 아닌가요. 합의 보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는데도 공연히 자기 고집만 피우다 패배한 겁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니 국민이 ‘보수 세력에 정권을 맡기면 안 되겠다’고 결론 내린 겁니다.”

―야권이 통합하거나 후보 단일화를 했다면 이번 선거에서 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얘긴가요.

“과학적으로, 숫자로 그렇게 나타나잖아요.”

―안철수 표가 다 보수 표는 아니잖습니까.

“우리나라 이념 지향을 보면 진보가 30%, 보수가 30%, 중도가 40% 정도 됩니다. 보통 정치학자들이 이렇게 분류합니다. 중도 40%가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겁니다. 지난 대선이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자체가 분열되니, 보수의 30%는 더 쪼그라들고, 중도세력은 실망해 진보 쪽으로 간 겁니다.”

―대선 패배 후에도 야권이 무능하게 1년을 보냈다며 야권 분열을 지적했습니다. 그것 말고도 반성과 변화 노력이 없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옵니다.

“당연하죠. 선거에서 패했으면 왜 국민에게 외면당했는지, 왜 과거에 지지했던 세력이 떠났는지 분석하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보수는 지난 대선 때 실패하고도 전혀 그런 반성과 성찰이 없었습니다. 자기 성찰을 하지 않으면 그건 정당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돌아선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도 개발해야 하는데, 그냥 당권 유지에만 급급했던 겁니다. 뉘우침은 없이 계파 싸움만 하다 보니 국민이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홍 전 한국당 대표의 실패로 봐야 합니까, 아니면 한국당 전체의 실패로 봐야 합니까.

“정당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리더십입니다. 지도자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김영삼(YS)·김대중(DJ) 같은 지도자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아직 민주화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만큼 정당에서 지도자가 중요한데, 홍 전 대표는 지도자 역할을 안 하고 방기했어요. 그냥 자리에 앉아서 잡담이나 하고, 이상한 괴담이나 말하고…. 지도자답게 그 많은 국회의원을 이끌고 산이든 강이든 다 넘자고 투지를 살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안 했어요. 그러니 홍 전 대표는 국민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돼 버렸어요. ‘저 사람이 우리나라 장래를 이끌 사람’이라고 하면서 국민이 쳐다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한국당뿐 아니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참패했습니다. 지난 16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다당체제가 만들어졌는데, 이런 다당제의 실험이 실패했다고 봐야 할까요.

“다당제는 각 정당들이 각기 노선과 정책이 다를 때, 국민의 여러 의견을 독특하게 반영할 수 있을 때 존재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선 이념적 지향이나 정책 목표 면에서 다른 게 하나도 없는 정당들이 다당제를 얘기합니다. 자기 자리 보전, 국회의원 자리 보전을 위한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야당들이 지리멸렬한 거예요. 권력이 견제받지 않으면 교만과 독선으로 갑니다. 지금은 야당이 잘못해서 여당을 독선과 교만, 독재로 만들고 있는 과정입니다. 아주 잘못된 정치의 표본이죠.”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 등 PK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를 석권했고, 대구·경북 등 TK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6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 전 의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했다.

―문 대통령은 영남 지역 선거 결과를 두고 자신이 정치에 참여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하나를 이뤘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PK와 TK는 그동안 보수의 본산 또는 아성으로 여겨졌는데요. 이런 기존 질서에 큰 균열이 왔다고 봐도 될까요.

“표면상 나타난 것만 놓고 지역감정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그건 자기 생각일 뿐입니다. 지금 이 정도 현상을 갖고 보수색이 짙은 지방이 진보로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이 잘못하고 있으니 잘하라고 매질을 했다고 봐야 합니다. 진보 세력을 좋아하는 지역의 사람들도 진보가 잘못하면 더 많이 욕하고 꾸중할 겁니다. ‘내가 믿었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배신감을 느낄 겁니다. 정당들이 이런 분들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아보고 개선하려 노력하면 지지는 금세 회복됩니다.”

박 전 의장은 YS와 함께 정치를 한 사람이다. 김영삼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당이 DJ와 노무현 전 대통령뿐 아니라 YS까지 자신들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박 전 의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문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라도 이른바 ‘영남 민주세력 복원’을 이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습니다. 대선 당시 YS의 아들 김현철 씨, YS의 측근 김덕룡 전 의원 등을 영입하고 대통령 취임 후 YS 묘소에도 참배한 게 이와 통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지방선거 직후에도 민주당 광역단체장 당선인들이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DJ와 YS 묘소에 참배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걸 평가하기보다는 한국당의 무능을 얘기해야 합니다. 한국당이 전신이었던 정당의 당수이자 대통령이었던 YS의 정치 철학과 이념을 계승하며 배우려 하고, 묘소에도 찾아가고 하면서 자기 정통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걸 전혀 안 했어요. 그러니 YS라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마치 자기들이 모시는 것처럼 가져가 버린 겁니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바보처럼 멍하니 있으니, 서글프기 그지없죠.”

화제를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위한 방안으로 옮겼다.

―한국당이 혁신을 한다고 하면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가 다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로 남 탓을 하는 분위기인데요.

“나도 그 정당 출신이라 열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정말 한심스러워요. 어떻게 이 정당이 이렇게까지 몰락했는지…. 요즘 아주 절망하고 있어요. 집안이 몰락하면 집안 사람이 그걸 절감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친박계, 너희가 잘못했지 비박계인 우리가 뭘 잘못했냐’는 식인데, 남 탓만 하는 아주 후진적이고 퇴보적인 자세입니다. ‘우리 모두가 잘못했다. 새롭게 탄생해 보자’ 하는 자세가 안 보입니다. 홍 전 대표가 책임진다며 물러갔지만, 그건 너무 당연한 얘깁니다. 나머지 사람도 다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합니다. 눈물로 호소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내가 책임지겠다’며 물러나는 사람도 나와야 합니다. 이제 좀 새로운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나, 낡은 무리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이제 비켜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당을 아예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그런 것은 부차적인 얘기입니다.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대오각성하는 자세가 선행돼야죠. 그것 없이 네 편, 내 편 갈라서 싸움박질하는 건 국민이 보기에 아주 역겨울 겁니다.”

―예전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 시절에는 당내 갈등이 있어도 의원총회나 워크숍을 통해 수습이나 봉합이 되곤 했는데, 지금은 내홍이 정리가 안 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당의 체질이 안 좋게 바뀐 걸까요.

“그걸 특별히 설명할 거리는 없습니다. 다만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세력과 반대한 세력으로 갈라진 건 상상할 수도 없었던 사건입니다. 그러니 두 세력이 적대적 관계가 되고 감정의 앙금이 깊어진 겁니다. 이게 해소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앙금을 털지 않으면 당을 추스르지 못할 텐데요.

“자기 성찰을 해야 합니다. 다 같이 어디 산에라도 들어가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진지하게 토론하고 반성하고 자기 성찰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강한 마음의 결속을 이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과거의 일도 뛰어넘을 수 있죠.”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외부 인사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비대위에 당 혁신과 관련한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중앙당 해체 얘기까지 했는데요.

“김 권한대행이 뭔데 그런 권한을 갖나요. 이런 때일수록 온 식구를 모아놓고 머리를 맞대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야죠.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일을 더 만들고 있어요. 이해가 안 됩니다. 도대체 정치인으로서 자세가 틀려먹었어요.”

―외부 인사에게 당 개혁을 맡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것도 말이 안 됩니다. 명색이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정당을 그렇게 우습게 보는지 모르겠어요. 당을 끌고 온 사람들이 책임지고 새 인물을 수혈해야지, 새로운 사람을 외부에서 지도자로 데려온다? 지도자라는 건 외부에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조직 속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야 지도자가 되는 겁니다. 외부에 지도자라고 이름 붙여진 사람이 있습니까. 또 몇 사람 데려오면 정당이 바뀌나요. 정당 소속원들이 달라져야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젊은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했는데요. 그럼 내부의 젊은 사람에게 중책을 맡겨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젊은 지도자 얘기를 한 건 참신하고 지도자로서 능력 있는 사람을 키우자는 의미입니다. 밖에 있는 사람을 지도자로 모셔오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자질 있는 좋은 인재를 영입해서 그들이 당내에서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자는 얘기입니다. 젊은 지도자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밖에서 어떻게 지도자를 고릅니까. 요약하면 우선 자기 성찰을 하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순서가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당 해체하자’ ‘외부에서 지도자 모셔오자’는 식의 단발성 얘기가 난무하는 것은 정당의 도리가 아닙니다.”

―‘낡은 무리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이제 비켜줘야 한다’고 했는데요.

“원로들이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입니다. 서청원·김무성 의원 등이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나머지가 그냥 떠나겠습니까. 당 전체 분위기가 그렇게 잡혀서 견디기 어렵다 생각할 때에야 떠나겠죠. 지금은 어렵다고 봅니다.”

―야권이 분열해서 선거에서 연거푸 졌다고 말했는데요. 그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합쳐야 합니까.

“정당 통합은 서로가 새로운 비전을 공유할 때 가능한 겁니다. 또 하나는 전략적 제휴인데, 그렇게 해야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때 가능합니다. 과거 YS·DJ·노무현, 모두 이념은 다르지만 함께했던 사례가 있어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충분히 대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이 없어요. 전부 자기 이해 관계에 몰입돼 있는 겁니다.”

―보수 진영이 60세 이상 고령층, TK 지역에서만 지지를 받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보수가 기존 가치나 이념, 노선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지지층을 확장하기 어렵다는 얘긴데요.

“동의합니다. 정당은 이념적 지향이 있어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놔야 합니다. 그 정책을 갖고 보수냐 진보냐 구분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 하는 게 보수 정당의 오랜 문제점입니다. 정책 개발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북한을 욕하고, 진보를 욕하면 다 되는 걸로 착각하고 있어요. 무조건 ‘내가 보수요’라고 해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제 정당이 정책정당이 돼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과연 이 정당이 무엇을 추구하고, 그래서 그걸 위해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제시해야 합니다. 건국 70년이 됐는데, 아직도 이걸 못한다면 말이 안 됩니다. 물론 북한이라는 존재 때문에 한계가 있겠지만, 그 안에서라도 정책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박 전 의장은 보수 정치권에 쓴소리를 쏟아냈지만, 여권에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3개월이 지났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요즘 국민 지지도가 높다고 하지만, 난 문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할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민주정치는 대통령이 모든 일을 국민과 더불어 논의하고 설득하는 공개적인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헌법 개정이 무산된 과정을 한번 보세요. 대통령 개헌안을 만들면서 국민 공청회 한 번 안 했어요. 대통령 자문위원회가 개헌안을 만들어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발표했어요. ‘국무회의도 안 거치고 왜 청와대가 발표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니 그다음 국무회의를 열어서 한 시간 만에 통과시켰어요. 이 정권이 개헌의 중요성을 몰라서 이렇게 후다닥 해치우려 한 걸까요. 난 저의가 있다고 봅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평양에 먼저 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그 전에 연방제 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서 뭔가 얘기를 나눴을 텐데, 아무런 얘기가 없어요. 지리멸렬한 야당도 그에 대해 안 물어보고…. 왜 입을 닫고 있을까요. 물론 모든 걸 다 밝힐 수는 없고, 비밀도 있겠지만, 뭔가 묘하게 굴러가고 있어요. 지금 적폐청산이다 뭐다 해서 공포 분위기가 있는데, 이렇게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가면 언젠가 국민이 폭발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아무리 선의를 갖고 있다고 해도 그래요.”

박 전 의장은 국회 정책전문위원으로 10년, 국회의원으로 24년간 일하는 동안 통일 문제에 유난히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는 ‘북한의 급변사태와 우리의 대응’(공저),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 ‘나의 삶, 나의 꿈 그리고 통일’ 등을 저술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정계 은퇴 후에도 마포포럼과 부설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을 이끌면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최근 한반도 정세의 급변에 대해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까지 열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과의 관계를 풀어보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최근 일련의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에서 단독 회담을 가졌다는 건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스타일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은둔한 독재자의 아들, 손자뻘 되는 김정은을 국제무대 한복판으로 데리고 나온 겁니다. 김정은으로서는 엄청난 성공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어떤 전략을 갖고 이런 일을 했을까. 난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과거 국회 통일정책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남북 국회회담에도 대표로 참석해 봤지만, 나는 김 위원장이 어떠한 경우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북한은 핵 없이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집념을 갖고 핵무기를 만든 겁니다. 어떻게 만든 핵 무기인데, 그걸 완전히 포기합니까. 더욱이 북한이라는 나라는 얼마든지 숨기고, 그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예컨대 핵 무기를 50개 만들어 40여 개를 폐기해도, 몇 개는 갖고 있게 되는 겁니다. 미국 등의 핵 전문가들 수십 명에게 북한이 핵을 진정으로 포기할 걸로 보냐고 물었더니, ‘예스’라고 답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 아닙니까. 북한을 너무 쉽게 봐선 안 됩니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꾸준히 대화하고 계속 워치(watch)해야 합니다. 비핵화 선언한다고 하루아침에 북한 핵이 다 사라진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순진한 얘기입니다. 대화를 한다고 평화가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이미 여러 차례 느꼈습니다. 평화라는 용어는 늘 우리보다 북한이 더 많이 써 왔어요.”

―대북 제재 완화나 경협 재개는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네요.

“그럼요. 또 북한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국민 동의도 구해야 합니다.”

―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지방선거 이후 개헌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저는 문재인 정부가 개헌을 계속 고집할 걸로 봅니다. 야당이 지리멸렬하니 문재인 정권 다음에도 진보가 집권할 가능성이 높은데, 다음 정부에서라도 헌법을 반드시 고치려 할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개헌안을 통과시키려면 왜 헌법을 고치려 하는지, 어떤 내용을 어떻게 고치려 하는지 국민에게 공개하고 국회에서 충분히 토론할 시간을 줘야 합니다. 국민적 설득 없이 몰고 간다면 굉장한 혼란이 예상됩니다.”

―야당들은 개헌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야당들이 문재인 정부가 왜 개헌을 하려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안다면 그 내용을 갖고 찬성이든 반대든 해야 하는데, 그것 없이 그냥 반대만 한 겁니다. 정부 개헌안의 어떤 내용이 문제인지 지적하고 따져야 합니다.”

인터뷰 = 오남석 차장(정치부) greentea@munhwa.com
e-mail 오남석 기자 / 정치부 / 차장 오남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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