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 ‘한국 패싱 → 해외서 수출’ 4년만에 최대

해외서만 생산·판매하는
‘중계무역 순수출’ 규모
올4월까지 4조5000억원

올해 들어 국내 기업이 한국을 거치지 않고 생산과 판매를 해외에서만 진행한 ‘중계무역 순수출’ 규모가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공장에 제조를 위탁하는 액수 역시 늘어나는 등 기업들이 생산을 해외로 돌리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 여파로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계무역 순수출은 총 40억6000만 달러(약 4조5000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같은 기간 59억7400만 달러를 기록한 이래 4년 만에 최대치다. 중계무역 순수출은 국제수지에서 국내 기업의 수출 실적 중 우리나라 국토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서 생산해 해외에 판매한 실적을 반영하고 있다. 즉, 실제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나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허수’인 것이다. 2015년 같은 기간 27억7000만 달러 규모로 급감했던 중계무역 순수출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생산이 최근 다시 늘면서 함께 증가했다.

해외 위탁 생산 역시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해외 공장 등에 부품을 보내 조립한 대가로 지급하는 ‘서비스무역지급액’의 규모는 올해 1∼4월 32억5200만 달러(3조6000억 원)로, 매년 같은 기간 기준 지난 2012년 34억3000만 달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1980년부터 수집된 전체 통계 수치 기준으로는 두 번째에 달한다. 해외 기업이 국내에 생산을 위탁하는 액수는 크게 늘지 않아 서비스무역소득액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를 합산한 서비스무역수지는 집계 이래 최저인 25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무역지급액은 일반적으로 전체 제품 생산액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실제 해외 위탁 생산액 규모는 350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직접 공장 법인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해외 위탁 생산을 늘린다는 것은 국내 생산에 비해 효율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국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임금 효율 등이 더욱 악화돼 중계무역 순수출 등 기업들의 해외 생산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측면도 있지만, 국내 경영 환경 역시 기업들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