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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2일(金)
누구를 위하여 弔鐘은 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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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헌법 7조 ‘국민 전체에 봉사’
촛불혁명 외치면서 ‘내로남불’
코드 일변도 國政은 위헌 소지

6·13 선거 野죽음 알린 종소리
文정권엔 ‘국정 브레이크’ 고장
견제 없는 질주는 부메랑 자초


보수 야당의 궤멸은 헌법 제7조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지방자치단체장이든 당선된 뒤에는 국민 모두를 위한 국정을 펼쳐야 하며, 지지층이나 ‘코드’ 일변도의 공무를 수행하지 말라는 명령이다. 정치에도 몸담았던 ‘행정의 달인’ 고건 전 총리는 회고록 ‘공인의 길’에서 정치와 국정을 구분한 헌법 7조가 선거 민주주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2000여 년 전 왕조 시대에도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다스릴 수는 없다’고 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미 죽었다. 개헌선 확보 호들갑까지 떨었던 2016년 총선에서 졌고, 탄핵과 대선 패배에도 반성하지 않았다. 6·13 참패는 확실히 죽었음을 확인한 조종(弔鐘)이었다. 드루킹 사건도, 여배우 스캔들도, 안희정 사태도 소용없었다. 입법부는 ‘여대야소’로 재편됐고, 지방권력은 ‘일당 독주’나 마찬가지다. 중립이어야 할 사법 권력은 ‘진보 코드’로 변질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에 이어 곧 지명될 대법관 3명 면면을 보면 더 선명해질 것이다. 이런 권력 집중은 시장이라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이 될 수준이다. 한국에선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을 막을 뿐이지만, 미국에선 기업 분할 명령도 가능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국정 기조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선거 결과에 대해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두려움”이라면서도 “전적으로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이 잘해준 덕분”이라고 했으니,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 불분명하다. 지난 1년 동안 문 대통령은 ‘촛불 혁명’이라며 구체제 파괴에 주력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감옥에 갔고, 전임 정부의 주요 정책은 물론 담당 공직자들까지 죄인 신세가 됐다. 이런 적폐 청산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현 정권은 구태와 확연히 선을 긋고, 되풀이하지 않을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런데 ‘내로남불’이란 말이 일상화할 정도로 흡사한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낙하산·코드 인사’는 전임 정권들보다 더 노골적이다. 민영화된 포스코, KT,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에 대한 압력과 수사는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 정권 영향력 아래 여러 ‘공영 언론’의 경영·보도 인력 교체는 과거보다 더 거칠게 진행됐다.

소득주도 성장 기치를 내걸고 혈세 수십조 원을 투입했지만, 소득 하위계층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혁신성장은 말만 요란할 뿐, 정작 규제·노동 개혁은 역주행이다. 대우조선과 한국GM 등엔 구조조정 대신 혈세를 퍼붓는다. 탈원전도, 법인세 인상도 글로벌 추세에 반한다. 대법원 판결 및 대법관들에 대한 ‘적폐 몰이’가 시작될 조짐이다. 자유당 시절은 물론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노벨평화상 후보 반열에 올랐지만, ‘최대 압박’을 통한 북핵 폐기는 멀어지고, 선공후득(先供後得)의 퍼주기 정책이 되살아나고 있다. 김정은 체제는 보장하고, 대한민국 안보엔 구멍이 뚫렸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청산을 통해 지지층의 기대에 적극 답했다. 이제부터는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2020년 4월 총선 때까지의 골든타임 22개월은 후딱 지나간다. 하루하루를 아껴가며 일해야 한다. 공약은 지켜야 하지만 헌법 7조 정신에 비춰보면 무리한 것도 많다. 때로는 야당 주장을 수용하는 식으로, 때로는 야당 주장을 빌미로 지지층을 설득하며 버리거나 바꿔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야당 몰락은 양날의 칼이다. 야당이 국정의 걸림돌이 될 수도, 대형 참사를 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지금 힘차게 몰아붙이는 적폐 청산 작업 자체가 다른 각도에서 는 또 다른 적폐로 보이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권력이 강할수록 국민 전체, 나아가 반대 세력의 입장까지 고려해야 할 의무도 커진다. 그러지 않으면 권력이 약해지거나 임기가 끝난 뒤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흙 한 덩어리가 파도에 씻겨나가면 대륙이 줄어든다. 나도 인류의 일부이기에 어떤 사람의 죽음은 나의 생명을 줄인다. 누구를 애도해 종이 울리느냐고 묻지 마라.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맨 앞에 인용된 존 던의 기도문이 시대를 뛰어넘어 되풀이 인용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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