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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2일(金)
주 52시간 ‘졸속 입법’ 신속 是正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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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교수 경제학

예고된 혼란이다. 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을 불과 10일 앞두고 정부가 갑자기 단속과 처벌을 6개월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둔다고 한다. 졸속 입법이라는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주당(週當) 68에서 52시간으로, 무려 4분의 1 가까이 그냥 줄였다. 국회 예산정책처마저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 소득이 평균 37만7000원 줄어들고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또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소득 감소가 크다고 경고했는데 무시해 버렸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을 늘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에 중소기업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금형공업협동조합은 비장한 각오로 ‘자동화가 살길’이라고 선언한다. 주택가구협동조합은 유럽의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15명이 할 일을 4∼5명으로 3분의 1로 줄이겠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사를 보면 제조업의 핵심 기반인 뿌리 산업(주조·금형·용접·열처리 등)은 해외 이전을 고려하거나 그렇지 못한 기업은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 자동화나 해외 이전이 어려우면 채용을 늘릴 거라는 주장도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자동차 부품 등은 고기능이 필요해 임시 채용이 어렵고 버스는 인력 확보 자체가 어렵다.

근로시간 단축만 혼란을 초래한 게 아니다. 근로시간 법제를 업종과 직종 관계없이 일률 적용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조업의 공장 노동을 기준으로 법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서비스업의 사무나 연구 업무 근로자들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계를 가동하는 업무는 명확하고 출퇴근과 근무도 일치한다. 그러나 서비스업은 다르다. 업무량의 기복이 크지만, 노동 강도를 근로자가 조절하는 재량권도 크다. 졸속 입법으로, 사업주는 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으면서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부담에 시달리고, 근로자는 빡빡해진 업무와 스트레스에 지치게 된다. 이런 혼란을 겪을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은 70%나 된다.

생산성이 올라가야 소득 감소 없이 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 법제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된다. 기술 혁신은 생산성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육체노동보다 두뇌노동, 감독노동보다 자율노동의 비중을 높이고, 급여는 근로시간이 아닌 성과에 따라 결정되도록 만든다. 따라서 근로시간 제도가 유연화하지 못하면 혁신은 일어날 수가 없다. 노사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연근무제의 만족도는 높지만 활용도는 매우 낮다. 유연근무제 도입 비율은 20%(시차 출퇴근제 12%)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도입한 기업의 10곳 중에서 무려 9곳은 인재 확보, 이직률 감소, 생산성 증가라는 1석3조의 이익을 보았다.

노사 모두 손해를 보게 만드는 법은 악법이다. 시행을 앞둔 근로시간 법제가 그렇다. 근로기준법 개정은 노동계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따른 졸속 입법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드는 법’이라고 선전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고용을 악화시키고 소득을 저하시키며 양극화를 부추기는 문제에 대해 눈을 감았다. 어떤 나라도 법정 근로시간을 급진적으로 단축시키지 않는다. 세계 각국은 제조업 공장 중심의 근로시간 법제에서 탈피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근로시간 혼란은 계도기간 6개월을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졸속 개정을 시정(是正)하는 데 즉각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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