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아내 박영옥과 파란만장한 러브스토리 남긴 로맨티스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2015년 먼저 별세한 아내 박영옥 여사와의 파란만장한 러브스토리로 유명하다. 김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소개로 박 여사를 만났다. 박 여사는 박 전 대통령 친형의 딸이다. 결혼 결심은 6·25 전쟁 때 하게 됐다고 한다. 박 여사는 중공군 급습을 받아 전선이 붕괴했던 1·4 후퇴 때, 김 전 총리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대구에서 평양까지 찾아갔다. 김 전 총리는 박 여사가 자신을 찾아와 “중위님 연락이 끊어져서 죽은 줄 알았어예. 여기 와서 확인하려고 왔어예”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결혼 결심을 했다고 훗날 고백했다.

부인과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김 전 총리는 유명 연예인의 결혼식 주례 선생님으로도 유명하다. 음악인 길옥윤 씨와 가수 패티 김의 세기적인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았다. 김 전 총리는 “신문 정치면이 아닌, 연예면에 이름을 올려 색다른 기분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1992년 민자당 최고위원 시절에는 72세 원로화가 김흥수 씨와 42년 연하의 제자와의 결혼식에 주례를 섰고, 같은 해 가수 이선희 씨의 결혼식에서 주례사를 했다.

골프 애호가였던 김 전 총리는 1961년 5·16 이후 군사정부에서 한가하고 사치스럽게 골프를 칠 수 있느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수백 개의 골프장이 들어설 것이고 골프가 생활화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반대했고, 이 덕택에 이 골프장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김 전 총리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골프 실력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그는 평소 후배 정치인들에게 ‘손때를 묻혀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공천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지역구에서 악수하면서 유권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인들에게는 주로 자신의 향후 행보나 정치적 상황 등을 암시하는 의미의 한자를 직접 쓴 서예작품 사본을 선물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엔 박 여사가 이희호 여사에게 비누 세트를 선물, ‘과거의 앙금을 깨끗이 씻자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전 총리는 선물을 받으면 그 답례로 과일바구니와 술을 보내기도 했다. 가끔 골프모임 때 자신이 아끼는 골프채를 상품이나 선물로 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