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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5일(月)
文정권 2기, 경제팀 쇄신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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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피치, 지정학적 리스크 여전 평가
정부 1期 경제지표도 ‘위기’ 신호
美에 성장률까지 역전 당할 판

靑, ‘선한 정부’ 도그마에 빠져
처방 잘못하면 정부 실패 초래
시장 신뢰 회복해야 혁신성장


얼마 전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가 한국 경제에 대해 뼈 있는 평가를 했다. 국가 신용등급전망을 현재 수준(AA-)으로, 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했는데 서술 평가가 뾰족했다. 피치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한과의 갈등이 완화됐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신용등급에 계속 부담이 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은 위험을 낮추는 출발점이지만 합의 이행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깨지기 쉬우며,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란다. 후속 정치협상을 거론할 것도 없이, 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안보 리스크는 여전한 것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규정한 ‘문재인 정부 1기’(출범∼6·13 지방선거) 말의 각종 경기 지표들은 ‘위기’를 말하고 있다. 지난 5월 고용동향은 일자리 시장에 적신호를 보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지적했다. 2기(6·13 지방선거∼2020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로 접어든 한국 경제의 실상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하반기에도 상황 호전을 확신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국내외 경기예측기관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민간소비의 경우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따라 가계 소득 증가가 이뤄진다고 해도 가계부채 등으로 실질적인 내수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버팀목이었던 건설 경기와 수출 증가의 둔화도 기관들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문제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는 20만 명 안팎이다. 지난해(31만6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 경제 활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구조적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양호한 세계 경제와 동떨어진 내수 불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기관들은 대부분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를 전망하고 있다. 정부 외에 올해 3% 성장을 예상하는 곳이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 2.8%로, 내년엔 2.7%를 전망했다. 미국 경제조사회사인 콘퍼런스보드도 올해 2.8% 성장을 내다봤다. 놀라운 건, 한·미 간 성장률 역전이라는 ‘이변’ 예고다.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다. 이미 금리 역전(0.5%포인트)으로 자본유출을 걱정하는 신세다. 우리가 경기 둔화 우려에 금리를 올리지도 못하는 사이, 성장률 역전이 더해지면 정부가 자신해온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재검토하란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자본 유출은 금리 차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더 큰 요인은 경제 펀더멘털”이라고 했다. 그가 “생산성 향상 노력을 통해 잠재성장 수준을 지속 가능하게 이끌어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경제팀은 대체로 성장 효과를 의문시하면서, 한국의 경제 규모, 성장단계로 볼 때 잠재성장률 하락과 저성장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경제 규모로 봐도 10배가 넘고 한계에 다다랐다고 평가하는 미국에 성장률을 추월당하는 상황이라면, 분배(소득주도)를 강조하려 우리 경제의 성장 여력과 낙수효과를 과소평가했다는 반론이 가능해진다.

정부 2기 동안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말고는 20개월 넘게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고 한다. 대중(표)을 의식하지 않는 국정 드라이브의 ‘황금기’일 수도, 견제 없이 독주하는 ‘암흑기’가 될 수도 있다. 2022년 5월 임기종료까지 3기 경제도 여기에 달려 있다. 문제는 청와대 경제팀의 인식이다. 여전히 자신들만이 ‘선(善)한 정부’라는 도그마에 빠진 듯하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최근 다시 ‘촛불이 명령한 정의로운 경제’를 강조했다. 그게 지난 1년 동안 경제에 새 동력이 됐다면 시비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되레 선의(善意)를 뒀던 계층에 경제 고통을 높이는 부작용이 확연해지고 있다. 현재 방향을 고수하는 것은 소신이 아니라 아집, 겸손보다는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그게 ‘증거 불충분’이라며 버티는 것 또한 현상에서 맥락과 흐름을 간파해냈던 예전의 그답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 유예를 제외하면 1기에서 벌어진 정책 실패에 반성이 충분하지도, 대응이 치밀하지도 않다.

외교·안보에 치우친 국정 ‘편식’을 고쳐야 하는 시점이다. 비상등이 켜진 부문마다 제대로 진단하고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집으로 처방이 잘못되고 피해가 누적되는 것, 그게 ‘정부 실패’다. 혁신성장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먼저 경제팀의 인사쇄신을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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