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상륙작전’ 故 황재중 선장 68년만에 충무무공훈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순직선원위령탑에 2016년 9월 12일 건립된 문산호 전사자 기념비 모습. 자료사진

학도병 130여 명과 함께 전사
수년간 문헌 뒤져 공적 찾아 확인
민간인 출신 군무원 서훈 이례적

인천상륙작전 당시 북한군 병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유엔군 사령부가 양동작전 차원에서 전개한 장사상륙작전에 민간인 신분으로 참전해 학도병 출신 상륙부대원 130여 명과 함께 전사한 고 황재중 문산호 선장에게 사후 68년 만에 충무무공훈장이 서훈됐다. 6·25전쟁 중 현역 신분이 아닌, 군무원으로 동원된 민간인에게 충무무공훈장이 서훈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해군은 25일 6·25전쟁 중 경북 영덕 장사상륙작전에 참전한 황 선장에 대한 충무무공훈장을 고인의 외손녀인 고양자(63) 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훈장 전달식은 고 씨가 거주하는 제주도 주둔 해군 7전단 세종대왕함에서 열렸고, 최성목(준장) 전단장이 훈장을 수여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해군의 추천을 받아 고인의 무공훈장 서훈을 결정했다.

해군에 따르면 고인은 상륙함(LST) 문산호의 선장으로, 6·25전쟁 발발 당일부터 해군에 동원돼 해군 작전에 참가했다. 문산호 선장으로 전쟁 중 여러 차례 군 병력 수송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1950년 9월 14일부터는 육군 이명흠 대위가 지휘하는 상륙부대원(제1유격대대와 문산호 선원 등 772명)을 태우고 장사상륙작전에 참가했다.

황 선장은 장사상륙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태풍으로 인한 풍랑으로 해안에 좌초되고 적의 집중포화를 받는 최악의 여건에서 상륙을 감행, 적 보급로 차단에 성공했으나 북한군 공격으로 군 장병 130여 명과 함께 전사했다. 적은 대규모 병력이 상륙한 것으로 오인하고 주력 부대를 이동시켰고, 유격대원들과 문산호는 배가 좌초돼 철수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약 일주일간 혈투로 적 200여 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해군은 황 선장의 전공이 매우 컸음에도 전쟁에 동원된 민간인이라는 이유로 서훈이 누락된 것을 확인하고, 서훈 추천을 위해 수년간 문산호 관련 문헌을 찾아내 공적을 정부에 추천했다. 무공훈장 서훈에는 수년간 문산호 선원들 공적을 추적, 확인한 해군본부 역사기록관리단 임성채 군사편찬과장과 백두산함 갑판사관 최영섭 현 해양소년단연맹 고문의 조언과 도움이 컸다.

해군은 장사상륙작전에서 황 선장과 함께 전사한 선원 10명에 대한 공적 확인과 추천도 추진하고 있다. 해군은 문산호 선원들의 공적을 기려 2016년 9월 12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황 선장을 비롯한 문산호 선원 전사자 11명의 기념비를 세웠다. 경북 영덕군은 장사상륙작전이 감행된 해안가에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