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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6일(火)
바나나 멸종 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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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1970년대 어릴 적 골목길에서 뛰놀면서 따라 부르던 노랫말이다. 당시 바나나는 ‘맛있음’의 상징이었다. 외화 부족으로 수입이 제한됐었기에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진기한 열대 과일이었던 것이다. 그나마도 ‘있는 집’ 이야기지, 서민층은 정말 맛보기 힘든 ‘특권층 과일’이었다. 지금 바나나는 가장 흔하고 값싼 과일 중 하나다. 바나나만 선물로 가져갔다가는 뒷말 듣기 십상이다. 대형 마트 등 어디서든 구하기 쉽지만, 15년 뒤에는 멸종될 것이라고 한다.

바나나는 비타민 B6, 비타민 C, 섬유소가 풍부한 ‘완벽 식품’으로서, 현대인의 건강 다이어트 식품과 마라토너의 에너지 충전 식품 등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바나나는 곡물까지 포함해 밀·쌀·옥수수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으며, 이에 아프리카와 중남미 저개발 국가의 주요 수입원이자 영양 공급원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8일 영국의 한 벤처창업기업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바나나의 질병 저항력을 높이는 품종 개량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1000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보도가 나왔디. 현재 상업용 바나나의 99%가 ‘캐번디시’종이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부터 대만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던 ‘TR4’란 강력한 곰팡이 질병이 중남미로 옮겨가면서 캐번디시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번 멸종 위기는 두 번째다. 캐번디시 이전 바나나 시장을 석권했던 ‘그로미셸’종은 1890년대 파나마에서 발생한 바나나 질병으로 1960년대 소멸했다.

1990년대 초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한국어 강사였을 때 일화다. 교수회의에 참석했더니, 미국을 다녀온 한 여교수가 미국 생활에 대해 발표하는 것이었다. 소련이 막 붕괴한 때라 미국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신용카드 등에 대해 설명할 때 교수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 여교수가 ‘미국 동물원에선 원숭이도 바나나를 먹는다’고 말했을 때, 교수들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자신들이 미국 원숭이만도 못한 존재로 느껴졌던 것이다.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도 바나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제3의 품종이 캐번디시종 멸종 전에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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