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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6일(火)
대법원장이 부른 사법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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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를 맡은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당시 법원행정처 근무 판사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메일 및 메신저,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 관용차량 이용 내역 등 광범위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법률안 제출권과 예산권이 없는 사법부가 필요한 입법과 예산 확보(또는 삭감 방지)를 위해 국회와 청와대·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의 온갖 실체가 검찰의 손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8월 2일로 임기를 마치는 고영한, 김신, 김창석 등 세 명의 대법관 후임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 진행되면서 일부 판사와 언론이 가세해 ‘양승태 코트’에서 법원행정처에 근무했거나 승진한 법원장·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은 대법관 후보로 선출하거나 제청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는 등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양승태 키즈’라고 주홍글씨를 붙여 찍어내겠다는 것은 법원의 요직을 특정세력이 장악하기 위한 정치운동으로 이해된다. 관직을 독점하려던 조선 시대 당파싸움도 연상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가한 2차, 3차 조사에서도 특별한 게 나오지 않았음에도 재판거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대법관들의 검찰 소환과 사직을 전망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1년반 가까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싸움을 끌고 온 이유가 대법관과 법원장,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고위법관들의 물갈이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사법사상 초유의 법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실제로 벌어져 법관들에 대한 소환이 이뤄진다면 사법부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신뢰성은 만신창이가 된다. 앞으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판결은 대부분 불복 시비에 더 쉽게 휘말릴 수 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무엇보다 김 대법원장의 책임이 크다. 그는 자신이 대법원장에 취임한 후 두 차례 더 진상조사를 벌이고서도 조사가 부족했다며 검찰 고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각급 법원의 의견을 듣겠다고 해 법원을 둘로 쪼개놓더니만 지난 15일 담화문을 통해 사실상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는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려 했다는 부분에 대한 의혹 해소도 필요하다”고 말해 마치 재판 거래 의혹이 있는 것처럼 이해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후 진행한 진상조사 결과 ‘판사를 설득하거나 압박해 여권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도록 했다’는 재판 거래가 없었다고 했다. 이미 선고가 이뤄진 재판 중 박근혜 정부가 좋아할 만한 내용을 모아 대(對)청와대 선전자료로 만들려고 한 것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이게 좀 유치하고 ‘모양 빠지는’ 시도였다고 해도 형사처벌을 받을 일은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검찰은 여론에 기대 무조건 모든 자료를 넘기라고 법원을 압박하고 있다. 문건 작성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범죄 혐의가 없는 자료를 검찰에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기는 건 위법의 소지가 있다. 검찰도 법원행정처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넘겨받아 저인망식으로 훑다가 새로운 단서가 나오면 별건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자세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sdgim@
e-mail 김세동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세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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