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인규 증언…언론工作과 실체적 眞實 재규명 필요하다

9년여 전인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헌정사의 가장 안타까운 사건에 속한다. 또한,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친노 진영’에서는 당시의 ‘인격 살인’ 수사와 여론 플레이 탓으로 규정함으로써 현재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 진영에서는 그 때문에 ‘뇌물 혐의’ 수사가 중단되고 진실(眞實)은 파묻혔다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요구함으로써 앞으로도 상당 기간 논란이 말끔히 정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수사를 총괄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민감한 대목들에 대해 자세히 증언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이 조성됐다. 지난해 9월부터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그는 25일 서울중앙지검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서거 직전 불거진 이른바 ‘피아제 시계’ 보도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직 시절 국정원이 기획한 일”이라며 관련 사실을 자세히 공개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고액 시계 수수 혐의 자체는 본인도 인정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조사 내용은 모두 녹화됐고, 노 전 대통령은 작성된 조서를 열람한 후 서명 날인했으며, 그 조서는 영구보존문서로 검찰에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입장문은 ‘2억 원 상당의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자극적 보도에 대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취지를 앞세웠지만, 무리한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주장에 대해 수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반박 성격도 담고 있다.

국정원이 나서 언론사를 상대로 ‘여론 공작(工作)’을 했다면 중대 범죄다. KBS와 SBS 등 거명된 언론사들도 진상 규명에 적극 협력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감수해야 할 것이다. 당시 원 국정원장이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요청했다는 것과, 국정원 간부가 이 전 중수부장을 직접 찾아왔다는 내용 등도 있다. 이와 함께, 본안인 시계 문제의 진실도 밝혀져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당시 검찰이 박연차 회장의 말이 진실이라고 믿을 증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면서 “논두렁 시계 소설이 단적인 예”라며 “무죄를 확신한다”고 밝혔고, 지금도 많은 지지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인만큼, 형사처벌 차원을 넘어 역사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고려해 명백히 밝혀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