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경제·일자리首席 교체, 現實 직시한 정책 계기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경제수석(首席)·일자리수석비서관 등 주요 참모진을 전격 교체했다. 지방선거 후 청와대 2기 진용을 짜면서 경제 관련 참모 위주로 바꾼 것은 주목된다. 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을 앞세워 경제정책을 펴왔지만, 1년 새 거시지표는 악화하고, 고용마저 쇼크 수준으로 추락했다. 홍장표 경제수석 외에 반장식 일자리수석까지 바꾼 데는 문책 성격도 있을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선봉에 섰던 홍 경제수석을 경질하고, 정통 이코노미스트인 윤종원 주OECD대사를 기용한 것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 정부는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소득주도 성장의 주요 수단으로 삼고, 올해 16.4% 올렸다. 저임금 근로자 계층의 소득을 높여 소비를 이끌 것이란 기대와 달리, 1분기 하위 40% 가계의 소득은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득주도의 전제부터 흔들린 것이다. 일자리 사정은 더 나빠졌다. 음식·숙박업·도소매업 등의 일용·임시직이 가장 먼저 일터에서 밀려났다. 의외의 상황에 문 대통령은 ‘아픈 지점’이라 했지만, 청와대 경제 참모들은 통계를 편집까지 해가며 진실을 호도했다. 이런 과정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최저임금 후유증 경고는 번번이 묵살됐다. 경제지표는 엉망인데 내각과 청와대가 경제정책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보기 민망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참담한 결과로 드러났듯 청와대가 주도해온 소득주도 성장 실험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는 건 딱한 일이다. 이런 시점에서 정통 관료 출신인 윤 경제수석 등장은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여의치 않은 지금 문 정부가 기대를 걸 수 있는 건 혁신성장밖에 없다. 기업이 움직일 수 있도록 규제 혁파,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이 의기투합해 어설픈 정책 실험은 이제 끝내고, 현실(現實)에 기반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