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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7일(水)
갈수록 확산 ‘페미니즘 시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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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혜화역 2차 시위’ 참가 여성들이 홍대 남성 누드모델 몰래카메라 촬영에 대한 경찰의 편파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여성에 대한 성범죄 근절을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몰카범죄 저지른 女피의자에 대한 편파수사 의혹서 촉발
‘女性대상 性범죄 일상화’ 분노 폭발… 자발적 시위로 연결

1차 1만2000명·2차 4만5000명
내달 11일 3차 대규모 시위 예고

“여성 유죄·남성 무죄” 구호 등장
SNS·인터넷 카페가 주최자 역할
쌍방향 소통 넘어서 그물망 소통

몰카범 검거95%·기소31% 그쳐
정부 대책에도 현실적 대안 촉구


오는 7월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는 다시 수만 명의 여성이 모인다. 홍대 남성 누드모델 불법촬영(몰래카메라·몰카)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여성들의 세 번째 시위다. 이들은 지난 두 번의 집회와 같이 홍대 몰카 사건에 대한 경찰의 편파 수사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근절을 호소할 계획이다. ‘미투(Me Too)’ 확산에 힘입어 공감대는 상당히 넓어진 상태고, 주장의 외연과 참가자는 더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집회에서 특정 단체의 주도 없이도 자발적으로 모여든 여성이 4만5000명에 달했다. ‘7·7 혜화역 3차 시위’는 앞선 두 차례 시위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가자들은 몰카 범죄가 완전히 근절되고 디지털 성범죄 해결을 위해 관련법 제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제시될 때까지 계속해서 시위를 진행할 방침이다. 시위의 끝이 언제일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그때는 언제일까’에 답이 있어 보인다.

◇일상의 분노가 자발적 시위로 = 혜화역 시위는 딱히 대규모 동원을 주도하는 주최가 없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악성 성범죄를 근절해달라는 여성들의 구호가 모여들 뿐이다. 굳이 주최라면 ‘SNS’와 인터넷 카페다. ‘불편한 용기’라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한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 SNS를 통해 참여 인원은 그물처럼 확대된다. 진일보한 시위 양상이다. 과거 주최가 뚜렷한 일방적 소통에서 나아가 주최 측과 참여자의 쌍방향 소통을 통한 시위가 활성화하더니 이제 참여자의 그물망 소통구조가 시위 자체를 조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위 참가의 최대 동력은 자발성이다. 자신도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이들을 자발적으로 집회장으로 이끈다.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27일 “자신도 언제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분노가 특정 사건을 계기로 표출된 것”이라며 “SNS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여성들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만들었고, 사회적 저항의 기회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각종 음란물 사이트에 불법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이 만연하면서 많은 여성이 그 동영상에 언제 자신이 등장할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다. 또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불법촬영에 사용되는 초소형카메라는 전자상가와 온라인 몰에서 손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텀블러, 안경, 단추, 생수병 등 다양한 일상적인 물품에 숨겨서 판매되고 있다는 점도 여성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요소다.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피의 여성 안모(25) 씨에 대한 구속을 계기로 시작된 혜화역 시위는 지난 ‘5·19 1차 시위’ 당시 1만2000여 명(경찰 추산 1만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피의자가 남성이었으면 구속 수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성에 대한 편파 수사를 규탄했다. ‘6·9 2차 시위’에는 1차 때보다 4배가량으로 늘어난 4만5000여 명(경찰추산 1만5000여 명)이 모였다. 혜화역에 모인 여성들은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찍지 마”라는 구호를 일제히 외쳤다. 몰카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공권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여성 유죄, 남성 무죄” “수사원칙 무시하는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는 구호와 함께 경찰의 90%를 여성으로 뽑아야 하며, 여성 경찰청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는 몰카 범죄 등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남성 중심적인 관점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성별에 따라 수사결과가 달라진다는 생각에서 수사 기관에 대한 불신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5개 부처 합동대책도 소용없어 = 두 차례의 시위에 놀란 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교육부·법무부·경찰청이 여성 대상 불법촬영 범죄 근절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성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위 주최 측은 “정부 부처는 담화문을 통해 불법 촬영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으며 강력한 대응책을 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각 정부 부처에 주어진 각각의 대책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시행될지에 대한 일정표는 공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담화문이 단순히 ‘보여주기식 발표’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여가부·경찰청 등은 구체적인 시행 계획과 함께 정해진 일정까지 대책 마련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을 경우 각 부처에 어떤 불이익이 주어질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부처가 발표한 대책에는 불법 포르노 사이트 등 인터넷 유통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빠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상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국산 음란 영상물(야동)이라고 불리는 성관계 촬영물, 화장실 몰카 등의 유통 사이트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핵심인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이 부분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불법 촬영물을 음란물 유포로 처벌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성폭력 중 하나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법 개정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거는 95% vs 기소는 31%만 =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범죄가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몰카 범죄의 범인 검거율이 94.6%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2016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위반 5852건 가운데 기소는 31.5%(1846건)에 불과했다. 또 기소가 된다고 해도 대부분 벌금형의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1년 1월부터 2016년 6월 사이 서울 지역 법원에서 선고된 몰카 사건 판결 1540건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이 1108건(71.9%)으로 가장 높았다. 집행유예는 226건(14.7%), 선고유예는 115건(7.5%)이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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