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구석구석 누빈 베트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 찌안호(湖) 안의 마을 골목에서 만난 아이들. 자전거가 신기한 듯 만지작거리기에 함께 사진을 찍어줬다. 스토링 제공

지구 4바퀴 돈 정진상 교수
현지인 삶·풍경 담아 책 펴내
“여행기 쓰고 싶었던 건 처음”

지난 10여 년간 자전거로 지구를 네 바퀴쯤 달렸다고 한다. 사회학자인 정진상 경상대 교수 이야기다. 학기 중에는 자전거로 왕복 50㎞를 출퇴근하고 방학이 되면 로드바이크를 비행기에 싣고 자전거 여행을 떠나곤 했다. 쿠바 일주(3300㎞)를 시작으로 일본 홋카이도(1000㎞), 뉴질랜드(2500㎞), 중동부 유럽 7개국(3200㎞), 라오스와 태국(2500㎞), 스페인(3500㎞), 이탈리아와 코르시카(3600㎞), 칠레(2700㎞), 베트남과 캄보디아(2500㎞) 등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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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여행기를 쓴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현장을 오롯이 느끼는 데 방해가 될 듯싶어 사진 찍는 것도 즐기지 않았다. 그런데 베트남 여행은 달랐다.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마음에 남아 그것을 글과 사진으로 모은 책 ‘자전거 여행의 미학’(스토링 발행·사진)을 펴냈다. 주로 베트남 여행기를 담고 있으나, 책의 앞부분은 이웃 나라인 캄보디아의 메콩강 삼각주와 프놈펜 이야기를 펼쳐놨다. 책 뒷부분엔 저자가 베트남처럼 자전거 여행의 최적지로 꼽는 쿠바에 대한 가이드북을 실었다.

“자전거는 차보다 세 배 느리지만 걷는 것보다는 다섯 배 빠르다. 자전거는 여행의 이동 수단이면서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라이딩이 더 중요한 목적이 되면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다. 길은 이제 더 이상 목표 지점으로 가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다양함을 제공하는 여행의 목적이 된다. 삶에서 목표보다 과정이 중요하듯 자전거 여행에서도 목적지보다는 길이 더 중요한 것이다.”

책은 길에서 만난 베트남의 다채로운 풍경과 함께 사람들의 모둠살이를 전한다. 능통하지 않은 베트남어로 소통하기 위해 애쓴 일화는 미소를 짓게 한다. 저자는 베트남전에 한국이 참전한 것을 염두에 두지만, 현지인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어느 촌로가 북한이 아닌 남한에서 왔다고 하니 실망감을 표현했던 것은 마음에 남았다.

“베트남의 경우는 자전거 시기를 거쳐 자동차 시기로 가는 과도기에 오토바이가 아직 도로의 주력부대로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의 도로에서는 힘센 자동차와, 숫자가 많은 오토바이 사이에 일종의 균형 잡힌 긴장이 있는 것 같다. 자전거는 이 긴장 속에서 상대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여행의 진정한 의미인 심미적 만족감을 누린다. 즉 다른 장소의 풍경과 사람들을 만나 다양성과 차이를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게 되는 것. 책은 이처럼 길의 고샅고샅에서 세상과 삶에 대한 성찰을 전하지만, 자전거 여행을 제대로 하기 위한 실용 정보도 꼼꼼히 실었다. 여행 준비와 비용, 숙소를 잡는 기준, 좋은 식당을 찾는 방법, 현지 도로 사정 등까지.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