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문학적 엄숙주의를 벗다…국제도서전 사로잡은 라이트 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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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있는 엔터테인먼트 소설
최근 月 70∼80권 출간 인기
아직은 日번역 작품이 80%

이영도 작가 ‘오버 더 초이스’
발간 1주일만에 2만부 ‘날개’
“한국문학 새 시장 창출 기대”

‘2018 책의 해’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이 지난 24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전시는 물론 현장 판매 실적도 높아 관람객과 출판사가 모두 만족스러운 전시라는 평을 받았다. ‘읽는 약국’ 등 독자 맞춤형 서비스, 오디오 북과 디지털 저작권, 라이트 노벨 부스 등 새로운 미디어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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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라이트 노벨 페스티벌’은 올해 전시의 주제인 ‘확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벤트였다. 삽화가 곁들여진 엔터테인먼트 소설인 라이트 노벨은 SF, 판타지 등 이른바 ‘순수문학’ 이외의 영역으로, 상업성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작품성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던 하위 장르. 그러나 ‘문학적 엄숙주의’를 벗어던진 도서전 측의 도전과 혁신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라이트 노벨 페스티벌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일부 마니아층 위주로 퍼져 있던 라이트 노벨을 널리 알리기 위해 소미미디어, 디앤씨미디어, 영상출판미디어, 대원씨아이, 서울문화사, 학산문화사 등 6개사가 뭉쳐 신작을 집중 소개했다. 그리고 2016년 2회 이후 격년제로 바뀌었는데 이번에 서울국제도서전과 함께하면서 독자와의 접점이 더욱 넓어졌다.

2000년대 초·중반 일본에서 유입된 라이트 노벨은 최근 독자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역시 순수문학 외로 분류되는 웹소설과 더불어 접근이 쉽고, 읽기 편한 소설로 인식되고 있다. ‘스즈미야 하루히’나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시리즈는 지난 수년간 가장 성공한 라이트 노벨 작품으로 통한다. 매 시리즈 초판 발행 부수가 2만 부를 넘었다. 원조 격인 ‘소드 아트 온라인’ 시리즈는 1권만 국내에 100만 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신작 발간 편수가 부쩍 늘어났다. ‘죽음과 모래시계’ ‘막달라에서 잠들라’ 등 수십 권이 나오고 있다. SNS만 검색하면 신간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라이트 노벨과 순수문학의 경계에 있는 작품도 인기다. 일본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스미노 요루(住野よる)가 대표적이다. 그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주목받았으며 최근에는 신작 ‘밤의 괴물’을 펴냈다. 조병권 소미미디어 출판본부장은 “아직은 일본 번역 작품이 80%로 주류를 이루지만 6개사에서 한 달간 출간하는 라이트 노벨 장르가 70∼80권에 달한다”며 “이에 따라 10∼20대에 머물렀던 독자 연령대도 한층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서전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드래곤 라자’로 유명한 이영도 작가의 새 장편 ‘오버 더 초이스’가 메인 기획전인 ‘여름 첫 책’ 10권 중 하나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라이트 노벨 페스티벌의 독자를 배려한 것이다.

‘오버 더 초이스’는 이 작가의 전작 ‘그림자 자국’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죽음으로 떠나보낸 소중한 사람이 부활할 수 있다면’이라는 다소 황당하지만 흥미로운 질문에서 출발한다.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이미 뜨겁다. 일부가 발간 전 온라인 소설 플랫폼에 인기리에 연재됐고, 20시간 분량의 오디오 북으로 제작됐다. 21일 발간 후 약 일주일 만에 예약 판매 3500세트를 포함해 약 2만 부를 찍을 만큼 독자 반응이 폭발적이다.

주일우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는 “국내에서도 라이트 노벨 창작품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미미한 상황”이라며 “웹소설 유료화 등 일본보다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우리만의 리얼리티를 확보한다면 한국문학의 새로운 큰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