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2.22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방송·연예
[문화] 김인구 기자의 컬처 톡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7일(水)
농부 소년 태웅이와 산골 소녀 영자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25일 오후 8시 10분 케이블 채널 tvN에서 ‘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됐습니다. 김숙·정형돈 등이 경기 안성의 한 농가를 방문해 농사일을 거드는 콘셉트였는데요. 시골 가서 생활해본다는 점에서 ‘삼시세끼’와 비슷한 ‘체험형 예능’ 중 하나일 걸로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한태웅이라는 ‘농부 소년’이 대번에 눈에 띄더군요. 참으로 기막힌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16세의 중학생인데 ‘프로’ 농부처럼 일을 하는 거였죠. 벼농사는 물론 소·염소·닭을 기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게다가 나이를 의심하게 하는 구수한 사투리와 행동이 마치 60대 어르신을 연상시켰어요.

김숙의 말마따나 “무슨 설정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성숙함, 사춘기 ‘중딩’의 면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여유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흔하고 뻔한 예능이지만 한태웅이라는 ‘신의 한 수’로 다른 어떤 프로그램과도 견줄 수 없는 ‘차별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 8년 차 농부인 태웅 군이 처음 알려진 것은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농사가 좋아요’를 통해서였습니다. 특유의 말투와 진정성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장 태웅 군에게 섭외 요청이 빗발쳤습니다. 밀려드는 스케줄 때문에 한 매니지먼트회사의 도움까지 받았습니다. 순박한 소년이 대중 앞에 무방비로 서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문득 2000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산골 소녀 영자’가 떠오르는 건 저만의 기우일까요. 영자는 순박한 생활 모습이 KBS ‘인간극장’을 통해 대중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던 인물입니다. 오랫동안 부친과 단둘이서 도시 문명과는 단절된 채 산속에 살아 지극히 순수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대중은 영자의 때 묻지 않은 마음씨에 완전히 반했습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후원을 자처하고 나섰고, 급기야 영자는 서울로 이주해 CF를 찍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 뒤의 일은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큰돈을 노린 범인에 의해 영자의 부친이 살해됐고, 영자도 후원자에게 학대받다가 결국 비구니가 됐죠. 정말 끔찍한 비극이었습니다.

태웅 군을 영자와 비교하는 건 무리일 겁니다. 지난 20년간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달라졌고, 그처럼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태웅 군의 순수성과 진정성은 과연 누가 지켜줄 수 있을까요.

태웅 군은 ‘꿈’을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성실하게 흙하고 같이 살면서 애 낳고 행복하게 농사짓는 것”이라고요. 프로그램도 좋지만 이로 인해 태웅 군의 소박한 꿈이 깨지는 일은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clark@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임산부 성폭행 다룬 ‘황후의 품격’…“작가 자격 박탈해달라..
▶ ‘영덕 한 사무실서 여성 집단 성폭행’ 3명 긴급 체포
▶ ‘호텔판 미쉐린’ 국내 첫 5성 세계속에 우뚝 선 신라호텔
▶ “공주洑 철거땐 농민에 큰 재앙”…여당 市長의 애끓는 호..
▶ 그랜드캐니언 사고 대학생 온정 손길 덕분에 22일 입국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잘못된 부분 많다는 것 토대로 재판 진행” 앞서 “朴 탄핵 절차 부당했다” 취지 발언도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
mark‘영덕 한 사무실서 여성 집단 성폭행’ 3명 긴급 체포
mark‘호텔판 미쉐린’ 국내 첫 5성 세계속에 우뚝 선 신라호텔
임산부 성폭행 다룬 ‘황후의 품격’…“작가 자격 박탈..
‘버닝썬-경찰관’ 유착 있었다…광수대 “뇌물 정황 ..
김정은 전용열차로 베트남 가나…中단둥 통제 동향..
line
special news ‘SKY 캐슬’ 김보라-조병규 “현실에선 우리가 커..
드라마 ‘SKY 캐슬’ 내 ‘캐슬의 아이들’ 사이에서 실제 연인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김보라(24)와 조병규(2..

line
대형마트서 192차례 “반품해달라”…알고 보니 절도..
그랜드캐니언 사고 대학생 온정 손길 덕분에 22일..
“공주洑 철거땐 농민에 큰 재앙”…여당 市長의 애끓..
photo_news
컬링 ‘팀킴’ 못 받은 상금 9천여만원…문체부,..
photo_news
‘5G 갤럭시 폴드’ 5월 중순 세계 최초로 국내 출..
line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illust
“자기편 위해 자리 만드는 爲人設官 말라”…‘코드인사’ 사전 차..
[인터넷 유머]
mark새옹지마 mark‘한반도 운전자론’ 최신 버전
topnew_title
number ‘뇌물수수’ 전병헌 전 수석 1심 징역 6년…법..
양진호 “생닭 잡아서 백숙으로 먹어…동물학..
‘신생아 사망’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1심서 전..
우경화·막말 논란에… 우려·비판 확산되는 한..
또 침대서 발암물질… 소비자들 “정부·업체..
hot_photo
젊은층 겨냥 후드티에 올가미…..
hot_photo
‘패션황제’ 라거펠트의 2억弗 유..
hot_photo
‘음주운전 무죄’ 이창명 컴백···TV..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