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난민 문제, 더 정교한 접근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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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혼자서 사는 것보다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사는 게 인간의 본성에 더 적합함을 말한 것이다. 톰 행크스가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 ‘캐스트 어웨이’나, 우주에 고립된 채 귀환을 고대하는 사람을 다룬 영화 ‘마션’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확인시켜 준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 보면 사람은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양보하고 타인을 배려할 필요가 있음을 일컫는 것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에는 지진이나 폭풍우 같은 환경적 재앙으로 자신이 살던 집과 사회를 떠나는 경우도 있고, 무력충돌을 피해서 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정든 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 이들을 사실상의 난민 또는 인도적 난민이라 하는데, 어떤 경우든 인도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와 달리 인종·종교·국적·특정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나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해 국적국을 떠나 그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두려움으로 보호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그 생명이나 신체가 위태롭게 되는 지역으로 내쫓지 않도록 하려는 게 국제사회의 규범적 입장이다.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을 난민으로 받아야 하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법적 난민인지의 이성적 판단에 앞서 감성적 논란에 빠진 느낌이다. 이들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쪽에서는 범죄나 테러 등을 이유로 들고 있고,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인도적 배려나 평화를 거론하기도 한다. 밀려드는 난민으로 유럽 각국이 복잡한 계산에 빠진 모습을 보면, 난민 문제는 감성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는 난민이 처음 도착한 국가가 심사를 책임진다는 더블린 원칙을 취하고 있지만,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건너오는 난민의 관문인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이 원칙이 거북하기만 하다. 첫 도착국이 아님에도 난민을 받아온 독일은 넘쳐나는 난민으로 국내적 혼란과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단계에 있다.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중국의 강제 송환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난민협약의 당사국으로서 중국이 탈북자들을 생명과 신체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큰 북한으로 강제송환하는 것은 협약 위반이기 때문이다. 전자가 난민 수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라면, 후자의 경우는 강제송환 금지라는 국제법상의 절대적 규범 위반의 문제다. 제주도에 온 예멘인의 문제는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난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난민발생국의 복잡한 상황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난민협약과 국내법에 따른 난민 인정이라는 대증적 해법도 병행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3년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에는 난민법을 제정한 바 있다. 난민법은 난민협약과 동일하게 난민 인정 기준을 5가지 사유로 명시하고 있고, 강제출국 금지와 인도적 체류 허가를 규정하고 있다. 난민협약 가입 이후 2017년 말까지 3만2733건의 난민 신청이 있었고, 그중 706건에 대해 난민 지위를 인정한 바 있다.

중견국으로서 예멘 사태와 같은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대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도 필요하다. 난민협약에 따라 가급적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우선 목표라는 정치적 수사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배타적 혐오나 인도적 배려라는 감성적 접근에 빠져 난민협약과 난민법의 판단 기준이 가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