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1회 30만원… 취준생 울리는 취업컨설팅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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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정보? 인터넷 ‘취업 꿀팁’
수준! 컨설팅 비용? 1회 30만원 부르는게 값!

취업준비생 불안 심리 악용
등록비 챙긴뒤 부실 서비스
심층적인 컨설팅 강조하며
비싼 특정강좌로 수강 유도

자소서 3~4회 20만~25만원
인성검사·필기시험·면접 등
맞춤형 평균 비용 ‘천차만별’
시험 몰리면 한달 100만원도

올해 3년 차 취업준비생인 임모(30) 씨는 취업용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다.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1차 관문인 ‘서류 통과’에서 번번이 낙방하고 있다. 임 씨는 주변 친구들과 만든 ‘취업 스터디’에서 주로 정보를 얻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자 최근 취업컨설팅 업체를 방문했다. ‘취업이 너무 늦어지면 안 된다’는 주변 권유에 일단 30만 원을 내보기로 했다. 2주 동안 1대1 강습 형태로 전문가에게 ‘취업 자소서 과외’를 받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강습받은 내용은 평소 온라인에서도 접할 수 있는 ‘취업 꿀팁’과 비슷했고, 업체가 홍보하는 전문성도 체감하지 못했다. 그는 위약금을 내고 현재 컨설팅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학 졸업 유예 후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는 이모(여·26) 씨는 인·적성 검사에서 늘 고배를 마신다. 문제를 달달 외우는 방식 외에 노하우를 얻고 싶었던 이 씨는 ‘인·적성 패키지’가 있는 컨설팅 업체를 찾았다. 그러나 기출문제를 정리한 자료집을 받은 것 외에 별다른 전문성은 없었다. 3단계 중 1단계까지만 수강한 뒤 그만뒀다.

청년 실업자 50만 명, 청년 실업률 평균 10.5% 시대.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며 ‘취업컨설팅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블라인드 면접 평가가 도입되고 기업별로 채용 방식이 다변화함에 따라 전문적 취업 컨설팅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취업 준비생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등록비를 챙긴 뒤 부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피해 사례도 만만치 않게 속출하고 있다.

취업 컨설팅이란 취업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인·적성 검사, 필기면접시험 등의 과정을 대비하기 위해 학원이나 과외 형태로 제공되는 교육 서비스를 의미한다. 대학이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청년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사례만 말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편”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사설 취업 컨설팅 업체나 학원의 장점도 있다. 특정 공기업·대기업의 취업 일정에 맞춰 전형의 모든 과정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취업 패키지’ 상품을 제공하며, 축적된 합격자 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합격 모범 사례’를 제공한다. 대규모 강의보다는 개별 맞춤 컨설팅을 통해 구체적 진단을 받을 수도 있다.

피해 사례도 만만치 않다. 28일 한국소비자원의 ‘취업 관련 소비자불만 상담접수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비자상담센터로 총 107건이 접수돼 매년 35건 이상의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 사항 유형을 살펴보면, 계약 관련 내용이 95건(88.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청약철회 관련이 3건(2.8%), 그 외에는 컨설팅 내용에 대한 불만족으로 조사됐다.

적정한 기준 없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컨설팅 비용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서울지역 취업 컨설팅 학원 10곳의 평균 비용을 조사한 결과, 자기소개서는 3∼4회당 20만∼25만 원이 가장 많았으며, 인·적성검사는 3∼4회당 10만∼15만 원이었다. 전공 등 필기시험은 5∼6회당 20만∼25만 원 선이었으며, 면접시험은 3∼4회당 30만∼35만 원 수준이었다.

이를 횟수별로 따져보면 자기소개서나 면접시험의 경우 1회당 약 10만 원 선이었으나 단체 필기시험과 달리 개별 맞춤형 컨설팅이 필요하므로 최소 3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까지 폭이 컸다. 인·적성검사 및 필기시험의 경우 1회당 약 3만8000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취업 준비생들은 수시로 채용에 응시하면서 기업별로 다른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데다 전형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실상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한 대학생은 “시험이 몰려 있을 땐 불안한 마음에 한 달에 100만 원까지도 써봤다”며 “합격이 보장되기만 한다면 큰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합격이 잘 안 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자기소개서 및 에세이 관련 전형 컨설팅을 받는 한 학생은 “자기소개서나 에세이 같은 경우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므로 업체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 돈을 내고 상담을 받으며 부르는 대로 돈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에서는 특정 강좌로 수강을 유도하거나 학원 밖에 가격을 알리지 않는 사례도 있다. 조사 대상 학원의 약 20%는 “처음에 문의했던 강좌보다 비싼 과정을 소개하며 심층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해 특정 강좌 수강을 유도했다. 또 다른 학원의 경우 ‘취업 면접’ 교습비를 34만 원으로 게시했지만, 실제 교습비는 과정별로 30만 원부터 60만 원대까지 다양했다. 교습 과정에 모두 ‘진학 지도’라고만 표시해 실제 운영하는 교습과정이나 과목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엔 이 같은 취업 컨설팅 시장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증가하며 취업 컨설팅 영역이 성형외과나 스피치 학원까지 확대됐다. 인상을 좋게 만드는 ‘이미지 메이킹’ ‘눈매 시술’을 제공하는 뷰티 클리닉도 있으며, 면접시험 대비용 발성 연습, 발음 교정 프로그램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취업 컨설팅이 다양한 영역으로 커지고 업체도 점차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 협업해 학원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 사용 등에 대한 자율시정을 권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소비자가 업체의 전문성, 계약 내용, 가격 정보를 명확히 숙지할 것을 당부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