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골·골 … 광장도 아파트도 뒤집어졌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8일 오전(한국시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거리응원을 펼친 시민들이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독일과의 3차전에서 한국이 승리하자 환호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잠 들었다 골 ~ 함성에 깼다”
광화문 거리응원 열광 도가니
투혼의 선수들에 칭찬 쏟아져

“골이야 골! 독일이 아니라 우리가 넣었어!”

28일 오전 12시 53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선제골이 잠들어 있던 국민들을 흔들어 깨웠다. 이날 2018 러시아월드컵 독일과의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경기 종료 6분을 남기고 추가시간에 터진 김영권의 선제골에 조용하던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순식간에 함성에 휩싸였다. 직장인 윤모(28) 씨는 “이대로 끝나나 싶어 맥이 빠져 있었다. 비디오판독을 하는 내내 마음을 졸이다 선제골이 확정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추가시간 종료 직전 손흥민의 쐐기 골이 들어가자 더 큰 함성이 단지를 흔들었고, 서울 시내 꺼져 있던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조모(41) 씨도 “전반전을 보다 잠이 들었는데 아파트 내 함성에 잠이 깼다”고 말했다.

광화문 거리응원의 현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손흥민이 추가 골을 넣자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거나 서로 부둥켜안은 채 소리를 질렀다. 경기가 끝나고도 한참이나 자리를 떠나지 않은 응원 인파는 파도타기 퍼포먼스를 하면서 승리를 만끽했다. 이날 응원전이 열리지 않았던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도 김영권의 선제골과 함께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삼삼오오 치킨집 등에 자리를 잡고 경기를 보던 시민들은 손흥민의 쐐기 골까지 터지자 거리로 뛰어나와 소리를 지르는 등 분위기가 절정에 달아올랐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거리로 몰려나와 큰소리로 응원가를 부르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팀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 찼던 온라인상에도 선수들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진짜 우리가 원하던 것은 이런 것이었다”며 “탈락해도 괜찮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페널티킥을 제외하고 필드골 1골만 허용한 역대 월드컵 중 최고의 한국 골키퍼”라며 조현우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지난 두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했던 장현수에 대해서도 “수고했다” “고생했다” 등 많은 네티즌이 격려와 위로를 보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축구대표팀의 병역면제를 요구하는 청원이 쇄도했다. 한 청원자는 “스쿠터가 전차를 격파했다”며 “이번 독일과의 승리는 우리에게도 가능성을 확신하게 했다”며 러시아월드컵 출전 선수들에 대한 병역면제를 청원했다.

윤명진·조재연·이희권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