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양국서 높아지는 ‘동맹 불안’ 시급히 불식해야

송영무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28일 오후 회담을 갖고 연합훈련 중단에 따른 대책 등을 협의한다고 해서 ‘동맹 불안’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북핵 폐기 시간표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임에도, 북한 김정은 체제 보장의 대가로 미국의 ‘안보 우산’이 약화하는 조짐이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한·미 훈련 중단 발표에 미 국방부가 소외됐다는 말이 나돌고 있어 더욱 그렇다. 주한미군사령부가 서울을 떠나 경기 평택의 험프리스기지로 이전을 완료함으로써 ‘인계철선’ 역할이 약화하고, 대북 방어에 전념해온 주한미군의 성격도 다소 바뀌고 있다.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한미동맹군’이 아닌 ‘평화유지군’을 요구해왔다.

동맹의 전제는, 상대국의 안보 위협을 자국에 대한 위협과 동일하게 보고 대응할 것이라는 신뢰(한·미 상호방위조약 제2·3조)이다. 이런 신뢰가 무너지면 동맹도 무너진다. 주한미군과 연합사령부가 이를 보증하고, 연합훈련을 통해 방위력과 억지력을 확인한다. 그런데 이런 장치들이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 중단을 발표한 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및 해병대연합훈련(KMEP) 유예가 결정됐다. 한국군은 독자적 훈련도 중단할 태세다. 양국에서 제기되는 우려들이 결코 기우(杞憂)가 아니다.

미 상원에서는 주한미군 철수가 대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명시된 법안이 26일 초당파적으로 발의됐다. 이 법안에는 행정부가 협상 진행 상황을 의회에 30일마다 정기적으로 보고할 의무, 대북 협상이 주한·주일 미군 주둔 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 제출 등도 포함됐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27일 연합훈련 문제와 관련, “규모나 시점, 시나리오도 조정이 가능하지만 칼을 칼집에 넣어두더라도 칼 쓰는 법을 잊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야당을 비롯한 한국의 보수 세력에서도 미국의 안보 공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동맹 불안을 불식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동맹의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재구축하기는 매우 힘들고, 양국 모두에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