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규제·조세 개혁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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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어제 오후에 개최될 예정이던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회의가 갑자기 연기됐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미흡하다면서 연기를 건의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불공단 전봇대’와 박근혜 정부의 ‘푸드 트럭’ 수준의 지엽말단이 아닌 확실한 혁신 방안을 마련하라는 대통령과 총리의 요구가 강력하다.

사실, 어제 논의하려던 ‘인터넷 전문은행’과 ‘개인정보’ 문제는 고용대란 상황에서는 생뚱맞기 짝이 없는 주제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고용이 악화했다는 원성이 높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기업으로선 날벼락이다. 처벌유예는 임시방편일 뿐이고, 원안대로 강행되면 기업은 축소 경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지친 나날을 보낼 미취업 청년 문제는 규제혁신에서도 최우선적 고려 사항이다.

규제는 공무원의 일상(日常)이다. 규제 업무 경력을 활용해 퇴직 후에 더 많은 수입을 챙기는 전직 공무원도 있다. 담합과 일감 몰아주기를 들춰내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했던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퇴직 후 법무법인에 취업해 부과 논리의 약점을 찾아낸다. 공정거래 과징금과 관련된 국가소송의 패소율이 특히 높은 이유를 알 만하다. 최근 공정위 퇴직 공무원이 규제 대상 기업에 재취업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됐다.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무기로 활용되는 규제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현직 공무원의 뇌물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야도 개혁이 시급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관련 비리가 많은 분야도 주목해야 한다.

포괄적으로 광범위하게 규제 대상을 규정하는 포지티브 방식이 문제다. 제외 대상으로 특별히 명시되지 않으면 규제 대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창의적 경영 활동에 장애가 된다. 신기술이 계속 등장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더욱 그렇다. 구체적으로 명시된 사항에 한해 규제하고 그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창업 중소기업이 관련 규제 기관 모두를 별도로 상대하게 할 게 아니라, 해당 규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원스톱(one stop) 서비스를 중소벤처기업부 주관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세금도 부담이 막중한 규제다. 지금까지 규제개혁은 세금 문제는 제외하고 논의했다. 그러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규제와 세금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세제는 명목세율은 높지만 비과세·감면이 과다해 실효 세율이 낮은 문제가 있다. 대부분 조세 감면은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돼 있는데 그 적용 요건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세법에서 아무리 정교하게 규정하더라도 경제 여건이 수시로 바뀜에 따라 규정 해석이 난해한 경우가 계속 발생한다. 세정 운영에서 발생하는 비리 중에는 조세 감면과 관련된 사항이 아주 많다. 감면을 규정하는 세법 개정 관련 정치권 로비도 치열하다. 감면 규정 해석과 관련된 불복 절차를 처리하는 비용의 낭비도 심각하다.

조세 감면을 대폭 줄이는 대신 명목세율을 낮추는 조세개혁이 단행돼야 한다. 불필요한 조세 감면을 줄이면 비리도 줄어들고 납세의무 이행과 관련된 기업의 협력 비용도 줄어든다. 규제와 세금이 줄면 창업이 활발해지고 청년의 사회 진출도 빨라진다. 청년이 좋은 직업을 일찍 얻고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결혼과 출산이 앞당겨져 출산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높은 규제혁신 성과를 바탕으로 국가 경제의 활력을 속히 되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