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의 에어 카페>‘관광명소’ 대신 ‘소확행’ 찾아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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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8-06-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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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라는 마음에 쏙 드는 ‘소확행(小確幸)’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 그 어원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 섬의 오후(1986)’에서 비롯되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먹을 때’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 등 지극히 소소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나 행복을 표현한 것이 화두로 떠올랐고 이것이 최근 확산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한다. 덴마크의 ‘휘게(hygge)’,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calme) 등과도 그 뜻이 맞닿아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유럽 9개국을 열흘 만에 도는 극기훈련 수준의 여행 패키지 상품이 대세였던 것 같은데 요즘 기내에서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여행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그저 그 도시의 그 카페 커피 맛이 좋아서, 단돈 3000원짜리 분짜(쌀국수)가 1년 내내 그리워서,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소박하고 단순한 경험이 여행의 이유가 돼 그곳에 가고 거기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소확행이나 휘게 같은 트렌드가 유행처럼 번지기 훨씬 전부터 나 또한 소소함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런 유의 즐거움이 좋았던 것 같다. 새 책의 첫 장을 열 때 그 사각거림과 종이 냄새가 좋아서 우울할 때면 서점으로 달려가서 책 속에 파묻혀 하루 종일 있기도 했고 한여름 비 오는 날 창문 밖으로 초록 나무들이 물방울에 젖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곤 하였다.

승무원을 하면서 해외에서의 날들이 일상이 되다 보니 유럽의 큰 성이나 박물관 등의 관광지보다는 골목길 산책이 좋았고 그곳에서 작고 예쁜 카페나 숨겨진 맛집을 찾아내면 보물을 찾아낸 듯 기뻤다. 비행 갈 때마다 몇 번이고 그곳을 찾아가서 지금은 주인과 친구가 된 곳도 있다. 한국이 추운 겨울일 때 비행으로 간 여름 나라의 아침 햇살이 새삼 반갑고 소중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하고 우연히 맛본 다른 나라의 음식, 이를테면 ‘쏨땀(그린 파파야로 만든 태국식 무생채)’에 열광해 단순히 그 쿠킹 클래스에 참여하기 위해 태국 치앙마이로 여행을 간 적도 있으니 말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며 거창하지 않다. 여행으로나 취미활동 또는 음식이나 사람들과의 만남 등 일상에서의 행복거리는 늘 우리가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소확행, 작지만 일상에서 실현 가능한 행복이야말로 힘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에너지가 아닐까? 이 지면을 빌려 1년간 직장이라는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경험을 선물해 준 1004팀에게 감사를 전한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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