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즐거운 ‘중년의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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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뭔가를 깨우쳤다. 젊음과 새로움이 동의어가 아니듯,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저절로 어른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마 나는 이대로 완전한 중년이 돼도 20대와 같은 호된 실연을 하고, 10대 소녀처럼 상처받을 테지. 체력은 점점 달리겠지. 나이와 정신과 육체는 점점 불균형해지겠지.”

나오키상, 가와바타 야스나리상 등 일본의 주요 상을 받은 소설가 가쿠타 미쓰요(角田光代· 51)가 중년에 이르러 든 나이 듦에 대한 예감이었습니다.

스물세 살에 데뷔한 가쿠타는 20대에, 많은 청춘이 그렇듯 자신은 중년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20대의 그는 중년 세대는 자신과 같은 젊은이들이 쓴 새로운 소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아저씨 아줌마들이 알 리가 없지’라는 유치한 마음의 방파제였지만, 그런 것이라도 만들어 글을 계속 써나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결혼해 부모가 되고, 자신도 20대 옷이 어울리지 않는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젊음과 새로움이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나이가 조금 더 들자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됐습니다.

이 예감 속에 그가 선택한 ‘중년 대책’은 근처 복싱장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후 그는 헬스클럽 회원이 됐고, 몇 년 뒤에 달리기를 시작했고, 마흔셋엔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합니다.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인디고)는 튼튼한 몸에 튼튼한 마음이 깃든다며 시작한 그의 운동 이야기입니다. 마라톤, 트레일 러닝, 요가, 나이트 하이킹 체험기가 묶여 있습니다. 잡지 연재를 위해 시작한 풀 마라톤은 저자의 몸뿐 아니라 정신과 삶마저 바꿔놓았다고 합니다.

요즘 중년의 운동 에세이가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몸짱 만들기, 다이어트 같은 익숙한 실용 가이드 북이 아닙니다. 대부분 슬슬 나이들어 가는 것을 자각하고 그 대책으로 시작한 운동이 자기 삶을 얼마나 바꿔놓았는지에 대한 잔잔한 고백 담입니다. 중·노년이 모여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건강이니 이런 에세이가 잇따르고 관심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가쿠타는 어른이 즐겁게 운동하기 위한 몇 가지 자세를 조언합니다. 중년의 운동은 청춘의 운동과도 다릅니다. 우선 무리는 금물, 중년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높은 뜻을 품지 않아야 오래 운동할 수 있다’ ‘살빼기 등 뭔가 이득을 얻으려면 좌절이 빨리 찾아온다’ ‘그만두고 싶어질 때쯤 값비싼 도구를 갖춰 마음의 시기를 늦춘다’‘운동이 끝나면 고생한 나에게 포상을 준다’라고 조언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않는다’입니다. 중년의 운동이 가르쳐준 삶의 자세입니다. 268쪽, 1만2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