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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9일(金)
“힘들게 확보한 R&D예산 20兆 예타권, 더 빠르고 깐깐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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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9일 정부과천청사 앞마당에서 과학 정책 소신을 설명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1년만 줘봐라 안되면 다시줄게”
기재부 설득하고 읍소까지 해
위탁형태 탓 간섭여지 있지만
과기부의 가장 큰 변화이자 도전

예산 배분·집행효율성 높이려
과학기술혁신본부 만들어 운용
타당성 조사 정치권 타협 없다


유영민(67)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여전히 의욕이 넘쳤다.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사람들이 나를 가만 놔두질 않는다”고 빡빡한 일정을 탓하는 듯 농담하면서도 사실은 오히려 스스로 그 바쁨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선을 꼼꼼히 챙기는 ‘현장맨’으로 유명하다. 작년에 취임한 지 2주일 만에 대통령 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 조기 실현을 위해 이동통신사 사장들을 잇달아 만났다. 연휴에 우체국과 중앙전파관리소 등 일선 소속기관을 찾는가 하면, 사고 현장도 불시에 깜짝 방문해 부하 직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 19일 정부과천청사 5동 5층의 장관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할 때도 원래 약속했던 시간을 2시간 늦추고 현장을 다녀왔다. 이날은 정부 주도의 보편요금제 시행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날이기도 했다.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통신비 인하 정책은 하나둘씩 실현되고 있다.

유 장관은 노무현 정부 때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이래 기업인 출신으론 두 번째 과기정통부 장관이다. 과학 담당 부처와 정보통신기술(ICT) 담당 부처는 정권의 조직개편에 따라 붙었다 떨어졌다 하며 명칭과 구성이 변해 왔다. 그는 마지막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자 초대 과기정통부 장관이다. 취임식 때 “사랑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직원 여러분” 하며 상처받은 조직 다독이기에 공을 들였다. 적폐청산 대상인 ‘창조경제’로 부처의 존속 자체도 불투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로 거듭나며 과학기술혁신 컨트롤타워와 4차 산업혁명 주무부처란 양 날개로 다시 날게 됐다.

유 장관의 정력적인 업무 수행 스타일은 이미 1년 전 예고됐었다. 그는 지난해 6월 장관으로 내정된 후 7월 10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자마자 다음 날인 11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후 곧장 정부과천청사로 달려와 취임식을 했다. 오후 4시였다.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직원들이 갑자기 강당으로 모여 달라는 안내방송에 웅성웅성 발걸음을 옮기던 장면이 기억났다.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취임사를 꺼내 봤다. 제법 많은 약속이 실현됐다. 무엇보다 20조 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권한을 기획재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점이 눈에 띄었다. 정부 부처 중 유일하다. 예타는 사회간접자본(SOC), R&D 등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재정 당국이 예산편성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 전에 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검증·평가하는 절차다. 경제성뿐 아니라 기초과학 진흥 등 장기적 관점을 고려하거나 신속한 혁신적 연구를 독려해야 하는 과학 분야 R&D 예산의 특성상, 과기정통부가 전문적 시각을 갖고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관철됐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만큼 어려운 과제였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이를 제약하는 많은 부대조항으로 인해 ‘반쪽’이란 불만을 샀다. 과기정통부의 예타 독립도 조사 권한의 완전 이관이 아닌 위탁 형태인 데다, 언제든지 기재부가 간섭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놔 비슷한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타협했다”고 솔직히 인정한 후, “하지만 뺏어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라고 자부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시작해 대기업 정보화담당임원(CIO)을 거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등 주로 ICT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력 때문에 과학계가 처음에 좀 근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지켜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학을 잘 아는 현장 출신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과 예타 독립 ‘쟁취’ 이후 기초연구 지원, 연구자 중심의 R&D 규제 혁파 등 성과가 하나둘씩 나타나자 믿음도 함께 쌓여 가는 중이다.

―취임 1년이 다 됐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큰 업적은 무엇이라고 자평하는지.

“1년이라는 데 방점을 안 둔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일은 계속된다. 끝이 없다. 장관이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건 긴 호흡으로 R&D 기반을 튼튼히 하는 일이다. 그래서 딱히 뭘 완전히 끝낸 것도 없고, 못해서 후회스러운 것도 없다. 여정 중의 하나다. 엔드리스, 끝없는 변화와의 싸움이다. 내가 장관을 떠난 뒤에도 바탕을 닦아 놓은 성과가 다음 사람에게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 대체로 과학기술 쪽이 그렇다. 누가 와도 그 바탕 속에서 실행한다고 할까. 한 사람이 와서 완성하는 그런 단절된 게 아니다. 우리 부처에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이 같이 있는데, 시간을 쓰는 게 5대 5가 아니다. 7이나 8을 과학기술에 쓴다. 근본적인 문제다. 기초과학은 정말 튼튼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성과지향형 챌린지가 많았다. 이쪽에 젊은이들이 오게 하고, 그 일에 열정과 보람을 갖고 일생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연구에 몰입하는 데 방해되는 장애물을 걷어내 줘야 한다. 연구 외적인 스트레스는 안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자가 주도하는’, 이런 구호를 오랫동안 외쳤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연구자 주도 연구가 아니다. 평가 등을 포함해 연구자에게 부담을 많이 주는 시스템이지. 불필요한 페이퍼워킹(보고서 작성), 종이영수증 붙이기, 도제식 연구, 이런 게 그대로 남아 있다. 튼튼해야 할 기초과학에 젊은이들이 인생을 걸고 도전할 만한 환경을 못 만들어주는 거다. 걷어내야 할 장애물이 여과 없이 막 현장에서 나오는 문화를 바꿔 주는 게 큰일이다. 각 연구 현장에 가서 이야기를 듣고 부딪히고 해야지. 다음 주에도 연구원 노조 대표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피하면 안 된다. R&D는 기초 말고도 응용개발 쪽은 산업·기업하고 같이 굴러가야 하는데 이게 상당히 따로 놀고 있다. 산학연 프로그램도 많은데 단절돼 있다. 응용개발 쪽은 순환이 빨라야 한다. 특히 인적 순환, 연구와 기업 쪽을 들락날락해야 한다. 연구기관에서 정년이 다 되도록 계속 있는 게 바람직한가, 이런 테마들은 시간을 갖고 오랫동안 생각해 봐야 한다.”

(유 장관은 대변인실에서 써준 모범 답변자료를 보지도 않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자료에는 ‘첫째, 연구자 주도의 창의적·도전적 기초연구를 2배 이상 확대하고, 신진 연구자의 조기 정착을 지원해 과학기술 기초체력을 강화했다. 둘째, 낡은 R&D 규제를 연구자 중심으로 혁파하고 기획-선정-평가-보상 전 과정을 혁신했다. 셋째, R&D 예타 제도를 개선해 유형에 따라 조사방식을 차별화, 절차를 간소화, 조사기간을 평균 1년에서 6개월로 절반 단축’이라고 적혀 있었다.)

―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민간연구소의 인적 교환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필요하다고 본다. 매년 이공계 학·석사 출신 4만 명이 취업을 못 한다. 기업에서 소화해야 하는데, 그들은 당장 준비된 사람만 뽑으려 한다. 그런 사람들을 출연연이나 학교연구소 같은 데서 뽑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정부가 키워서 보내는 거다. 그래서 추가경정예산에 대학과 출연연 프로그램을 연계해 놨다. 5000명 정도가 일자리를 얻는다. 키워서 민간에 내보내고, 민간에서 들어오고 그런 순환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런 분야의 기술과 시장은 굉장히 빨리 변한다. 빠른 쪽은 연구기관보다 기업이다. 생존 문제니까 그렇다. 단기간 내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기틀을 만들고 프로그램이 정착되면 누가 오더라도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겠는가.”

―최근에 기초연구진흥 종합계획 공청회가 열렸다. 곧 확정되는데, 내용을 보니 연간 기본연구비를 5000만 원 준다는 게 있었다. 자칫 기본소득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인데, 연구비가 복지제도처럼 최소생계비를 보장해 준다는 오해를 살 수 있지 않을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팁인데, 그럴 수도 있겠다. 다만, 의미는 그것과는 좀 다르다. 기초연구 쪽은 도제식 시스템이다. 선택받지 못하면 그조차도 진입하기 어려우니 최소한 몇 년간 소프트랜딩이랄까, 그 사람이 자리 잡기까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정도의 개념이다. 경력단절여성들의 재취업도 굉장히 중요한데, 출산 직후 몇 년 동안 도와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처음 진입한 뒤 사람이 몇 년 쉬면 재진입이 더 어려워진다. 그런 부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과학 분야는 바로 경력을 쌓지 않고 단절되면 세상이 많이 달라진다. 도태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 것인데, 오해가 있을 수는 있겠다. 현 정부가 사람 중심의 삶을 강조하지 않나. 그동안 과학기술 분야는 과학자들만의 리그였다는 반성과 문제 인식이 있었다. 미세먼지, 녹조, 환경뿐 아니라 지진, 홍수 이런 문제가 생기면 각 부처가 그 제목을 갖다가 꼭지 잡아 예산을 쓴다. 국가 전체 재정을 보면 가랑비에 옷 젖는 수준이다. 그걸 모아 그동안 미세먼지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나. 소방 현장의 안전 문제는 R&D에 얼마나 연결됐나. 반성할 부분이 많다. 과학자들이 R&D라고 해서 그들끼리만 노는 것,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목표는 국민 삶과 밀착된 과학이다.”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9일 정부과천청사 집무실에서 기초과학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국민생활(사회)문제 해결 종합계획이 공개되는데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이번 계획은 개별 부처에서 진행해 오던 국민생활문제 해결을 위한 R&D 계획을 통합적으로 연계하는 범부처 종합계획이다. 재난재해(행정안전부), 감염병(보건복지부), 환경(환경부) 등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해 각자 노력 중이지만 자칫 기술개발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복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범부처 협력 체계를 만들고,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민간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체계를 만들고자 한다. 라돈 침대라든가 미세먼지 같은 피부에 와 닿는 걱정거리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드리려는 것이다.”

―기재부의 예타 권한을 받아와 올해 처음으로 내년 국가 R&D 예산을 직접 심사하기 시작했다. 절반의 성공이란 비판도 있다. 예타 권한을 위탁받아 하는데, 기재부가 예타 방법과 절차를 사전에 상의하고 결과도 평가하도록 돼 있다. 말은 독립적이지만 일종의 원청-하청처럼 느껴진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점차 독립성이 높아질까.

“허허, 예리하다. 맞는다. 타협을 봤다. 하지만 뺏어왔다는 게 그 자체로 엄청난 변화다. 내가 별의별 방법을 다 생각했다. 압력도 행사하고 설득도 하고, 읍소도 했다. 마지막엔 ‘일단 줘봐라. 1년만 줘봐라. 우리가 평가하고 안 되면 돌려줄게’라고 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우리가 준비 안 된 측면도 있었다. 원론적으로 옳다고 생각했지만,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분위기가 조성되고 공론화됐을 때 안 가져오면 영원히 못 가져온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도 있었다. R&D 예산이 각 부처에 흩어져 있으니 문제를 해결하는 흉내만 낸다.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고 예산 배분과 집행의 효율을 높이려고 혁신본부를 만들었다. 예타 등 예산에 대한 통제권 없이는 혁신본부의 설립과 존재 의미가 없다. 그래서 가져와야 한다. 예타에 대해 혁신본부장이 잘하고 있다. 각 부서를 상대로 사전 컨설팅도 해주고, 절차를 투명하게 홈페이지에 공개한다더라. 딱 두 가지만 주문했다. 첫째, 빨라졌다는 걸 인정하게끔 해달라고. 무조건 6개월에 끝낸다. 둘째, 더 까다로워졌다는 얘기를 들어야 한다. 과기정통부로 예산을 갖고 왔더니 더 까다롭다, 그 얘기를 많이 듣는데 좋은 일이다. 기재부에 권한이 있을 때는 골고루 나눠주는 거니 정치권과 타협도 있을 수 있지 않나. 하지만 우리는 재무적인 것, 세상 변화에 따른 기술적인 것, 오직 그런 부분만 따지라고 했다. 이번에 기초연구를 포함해 순수 R&D 예산이 줄었다. 1.1% 늘어 19조7000억 원이 됐는데 물가상승률 3%, 인건비 인상분을 빼면 순수 R&D는 줄었다고 봐야 한다. 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허리띠 졸라매고 배고픔이 있을 때 제대로 써야 한다는 도전의식이 생기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잘못 쓴 부분도 있다. 이렇게 모자랄 때 효율적으로 잘 쓰는 모습을 보이면 예산은 늘어나게 돼 있다. 밖에서 늘 국내총생산(GDP) 대비 4%대 초반의 세계 2위 예산을 퍼붓는데 뭘 했느냐고 비판한다.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혁신본부가 중요해진 것이고 예타도 까다로워진 것이다. R&D 관련 예산은 다른 부처, 예를 들어 복지부에서도 다 참견한다. 내놔라, 같이 내용에 담자, 협업하자 한다. 내년 R&D 예산은 이제 20조 원 시대를 열었으면 한다.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 기재부에서 다시 못 가져간다.”

―이 정부의 원자력발전 정책 이야기를 해보자. 국내에서 대형 상업 원전은 물론이고, 소형 스마트 원전이나 실험용 원전까지 올스톱 상태인데, 수출은 장려한다고 한다. 이렇게 투웨이로 가는 게 맞는 건가.

“내가 거기 관해선 할 얘기가 없다. 원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이고, 우리는 R&D 측면에서, 에너지 측면에서, 미래 에너지가 어디로 갈 거냐는 관심이 있다. 예컨대, 핵융합 같은 것.”

(술술 답변을 이어가던 유 장관은 원전 이야기가 나오자 입을 닫았다. 올해 카이스트 원자력학과 전공 선택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후폭풍은 거세다. 과학자들, 특히 원자력학계의 원로들은 미래 에너지 수급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아직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예민한 이슈에 깊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느껴졌다. 유 장관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대상에 올라 디지털소통위원장을 지냈다. 부산 해운대갑 지역구에 출마해 당시 새누리당 하태경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으나 41%의 득표율로 정치 신인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과학 정책에 관한 소신이 있다면.

“과학의 대중화가 필요하다. 이건 심각하다. 과학 문제는 국민의 삶 옆에 함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너무 멀다. 그래서 장관직에서 떠난 뒤엔 시골 학교를 돌아다니며 과학전도사가 되고 싶다. 내가 이 나이에 직접 구연동화도 하고.(웃음) 실·국장과 차관들에게도 현장에 다녀라, 팟캐스트 방송도 해보라고 한다. 과학이 국민 눈높이로 전달돼야 한다. 우군을 만들어놔야 한다. 한국형 발사체를 시험발사하는데, 왜 발사하며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국민과 호흡해줘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이번에 월드컵 16강을 간절히 기원했듯, 그렇게 해야 실패해도 박수 쳐 준다. 우리는 그런 게 다 생략됐다. 쏘는지 안 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고흥(나로우주센터)에 직접 갔다. 과학자들에게 개그맨도 부르고 스피치 잘하는 사람을 불러 교육받으라고 했다.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과학, 이게 생활밀착형·체감형 정책이다. 국민과 함께 웃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공감의 과학이 필요하다.”

―오늘 국무회의에서 이동통신 보편요금제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동안 이통 3사들과 옥신각신했는데, 결과에 만족하나.

“가계통신비 인하에 노력해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올리고, 65세 이상 기초생활연금 수급자 할인에다 보편요금제 8000억 원의 혜택까지 추가하게 됐다. 이통사 CEO들한테 ‘쟁이들끼리 얘기하자’ 이랬다. 앞으로 통신 시장이 어떻게 갈 것 같으냐, 통신요금이 어떤 구조로 갈 것 같으냐 이런 얘길 했다. 내년에 5G가 상용화되면 전화요금 받는 시대는 끝난다. 결국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대가를 받게 된다. 음성, 문자 이런 게 아니라 디지털 중심으로 옮아간다. 내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아예 전화요금을 받지 않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런 얘기다. 서비스 쪽으로 요금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서비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많이 내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간에 그런 흐름은 공유 내지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 내수시장에 더 이상 먹을 게 없으니 돈 빼먹지 말고, 글로벌 경쟁을 하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방송·통신 융합을 한번 보자.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체 CJ헬로비전을 합병하려던 것을 시장 독점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무산시킨 게 2년 전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같은 오버더톱(OTT) 업체와 전통 미디어가 융합하는 추세다. 콘텐츠 제작과 망 유통까지 단일 주체에서 다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일일이 칸막이를 나눠 놓고 3개 부처가 규제만 한다.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위 3개 부처가 걸려 있다. 공정방송도 좋지만 통신의 산업적 측면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종적으로 결정은 과기정통부가 한다. 지금 흐름도 그렇고 앞으로 방송·통신, 인터넷의 경계가 모두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 시장은 살아 있는 생물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연초에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 시도도 있었다. 한번 물꼬가 터지면 시장 안에서 서로 인수·합병이 일어날 텐데,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과거처럼 경직돼 있지는 않다. 내 생각은 좀 강하다. 어느 부서 일이고를 떠나서,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을 잠깐 멈추고 방향은 틀 수 있지만 흐름 자체는 막을 수 없다.”

―우주개발 등 거대과학 분야의 해묵은 쟁점도 태스크포스(TF) 운영을 통해 정리했다던데.

“지난 정부의 우주개발 정책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새 정부 5년간의 우주개발 정책의 추진 방향과 2040년까지 장기비전을 올 2월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이란 이름으로 발표했다. 오는 10월 우리나라 우주기술 자립을 위해 독자적으로 한국형 발사체(로켓) 시험발사가 예정돼 있다. 물론 본 발사는 2021년이다. 올해는 발사체의 핵심 기술인 75t급 엔진과 부품의 안정성을 점검해 보기 위해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말 그대로 시험적으로 한번 쏘아보는 것이다. 국민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기대한다. 또 하나, 기초과학원(IBS)의 주요 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 건설이 지지부진해 TF를 만들어 재정비했다. 서울대병원이 750억 원을 분담하며 참여해 사업을 정상화시켰다. 2023년 부산 기장에 구축을 완료하고 이르면 2023년 말쯤 개원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공무원을 아껴줬으면 좋겠다. 나는 민간에서 왔다. 공무원이 욕을 많이 먹는다. 공무원들을 잘 알지 않나. 공부 잘해서 고시를 패스해 주어진 권한하에서 열심히 일한다. 사무관도 예산 수천억 원을 주무르는 사람들이다. 잘한다 잘한다 해서 정책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 어려운 고시로 뽑아 놓고 너무 쉽게 흔들리게 만든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도덕적인 뒷받침도 해주는 게 국가의 책무다. 이 사람들이 시키는 거 하는 데는 익숙하다. 벌을 받는 데도 익숙하다. 그런데 창의성이 들어가면 오히려 후퇴한다. 생산적·창의적이어야 하는데 시키는 대로 하고 기록 남기는 건 베스트다. 그래서 내가 공부하고 아이디어도 내고, 정책을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의시간을 대폭 줄이고 업무를 혁신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토·일요일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월요일 회의 때문에 일요일에 나오더라. 그래서 월요일 회의를 오후로 옮겼다. 보고서 없이 회의를 했다. 정착되고 난 뒤 오전으로 다시 바꿨다. 토·일요일에 일하는 게 없어졌다. 휴가도 다 가도록 하고. 공무원들이 소신과 사명감을 갖고 가치 있게 일할 수 있도록 관대하게 허용하자. 여전히 안타깝다.”

인터뷰 = 노성열 부장(경제산업부) nosr@, 정리 =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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