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수열 네오스타마린타임㈜ 대표가 지난 9일 제주 블랙스톤 골프클럽 연습그린에서 짧은 거리 퍼팅을 성공시키고 있다.
박수열 네오스타마린타임㈜ 대표
즐거운 ‘명랑 골프’ 도 좋지만
18홀 긴장 ‘익사이팅 골프’ 선호
“예측 어려운 변화무쌍한 골프
늘 같은 결과 나오면 재미 반감”
‘골프 CEO’과정후 실력 급성장
블루티서 7 ~ 8오버 치는 ‘싱글’
아직도 240m 날리는 장타자
파17·이글1개 2언더가 베스트
박수열(60) 네오스타마린타임㈜ 대표는 해상 중개업에 종사하는 ‘브로커’다. 브로커란 단어는 부정적 이미지로 비칠 수도 있지만, 해상 운송 분야에서는 화주와 선주를 이어주는 꼭 필요한 존재다.
박 대표는 목포해양대 항해학과 출신으로 최연소 1급 항해사 자격을 획득했고 영국 웨일스대에서 석사학위(국제운송학)를 받았다. 특히 한국인 최초로 국제해운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해운중개사 자격(Member of Institute Chartered Ship broker)을 취득했다.
박 대표를 지난 9일 제주 블랙스톤 골프클럽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휴가를 내고 3번째로 클럽챔피언전에 도전했지만 올해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 대표는 블루티에서도 평소 7∼8 오버파 이내로 치는 실력파. 지난 4월에는 올해 최고인 1오버파 73타, 얼마 전엔 2오버파 74타를 쳤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껴 올해에는 기대를 안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박 대표는 “챔피언전에만 나오면 긴장한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타이틀이 걸리다 보니 테크닉뿐만이 아니라 멘털과 다른 알파 요인도 작용하는 것 같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박 대표는 2010년 경기 용인 골드CC 마스터코스에서 2언더파 70타까지 쳤다. 언더파였음에도 그날 버디는 단 1개도 없었다. 17개 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했다. 사실 홀마다 버디 기회는 많았지만, 그날따라 퍼팅이 속을 썩인 탓에 파 행진을 벌이던 참이었다. 하지만 9번 홀(파5)에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아 베스트 스코어를 작성할 수 있었다. 이 홀에서 2온시킨 뒤 만만치 않은 15m짜리 퍼트를 집어넣어 이글을 뽑아냈다. 이전까지 이븐파까지는 여러 차례 기록했지만, ‘언더파의 벽’은 처음 넘었던 것. 화이트티가 아닌 블루티에서 주로 친다는 박 대표는 예전에 한 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만들어낸 적도 있다.
박 대표는 1990년 그리스 선박회사에서 근무하다 싱가포르 지사장으로 발령받으면서 골프를 알게 됐다. 몇 년 뒤 사표를 낸 뒤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골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골프에 입문한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과 학교 동창인 데다 기량도 엇비슷해 골프장에 함께 자주 다녔다. 영국에서 석사 공부를 마치고 1994년 한국에 들어온 박 대표는 38세이던 1996년 서둘러 창업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굴지의 선박회사를 그만둔 것은 돈에 대한 절박함이 앞섰기 때문. 박 대표 부친은 직업군인이었으며, 퇴직금을 사기에 걸려 날렸고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됐다. 2년 전 세상을 뜬 어머니가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가정을 꾸렸다.
박 대표가 해양대에 진학한 건 졸업한 뒤 곧바로 취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돈 없이 맨손으로 할 수 있었던 해운중개업을 선택했다. 해운중개업은 기초 거래정보를 바탕으로 전체 해운 시황을 판단하고 예측하는 고급 정보 생산이 가능하다. 해운기업, 조선기업, 해운투자자 및 정책당국 등에 필수지식을 제공하는 지식산업이다. 박 대표는 해운중개인을 통해 선박과 화물주를 연결하고 운임의 1.25%를 커미션(수입)으로 받는다. 500만 달러짜리 운임이면 6만 달러 정도를 받는 셈인데 월 5건만 처리해도 30만 달러를 번다. 해운중개업은 전 세계 화물 물동량을 꿰고 있어야 하고, 동원 가능한 선박에 관한 정보가 요구된다. 22년째 해운중개업을 해온 박 대표는 소수 정예 전문가 8명을 채용했고, 이 중 억대 연봉자는 절반이나 된다. 예전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던 날 리스크가 커지면서 운임이 t당 50달러에서 6배까지 치솟았다. 이 덕에 3만 달러 수준이던 커미션을 18만 달러까지 받기도 했다. 간혹 선박 매매에 관여하기도 하고, 운임이 오를 경우를 대비해 장기 용선을 원하는 화주를 연결해주는 업무도 한다.
업무 특성상 정보력과 인맥이 중요하다. 박 대표는 선주와 화주를 자주 만나는데 골프가 ‘매개체’다. 지금도 접대골프는 많은 편. ‘땡그랑’ 소리가 날 때까지 엄격하게 룰을 적용한다. 동반자, 접대받는 사람들은 처음엔 섭섭한 표정을 짓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항상 최선을 다하는 박 대표의 꾸준함에 매료돼 그를 더욱 좋아하게 된다.
박 대표는 여전히 40대 못지않은 장타를 날리고 있다. 드라이버로 230∼240m 보낸다. 가끔 프로를 찾아가 원포인트 레슨을 받는다는 박 대표는 한 대학의 ‘골프 CEO 과정’을 경험하면서 지금의 기량을 쌓을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80대 중반, 대개 90타를 넘겼던 박 대표는 골프 CEO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실력을 다듬었고 안정적인 70대 스코어에 진입하게 됐다.
박 대표는 뜻하지 않은 사기 골프에 휘말리기도 했다. 부부동반으로 5팀이 인도네시아 발리로 골프여행을 떠났다. 그때 만난 일행이 커피에 약을 섞었고, ‘약 커피’를 마신 탓에 박 대표는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 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일행에게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말하고 이틀 만에 귀국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큰 피해를 피했다.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더니 말로만 듣던 사기 골프의 전형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박 대표는 동반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명랑골프’도 좋아하지만, 정한 규칙대로 18홀에 집중하는 ‘익사이팅골프’를 더 좋아한다. 박 대표는 이로 인해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 ‘스코어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박 대표는 “골프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결과가 나오는 운동”이라면서 “명랑골프로 인해 매일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재미는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중하고, 좋은 스코어를 작성하는 게 골프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글 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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