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껌 함부로 버리는 습관 여전… 보도블록에 눌어붙으면 제거 힘들어

엊그제 보도블록 교체 현장을 지나갔다. 어르신 한 분이 “왜 멀쩡한 보도블록을 바꾸느냐. 이런 돈이 있으면 우리 골목 포장이나 해주지. 몇 년째 민원을 넣어도 꿈쩍도 안 한다”며 공사 인부에게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콧등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인부는 “우리가 뭘 압니까.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할 뿐인데… 바닥에 껌딱지가 하도 많아 보기가 안 좋다고 합디다”며 어르신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손놀림이 바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아닌가?’ 어르신의 심정이 충분히 헤아려졌다. 그날 이후 길을 걸으면서 바닥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까맣게 눌어붙은 껌딱지들이 마치 돌에 새겨진 문양처럼 보였다. 특히 버스 정류장과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 주변이 심했다. 지하철역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는 승강장 바닥에 눌어붙은 껌딱지를 떼어내는 데 시간을 많이 뺏긴다고 한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잘 떨어지지도 않는단다.

입안에 넣은 껌은 달콤한 맛과 향으로 소화효소를 분비시켜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옆 사람과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기호식품이지만 뒤처리에 따라 귀천이 달라진다. 조금만 신경 쓴다면 남의 구두 밑창에 눌어붙어 종일 불쾌감을 주지도 않을 것이며, 보도블록 교체비용에 드는 귀한 세금도 절약할 수 있지 않은가.

노청한·서울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