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승부’의 끝…‘수문장 싸움’서 갈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수바시치(왼쪽), 데 헤아(오른쪽)

러 ‘야신의 후예’ 아킨페예프
승부차기서 2개 방어 ‘포효’
스페인 최고 골키퍼 데 헤아
1개의 슛도 못막고 고개떨궈

크로아티아 수바시치 맹활약
승부차기 3개 막고 8강 이끌어
덴마크 슈마이켈도 2개 차단
졌지만 경기중 선방 ‘MOM’

16강전부터는 지면 짐을 싸야 한다. 연장전까지 120분간 우열을 가리지 못하면 승부차기로 승자와 패자를 가린다. 2일 오전(한국시간) 끝난 2018 러시아월드컵 러시아-스페인, 크로아티아-덴마크의 16강전은 승부차기, 그러니까 ‘수문장 싸움’에서 희비가 갈렸다.

러시아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끝난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1-1로 비겼고, 러시아월드컵에서 첫 번째로 펼쳐진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러시아는 슈팅 6-25, 유효슈팅 1-9, 점유율 25%-75% 등 경기내용에서 스페인에 밀렸다. 하지만 러시아엔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CSKA 모스크바)가 있다. 아킨페예프는 선방 9개, 그리고 승부차기 2개를 막아내는 철벽 방어력을 뽐내면서 러시아를 8강으로 이끌었고 경기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특히 스페인의 특급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맞대결에서 압승했기에 아킨페예프의 ‘선방쇼’는 더욱 돋보였다. 데 헤아는 이날 선방을 1개도 남기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도 러시아의 슈팅을 한 번도 막아내지 못했다.

아킨페예프는 4년 전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한국과의 1차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간단히 처리할 수 있었던 이근호(울산 현대)의 중거리 슈팅을 놓쳐 득점을 허용했고 이로 인해 ‘기름손’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하지만 러시아월드컵에선 ‘거미손’에 비유된다.

아킨페예프는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를 포함해 4게임에서 선방 14개(4실점)를 남겼고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선 3번째 키커 코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5번째 키커 이아고 아스파스(셀타 비고)의 슛을 막아냈다. 개최국 러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지만, 아킨페예프를 앞세워 10위이자 우승후보로 꼽힌 스페인을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이던 1966 잉글랜드월드컵에서 거둔 역대 최고인 4강까지 넘보고 있다. 러시아는 1991년 소련이 해체된 뒤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없다. 돌풍의 주역 아킨페예프는 러시아의 전설이자 러시아월드컵 포스터의 주인공 레프 야신의 뒤를 잇는 수문장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야신은 1966년 당시 소련 소속으로 4강까지 이끌었고 1960 유럽선수권대회와 1956 멜버른올림픽 우승에 앞장섰다.

반면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는 데 헤아는 4경기를 치르면서 유효 슈팅 7개 중 6실점을 허용했고 승부차기에서 단 1개의 슛도 막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니즈니노브고로드스타디움에서 열린 또다른 16강전에서 크로아티아는 덴마크와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겨 20년 만에 8강에 진출했다.

크로아티아 골키퍼 다니옐 수바시치(AS 모나코)는 승부차기 3개를 막아냈다. 수바시치는 덴마크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1번째 키커 크리스티안 에릭센(토트넘 홋스퍼)의 오른발 슈팅을 깔끔하게 처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슈팅 방향을 정확히 읽고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 수바시치는 공을 막아낸 뒤 두 손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수바시치는 또 4번째 키커 라세 쇠네(아약스), 5번째 키커 니콜라이 예르겐센(페예노르트)의 슈팅을 모두 막았다. 덴마크 골키퍼 카스페르 슈마이켈(레스터시티)도 크로아티아의 1번째 키커 밀란 바델(피오렌티나), 4번째 키커 요시프 피바리치(디나모 키예프)의 슈팅을 막아냈고 경기 중엔 수바시치(2개)보다 많은 7개의 선방을 남겼다.

슈마이켈은 또 연장 후반 11분 크로아티아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킥을 막아내기도 했다. 슈마이켈은 활약을 인정받아 MOM으로 선정됐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