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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02일(月)
사이비 보수, 재건 주체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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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보수 이념과 가치 體化 못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
자유한국당은 사이비 보수黨

포용과 창의 중시하는 보수는
4차산업시대 열어갈 미래가치
정치권 밖 보수세력 역할 중요


#1. 자유한국당은 사이비 보수 정당이다. 보수의 이념과 가치 체계를 체화하기는커녕 이해조차 못 했다. 반북과 친미를 핵심으로 삼은 냉전적 사고에 매몰돼 있었고 대기업과 지역주의 등 기득권 보호 정책을 답습했다. 이런 과정에서 효율, 성장, 경쟁과 같은 보수의 전통적 가치는 실종됐다. 대한민국이 처한 국내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공정성 제고와 양극화 해소, 지방분권 확대 등의 새로운 시대정신이 요구됐지만 이를 인식하지도 못했다.

더구나 한국당은 이런 정치·정책 역량 이전에 보수의 기본 덕목인 ‘책임’조차 외면했다. 보수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지만 자유로운 경쟁과 결과의 불평등을 인정한다. 패배하면 결과에 책임을 지고, 승리의 과실을 누리면 상응하는 사회적 기여를 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39세 젊은 나이에 보수당 대표가 돼 고사 직전의 보수당을 이끌고 13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실패하자 책임을 지고 정계를 은퇴했다. 대표에 오른 지 10여 년 만이고 50세에 불과했지만 “저도 한때는 미래였습니다”라는 명언을 남기고 떠났다.

#2. 한국당의 6·13 참패는 보수의 몰락이 아니며 보수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60일 만에 치러진 2017년 대선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진보(27.7%), 보수 (27.1%), 중도(38.4%)로 이념적 균형을 맞췄다. 6·13 선거에서 범진보 득표율이 61.9%를 기록한 반면, 범보수 득표율은 35.6%에 그친 것은 보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대선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이비 보수 정당에 대해 질책이었다.

보수의 유용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마이클 하워드 영국 보수당 대표가 2004년 신문 광고를 통해 밝힌 보수주의에 대한 16개의 신조가 꼽힌다. △국민은 커야 하며 정부는 작아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모든 국민은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책임 없는 자유는 없으며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나는 믿는다. △불공평은 우리를 분노하게 하며 기회균등이야말로 중요한 가치임을 나는 믿는다. 보수는 한국당이 보여준 것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기득권 수호의 논리가 아니다. 진정한 보수는 공정성을 지향하며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포용적 이념이고, 개인 창의력과 민간 자율성을 보장하는, 4차 산업시대에 조응하는 미래지향적 가치체계다.

#3. 한국당은 보수 재건의 주체가 될 자격도, 능력도, 의지도 없다. 한국당 현역 의원 중 2016년 총선, 박 전 대통령 탄핵,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워드 대표같이 보수주의의 가치와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호소할 중진·원로도 없고, 캐머런 전 총리같이 환골탈태를 주도할 참신한 인물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한국당이 보수 재건에 기여할 유일한 길은 현역 의원 전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당을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보수 세력에게 정치적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2020년 총선까지 계파 간 당권 경쟁과 공천 보복 같은 구태를 되풀이하면서 겨우 명맥만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국민 지지를 회복할 수준으로 당을 혁신하려면 중진·원로 의원들은 정계를 은퇴해야 하고, 상당수가 ‘박근혜 키즈’인 초·재선 의원들도 공천에서 탈락하는 등 정치권에서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정치권 밖의 젊고 미래지향적이며 책임감 있는 보수세력이 나서야 한다. 그간 정치권 밖 보수 세력들도 자기희생 없이 기득권을 누려왔다. 이제부터라도 재정 지원이든, 자원봉사든, 조직활동이든, 정치참여든 자발적으로 나서 보수 재건의 주체가 돼야 한다. 머뭇거리다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주체세력을 바꾸는 것이 정치하는 목적이라는 점을 수차례 밝혀왔고 이미 사회 각 분야에서 실행에 들어갔다. 대한민국의 발전 전략과 그 성과를 부정하는 정부에서 보수세력은 기득권을 유지할 수 없다. 나아가 검증되지도, 견제받지도 않는 국정운영이 계속되면 기득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e-mail 박민 기자 / 정치부 / 부국장직대겸 정치부장 박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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