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개최국만 만나면 ‘無勝함대’… 70위 러에 침몰

- 월드컵 이변의 드라마 속출

스페인, 승부차기 끝 3-4 패
‘거미손’ 데 헤아 1골도 못막아
개최국과 4차례 만나 勝 없어
러시아, 48년만에 8강 ‘경사’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파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 4위 포르투갈, 5위 아르헨티나, 8위 폴란드에 이어 10위 스페인마저 탈락했다.

스페인은 2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끝난 16강전에서 개최국이자 랭킹 70위인 러시아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했다. 스페인은 월드컵에서 개최국에 승리하지 못하는 기분 나쁜 징크스를 계속 안게 됐다. 스페인은 월드컵 개최국과 4차례 만나 2무 2패에 그치고 있다. 유럽축구선수권 등 메이저대회로 따지면 개최국에 9경기 연속 무승(4무 5패)이다.

스페인은 1934 이탈리아월드컵 8강전에서 이탈리아와 1-1로 비긴 뒤 재경기에서 0-1로 패했고, 1950 브라질월드컵 4강전에서 브라질에 1-6으로 참패했다. 2002 한·일월드컵 8강전에선 한국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5로 무릎을 꿇었다. 승부차기 패배는 공식 기록에선 무승부로 남는다. 스페인은 또 1986 멕시코월드컵 8강전에서 벨기에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진 것까지 포함해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로 3경기 연속 고개를 숙였다. 반면 러시아는 32개국 중 FIFA 랭킹이 가장 낮으면서도 구소련 시절 1970 멕시코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뒤 48년 만에 8강에 진출했다.

러시아는 전반 12분 자책골을 허용했다. 프리킥 상황에서 스페인의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를 막다 넘어진 수비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CSKA 모스크바)의 뒷발에 공이 닿은 뒤 러시아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전반 41분 아르툠 주바(아르세날 툴라)가 페널티킥을 넣어 연장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러시아월드컵 1호 승부차기가 연출됐다. 양 팀 모두 2번 키커까지 골을 넣어 2-2. 러시아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CSKA 모스크바)는 스페인의 3번째 키커 코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오른발 슈팅 방향을 정확히 읽고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다. 러시아는 4번째 키커까지 모두 성공했고 아킨페예프는 스페인의 5번째 키커 이아고 아스파스(셀타 비고)의 왼발 슈팅을 왼발로 막아 러시아에 승리를 안기며 경기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반면 스페인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승부차기에서 한 번도 선방하지 못했다.

스페인의 패배를 AP통신은 ‘티키타카의 종말’로 표현했다. 티키타카란 스페인어로 짧고 강한 패스를 쉴 새 없이 주고받으면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걸 의미한다.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이다. 스페인은 특유의 짧고 강한 패스를 정신없이 주고받으며 점유율에서 75%-25%로 압도했다. 스페인은 1966 잉글랜드월드컵에서 경기 자료를 수집한 이래 한 경기 최다인 1137개의 패스(1029개 성공)를 남겼고 패스 성공률은 91%에 이르렀다. 러시아는 오는 8일 오전 3시 소치의 피시트스타디움에서 크로아티아(20위)와 8강전을 치른다. 크로아티아는 덴마크와 1-1로 비긴 뒤 역시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