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공약 남발 후폭풍…‘지속사업 뒤집기’ 지역갈등 고조

영남·호남권 신공항 티격태격
인천 ‘수도권 매립지’ 4者합의
박남춘 신임 시장은 반대 입장
대구·구미 ‘취수원 이전’ 갈등
“血稅 수십조원 낭비될 가능성”

6·13 지방선거 당선인들이 1일부터 공식 임기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광역단체장이 지역 간 첨예한 이해충돌을 수반할 수 있는 ‘지속사업’의 변경을 시도하면서 지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일 정치권 및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공약 사업 중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사례는 신공항 관련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방침에 대구·경북(TK)이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새만금 신공항 추진 여부도 호남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송하진 전북지사는 공약대로 새만금 국제공항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광주·전남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송 지사는 “새만금 공항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는 다각적인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광주전남연구원은 “새만금 신공항은 인접 무안공항과 이용권역이 겹쳐 중복투자 우려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광주(이용섭)·전북(송하진)·전남(김영록) 등 호남권 광역단체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어서, 자칫 여당 광역단체장끼리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주에서도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놓고 내부 논쟁이 뜨겁다.

인천에서는 시장이 자유한국당 소속 유정복 전 시장에서 민주당 소속 박남춘 시장으로 바뀌면서 수도권 매립지 문제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시장이 유 전 시장 재임 시절 인천시가 서울시·경기도·환경부와 체결한 4자 합의 내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공약했던 바와 같이 서울, 경기, 인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도맡아 처리하는 인천의 매립지 사용 종료 시점을 분명하게 적시하는 방향 등으로 재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추후 박 시장이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만나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대구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권영진 시장이 “취수원을 구미로 이전하고 안전한 물 공급을 하겠다”던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미시의 반발이 거세 실현될지 불분명하다. 이는 10년째 이어온 난제지만 최근 대구 취수원에서 신종 환경 호르몬인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구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권 시장의 구상은 중대 위기를 맞았다. 장세용 신임 구미시장은 “취수원 이전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