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週52시간제 시작…고용장관부터 문책해 混線 줄여야

주(週) 52시간 근무제가 7월 첫 월요일인 2일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300인 이상 전국 사업장 3627곳이 1차 대상이다. 2004년 주 5일제 도입 이상으로 국민의 일과 삶을 바꿔놓을 획기적 전환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기업과 근로자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52시간제 입법 후 4개월이 넘었는데도 근로시간 포함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고, 초읽기에 몰려 내놓은 대책들마저 중구난방이기 때문이다.

예고된 혼란에도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손 놓고 있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6개월 계도’ 카드를 내놓았다. 일단 태풍은 피하고 대책을 마련하자는 응급책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과 특별연장근로 인정 등의 대안을 언급했다. 하지만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6개월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거나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하면 근로시간 단축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어깃장을 놓았다. 실제로 고용부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규정이나 지침을 만들어 고소·고발된 사안 등에 대해선 6개월 유예 대상에서 제외할 뜻도 밝혔다. 고용부가 당·정·청의 권고도 묵살하면서 기업들은 지뢰밭에 더 내몰리는 형국이다.

김 장관은 “대상 사업자 중 59%는 주 52시간 내로 근무하고 있어 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낙관론을 펴왔다. 나머지 41%의 절박한 사정을 헤아리고, 59%도 모호한 기준으로 범법자가 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노동 현안에서 한국노총 출신인 김 장관의 언행은 줄곧 노동계에 기울었다. 총선을 앞둔 의원 겸직 장관의 ‘노동 포퓰리즘’이 의심될 정도다. 52시간제 정착은커녕 정부·여당 내에서조차 혼선(混線)만 키우는 김 장관부터 문책해야 한다. 단속·처벌 위주의 지금 고용부 방식은 하책(下策)이다. 정부는 큰 틀만 제시하고, 노사 자율로 근로자 휴식과 생산성, 소득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