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기 개발과 A방어선 工事까지 보류한다는 국방부

국방부가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국군 단독훈련도 중단·연기한 데 이어, 첨단 무기 개발과 최전방 부대 시설 공사(工事)까지 보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화협상 등이 진행될 때, 더 강력한 국방태세로 이를 뒷받침하고, 협상 결렬 등 유사시에 대비하는 것이 군(軍)의 기본적 임무다. 그런데 국방부가 먼저 들떠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게다가 북핵 폐기 협상은 실질적 진전은커녕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핵탄두 및 관련 장비·시설 은폐를 추구하고 있으며, 최근 수개월 간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렸다고 한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 곧 방북할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 대량파괴무기 및 탄도미사일 1년 내 해체’ 방안에 대해 북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핵폐기(CVID)보다 강화된 대량파괴무기 영구 폐기(PVID)를 다시 들고 나온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방부가 스스로 무장해제에 앞장서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철매-2(천궁 블록 Ⅱ) 사업은 중단 위기에 있다고 한다. 그동안에도 논란은 없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양산할 예정이었다. 주력 전차 흑표(K-2)도 내년도 구매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아 생산 중단 혹은 축소설이 나오고 있으며, 지난해 창설된 특임여단(일명 참수부대)의 특수전용 헬기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리고 국산 무기 개발 및 생산 사업은 한 번 중단되면 재개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방산 기반 자체도 약해진다.

북한군과 마주한 전투지역 전단(前端), 즉 FEBA의 제1 방어선인 ‘알파(A) 지역’의 90∼100개 군부대 시설 공사 일정도 보류됐다고 한다. 비무장지대에서 5∼10㎞ 떨어진 지역의 K-9 자주포 진지 공사 등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남북의 ‘단계적 군축’에 대비해 최전방 부대를 뒤로 물리는 것을 염두에 둔 조치라 하니 더욱 기가 막힌다.

북한군과 대칭적으로 이런 조치가 이뤄져도 대한민국에 훨씬 불리하다. 특히, 전방 부대의 등거리 후방 이동은 수도권 방어에 치명적이다. 군사분계선에서 평양까지는 180㎞이지만, 서울은 40㎞밖에 안 된다. 언젠가 군축을 하더라도 모든 안보 위협 요소를 먼저 제거한 뒤 신중히 진행하지 않으면 안보를 자해(自害)하는 반역적 결과를 자초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