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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03일(火)
난 이런 대통령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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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대한민국엔 두 가지 부류가 있어. 하나는 ‘적폐’. 또 하나는 그에 대항하는 ‘우리’.” 단어 한두 개만 바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대사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갈등의 본질은 그대로다. ‘우리’ 이외에는 모두가 적폐이며 청산 대상인 나라, 한국은 그걸로 양분된다. 지난해 박근혜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보다 더 제대로 분열됐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말할 것도 없이 국민통합을 실현하는 일이다. 모든 국민의 공복으로서 반대파를 설득하고 포용하는 게 대통령에게 주어진 일이고 마땅히 해야 할 바다. 대통령이 한 정파의 수장 노릇을 하는 국가는 비극적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일련의 행적은 분열된 대한민국의 비극적 미래에 대한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관련한 몇 개의 불편한 장면이 머리를 스친다. 문 대통령의 6·25전쟁 기념식 불참. 표면적으로 내세웠던 ‘기상 악화’ 때문이었는지 ‘건강 악화’ 때문이었는지는 알기 힘들지만, 최소한 대통령 공식 SNS 계정 어디쯤 입장 표명 한마디는 있었어야 했다. 북한군과의 교전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연평해전 16주년 기념일(6월 29일)에도 군 통수권자의 메시지는 없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헌법 전문에 그토록 나열하고 싶어 했던 5·18이나 6·10 등 기념일에 직접 참석하거나 장문의 기념사를 발표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4·3과 5·18과 6·10의 대통령인 것처럼 6·25 전몰군인과 연평해전 희생 장병의 대통령임을 기억했어야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4월 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후 개최된 만찬 자리에 야권 지도자를 단 한 명도 초청하지 않은 것도 잘못됐다. 김정은을 환영하는 일에는 열과 성을 다하면서 정작 남쪽의 국정 파트너들을 냉대한 이런 발상을 뭐라고 해야 할까. 탁현민의 표현대로 ‘신박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서 야권에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한다”고 당부하는 판이니 이 또한 신박한 일이다. 문 대통령이 고 김종필(JP)에 대한 조문을 건의한 여론과 참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진보-보수 연대인 ‘DJP연합’을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일구는 데 기여했던 원로 정치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함으로써 보수를 품는 국민통합의 극적인 장면을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날렸다.

지난해 대선 직전 문재인 후보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대화와 타협과 협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합니다.”(문화일보 2017년 4월 12일 자 1·4면 참조)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도 섬길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여전히 ‘적폐에 대항하는 우리 편’만의 대통령인 것처럼 보인다. 그의 가치관은 아직도 촛불과 적폐의 대립,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 우·적(友·敵)의 대결이라는 철학 위에 서 있는 듯하다. 그럴수록 그의 길은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내가 진짜로 두려운 건 바로 이것, 분열된 나라의 잿빛 미래다.

mi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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