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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04일(水)
‘개 도살’ 농장주 첫 형사처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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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목적 개 도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有罪 판결 받았지만
‘축산법상 먹는 가축’… 사육장 未신고 등 처벌사유 모호해 논란

식용 목적 도살 법적 근거 있어
동물보호단체 “학대 온상” 반발
靑게시판 ‘도살 막아달라’청원
국회도 식용금지법안 잇단 발의

서울 보신탕집 9년새 199곳↓
성남모란시장도 18곳만 취급
육견단체 “생존권 보장하라”
국민절반 “식용 금지法 반대”


개고기를 먹으려고 개를 죽이면 처벌받을까. 개고기를 먹는 건 비윤리적일까. 오는 17일 초복을 앞두고 개고기 식용 찬반 논란이 삼복(三伏)더위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올랐다. 삼복은 전국 식용 개 농장 성수기로 1년 중 가장 많은 개고기 주문이 몰리는 때지만, 최근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한 개 농장 주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판결이 알려지면서 의견이 분분하다. 육견단체와 동물보호단체들은 일제히 거리로 나와 찬반 목소리를 높였고, 국회에선 개고기를 금지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며 개고기 논란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 죽였다’면 벌금 = 최근 개 농장 주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첫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4월 16일 식용 목적으로 개를 죽인 개 농장 주인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였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경기 부천에서 불법 개 농장을 운영하던 A 씨가 ‘손님의 주문’을 받고 전기충격기로 개 한 마리를 죽인 사건에 대해 법원이 동물보호법 위반(8조 1항 4호)으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린 것이다. 동물권과 도축 및 사육 환경의 비위생성 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 판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A 씨의 사례만 놓고 ‘식용 개 도살’이 모두 처벌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A 씨는 ‘정당한 사유 없이 개를 죽인 것’ 외에 2015년 초부터 부천에 사육장을 지어 놓고 개 40여 마리를 사육하면서 따로 신고하지 않았고, 2016년에는 사육장 창고로 쓸 컨테이너를 불법으로 설치한 혐의(건축법·가축분뇨법 위반)도 받았다. 정식 재판과는 달리 약식명령에서는 재판부가 각 공소사실에 대해 어떻게 법리적으로 판단했는지 판결문을 내놓지 않는다. 이 때문에 A 씨가 사육장 불법운영 때문에 벌금을 받은 것인지, 개를 죽여서 벌금을 받은 것인지 등이 뚜렷하지 않다.

현행법상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규정상 가축에 해당하지 않지만, 가축의 개량, 증식 및 산업적 이용을 전제로 하는 ‘축산법’에서는 가축으로 규정된다. 식용대상은 아니지만, 식용으로 쓸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식용 목적의 개 도살에도 법적 근거가 ‘없진 않은’ 셈이다. 개 식용업자들은 이를 근거로 개를 식용으로 사육하거나 유통했고,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인 개를 축산법상 가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개고기는 전통문화 …‘보신탕집’은 사양 산업? = 실제로 한국의 개 식용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서울시청에 따르면 보신탕집 수는 2005년 528곳에서 2014년 329곳으로 크게 줄었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수요가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최대 개고기 시장으로 손꼽혀 온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의 명성도 예전만 못하다. 성남시청이 2016년 상인회와의 ‘환경개선사업 업무협약’에 따라 시장 내 도축시설을 모두 철거하는 등 ‘개고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54곳(2001년 기준)에 달했던 개고기 취급 업체는 18곳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육견단체협의회 등은 “개 사육 농가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5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육견 농민 300여 명이 모여 축산법에 규정된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는 내용이 담긴 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당초 이들은 개들을 국회에 풀어놓을 계획까지 세웠지만 실행은 하지 않았다.

국민 절반 이상이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2일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데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반대한다’는 응답은 51.5%로, ‘찬성한다’는 응답(39.7%)보다 오차범위 밖인 11.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개고기가 전통 식문화라는 데 동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동물보호단체 “인간과 동물 공존하도록 인식·전통 바뀌어야”… =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개를 잡아먹는 풍습은 이제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강조한다. 별도의 고단백·고지방 음식도 없고 소나 돼지가 농가의 큰 자산이던 ‘가난한 날’의 고육지책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동물권단체 ‘동물구조 119’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 식용은 소수 몇몇이 즐기는 시대착오적인 악습이며 동물 학대의 온상일 뿐”이라며 “변화된 사회에 걸맞게 개 식용은 종식돼야 한다. 개 식용 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구조 119는 이날 경기 성남시 태평동 도살장 항의 방문을 시작으로 오는 14일까지 전국의 개 농장과 동물보호시설을 방문하는 국토대장정을 계획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개 식용을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베트남 3개국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남부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 위린(玉林)시 정부는 개고기 축제에서 개고기를 파는 사람에게 최고 10만 위안(약 1600만 원)의 벌금과 징역형을 부과하는 금지령을 6월 15일부터 발효했다. 위린시 개고기 축제는 1990년부터 시작돼 매년 1만 마리 이상의 개가 도살되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국회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최근 이상돈 바른미래당 비례대표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서 개 도살·식용, 가공·유통돼 왔던 것을 금지하기 위한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도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식용 개를 도살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해당 법안을 지지하며 ‘개·고양이를 가축에서 제외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 동물보호는 사회적 요구라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모습이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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