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푸드 X파일>전복, 저지방·고단백 웰빙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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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해산물의 대표로 꼽히던 전복의 가격이 요즘 크게 떨어졌다. 5월 도매가격이 상(上)품 기준 ㎏당(10마리) 3만 원을 밑돌았다. 값이 내리다 보니 지난해의 반값, 역대 최저가에 전복을 파는 곳도 늘었다. 전복값이 크게 하락한 것은 생산량이 최근 6년간 거의 세 배나 늘었기 때문이다. 국산 전복의 주요 수출국이던 중국이 전복 양식을 늘려 판로도 막혔다.

전복은 8∼10월이 제철이다. 살이 오르는 2∼4월산도 맛이 좋다. 전복의 ‘라이벌’인 굴이 10월∼이듬해 3월 사이에 가장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것과는 정반대다.

전복은 흔히 ‘패류의 황제’로 통한다. 패류 중 가장 귀하고 값이 비싸 이런 별명이 붙었다. 조선시대엔 궁중 요리에 두루 쓰였다. 제주목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공물로 꼽혔다. 17세기 제주목사 이원진이 편찬한 ‘탐라지’엔 “제주에서 왕실에 진상한 세 가지 공물은 전복·감귤·말이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조선 중기의 학자 이건의 ‘제주풍토기’엔 “해녀가 고생을 하면서 전복을 따지만 탐관오리의 등쌀에 거의 뜯기고 스스로는 굶주림에 허덕인다”고 쓰여 있다. 전복 갈취 행위가 성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복 하면 제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전복 양식은 전남 완도·해남·강진군 등에서 주로 이뤄진다. 특히 양식 참전복의 80%는 완도에서 생산된다. 완도의 바다는 여름 28도 이하, 겨울 7도 이상을 유지하므로 전복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전복의 먹이가 되는 미역·다시마 양식이 활발한 것도 완도에서 전복이 많이 생산되는 이유다. 일본인은 다시마를 먹고 자란 전복을 최고로 친다. 살이 달콤하고 은은한 해초 향이 나기 때문이다.

전복이 자연산인지 양식인지는 껍데기를 살펴보면 된다. 따개비·해초 등 이물질이 많이 붙어 있으면 자연산, 매끈하면 양식이다. 일반적으로 해산물은 자연산이 더 비싸고 맛이 뛰어나다는 인식이 있는데, 전복의 경우 꼭 그렇지는 않다. 아무 먹이나 닥치는 대로 먹고 자란 자연산보다 다시마·미역 등 정해진 먹이만을 먹고 자란 양식이 더 맛이 낫다는 사람도 많다.

전복은 한자로 포(鮑) 또는 복(鰒)이라 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엔 전복을 복어(鰒魚)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 “살코기는 맛이 달아서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 그 장(腸)은 익혀 먹어도 좋고 젓갈을 담가 먹어도 좋으며 종기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했다.

영양적으론 저지방·고단백 식품이다. 대표 웰빙 성분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다. 전복을 말렸을 때 표면에 붙은 흰 가루 성분인 타우린은 혈압·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심장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눈 건강에 이롭다. 이는 “임신부가 전복을 먹으면 시력이 좋은 아이를 낳는다”는 옛말의 과학적 근거다. 전복의 옛 별명이 천리광(千里光)이며 일부 안약에 타우린이 들어가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한방에선 전복을 석결명(石決明)이라 부른다. 결명자처럼 눈을 밝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남성 정액의 구성성분인 아르기닌이란 아미노산도 풍부하다. 예부터 중국에선 전복·해삼·상어 지느러미·물고기 부레를 최고의 강정식품으로 여겼다. 전복의 또 다른 별칭이 ‘바다의 최음제’인 것은 이 때문으로 여겨진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