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여름철 보양식의 대명사로 통하는 닭과 삼계탕 재료들. 삼계탕은 해외에서도 찾는 이가 많아 수출 품목의 하나로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年 9억 마리가 식탁 올라
1인당 14㎏ 섭취하는 셈
부화 한달된 영계 시장에
날개살, 육수·조림용으로
안심·가슴살, 샐러드·찜
다리살은 구이·튀김으로
백숙, 센불 조리땐 질겨져
축 늘어진 껍질은 피하고
생닭 냉장후 빨리 소비를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전부터 닭을 길렀던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새벽잠 깨우던 재래종 수탉은 울음소리도 남달랐다. 꼬꾜요-오- 하는 울음 끝에 ‘오으오’ 하는 후렴을 붙이는 닭이 수십 년 전까지 남아 있던 ‘조선 닭’이었다. 외국 종이 들어오면서 씨가 말랐는데 전국을 누비며 그 ‘조선 닭’을 찾아 헤매던 조류전문가 이정우 교수(삼육대, 동서조류연구소장)는 매우 안타까운 참사라고 아쉬워했다.
지금의 토종닭은 재래종뿐만 아니라 토착종까지를 포함한다. 축산법에 정해진 토종가축인정기준과 절차에 따라 토종가축으로 표시할 수 있는데, 최소 7세대 이상 계대를 유지해야 한다. 또 사단법인 토종닭협회에서 외관 등 15개 항목으로 구분한 심사를 통해 총 70점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한다. 일반 닭과 비교해 단백질 함량은 비슷한데 지방 함량이 더 낮다.
토종닭은 특유의 쫄깃한 맛이 특징인데 연간 3000만 마리 가까이 처리되고 있다. 본래 재래종은 늦게 크는데 병에 잘 견디고 육질도 우수하다. 토종닭은 고려닭, 소래토종닭, 오계, 청리닭, 한협3호, 우리맛닭 같은 품종들이 사육되고 있다. 조직이 단단하고 국물 맛이 구수한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닭 품종은 우리가 이용하는 목적에 따라 계란을 낳기 위한 닭과 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닭으로 나뉜다. 계란용 닭은 성(性) 성숙이 빠른 품종이다. 알을 품는 성질이 없고 활동적이다. 고기를 위한 닭은 사료 효율이 좋고 체중 증가가 빠른 품종이다. 품종을 개량해 4㎏이 넘는 닭도 생산된다.
우리나라에서 고기를 위해 처리되는 닭은 한 해 9억 마리가 넘는다. 1인당 거의 14㎏을 섭취한다고 한다. 돼지고기 다음이다. 이 많은 닭고기가 생산돼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과정이 궁금하다. 과거 뒷마당에서 키우던 부업형 생산으로는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지금은 공장처럼 운영되는 기업형 양계 산업에 의해 닭이 시장에 나온다.
국산 닭고기는 통닭 형태뿐만 아니라 다리, 가슴살, 아랫날개살(윙), 윗날개살(봉), 모래주머니(근위) 등으로 나뉘어 판매되고 있다. 닭을 처리하면 60% 가까이가 닭다리와 가슴살로 나온다. 가공업체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500∼600g 정도의 것을 영계로 판매한다. 부화한 지 30∼40일이면 영계가 된다. 영계란 연한 닭이란 의미인 연계(軟鷄)가 영계로 발음되어 굳어진 것이다.
부위별로 맛이 다르고 쓰임새에 차이가 있는 점을 생각하며 고른다. 윗날개살과 아랫날개살은 육수나 조림, 튀김용으로, 안심과 가슴살은 샐러드, 볶음, 찜, 튀김용으로, 다리살은 찜, 구이, 튀김용으로 쓴다. 모래주머니는 구이나 볶음으로, 닭발은 볶음이나 육수를 낼 때 쓴다.
닭고기의 성분에 대해 알아보자. 역시 부위별로 차이가 있다. 대략 수분은 70∼75%다. 수분을 제외하면 단백질이 주성분이고 지방은 적다. 단백질은 부위에 따라 가슴살에 가장 많고 다리, 날개 순이다. 반대로 지방 함량은 날개가 10%, 가슴살은 1% 정도다. 수탉과 암탉을 비교하면 단백질 함량은 수탉이 높고, 지방 함량은 암탉이 더 높다. 풍미에 관여하는 성분은 근육 활동이 많은 수탉에 더 많다.
닭고기 껍질은 지방이 30%가 넘는 고지방 부위라 개인적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닭 껍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삭한 식감에서 느껴지는 고소한 맛에 반한다고 했다. 껍질을 싫어하는 소비자도 많아 껍질 없는 닭이 출시될 것이라고 한다.
닭고기 지방은 이중결합이 여러 개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부드러우나 산화되기가 쉬운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닭고기를 회로 먹는 것은 오염이 없는 위생적인 상태라는 완벽한 믿음이 갈 때 가능하다.
위생적이고 신선한 닭고기를 고르는 데도 요령이 있다.
농협유통 계육계란팀 이소라 팀장은 ‘고유한 닭의 색깔인 선명한 담황색인지를 먼저 확인하라’고 권한다. 육질이 탄탄해 탄력이 있어야 하고, 껍질에 주름이 있거나 축 늘어진 것은 좋지 않다. 신선도가 우선이기 때문에 회전이 빠르고 믿을 수 있는 곳에서 구입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닭고기는 다른 육류와 비교하면 유통기한이 짧다. 수분 함량이 높고 영양이 풍부해 미생물이 쉽게 번식한다. 닭은 체온이 42도로 살모넬라나 캠필로박터 같은 식중독균이 살기 좋은 온도 조건이다. 냉장 유통을 하는 이유도 모두 잠재적 위험 때문이다.
가정에서 생닭 처리에도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손질한 뒤 닭 만진 손을 잘 씻어야 한다.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생닭을 조리하면 안 된다. 도마는 따로 사용하는 것이 좋고 사용 후 잘 소독해야 한다. 육류를 다루는 도마를 통해 교차 오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닭을 보관할 때도 밀폐 용기에 넣어 다른 재료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한다. 보관에서 가장 중요 포인트는 역시 미생물 번식과 품질 변화를 방지하는 일이다.
고기는 반드시 냉장이나 냉동을 해야 한다. 장을 본 후 즉시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1∼2일 내에 소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냉장할 때 식용유를 얇게 바르면 산소 접촉도 막고 미생물 번식도 억제할 수 있다. 만약에 다 먹지 못하면 해동하기 좋은 작은 크기로 포장해 급속 냉동하는 것이 좋다. 해동은 하루 전에 냉장고에 넣거나 흐르는 물에서 녹게 한다. 물론 물과 접촉하지는 않도록 한다.
치킨을 먹으며 검게 변해 있는 닭뼈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원인은 혈액세포에 있다. 냉동과 해동 과정을 거치면서 어린 닭 골수의 혈액세포가 파괴돼 검붉은색을 띠게 된다. 맛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그 색을 다소 줄이고자 한다면 해동 과정 없이 냉동 상태로 직접 조리해보자.
닭고기 요리에 관해 위더스요양원 김소연 영양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단백질이 많은 안심과 가슴살은 고온에서는 단백질이 수축해 퍽퍽해지므로 되도록 단시간에 조리해야 하고, 날개와 닭다리는 결합조직인 콜라겐이 많으므로 장시간 조리하는 게 좋다.
토종닭은 닭찜, 백숙, 닭조림 같은 습열 조리법을 많이 이용했는데, 습열 조리를 할 때는 센 불에 끓이지 말고 약한 불에 익혀야 살이 단단해지지 않는다. 닭의 잡내가 줄어들게 하려면 요리에 술이나 커피를 이용한다.
닭고기 요리에 대해 더 알아보자. 닭가슴살 샐러드는 다이어트에 좋다. 삼계탕은 삼복더위를 이겨내게 하는 대표적 보양식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치킨은 국민 간식이다. 배달로 소비하는 닭고기의 90% 이상이 튀김류인데, 몸 안이 꽉 차는 포만감을 주는 치킨은 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한편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닭을 섭취해도 되는지 궁금하다. 바이러스가 열에 약해서 75도 5분 가열로 모두 죽기 때문에 조리한 닭고기로 감염될 가능성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신구대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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