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월세 살면서도 복지단체 20곳 후원… “기부는 끝없이 욕심내고 싶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곳의 사회복지단체를 후원하고 있는 허민 대표가 자신의 일터에서 잠시 짬을 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홍보 안내 팻말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허 대표는 “기부단체를 믿고 기부를 지속하겠다는 게 소신”이라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정육점 ‘경북한우촌’ 허민 대표

어렵게 자라며 ‘이웃 돕자’ 다짐
여유 생긴뒤 7년째 선행 이어와
현금·육류 月100만원어치 후원

나눔 현판 모으는 것이 큰 기쁨
후원아동 편지 받으면 뭉클해져

자신은 월세를 살면서도 국내산 돼지고기와 한우를 파는 작은 정육점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20곳의 복지단체를 아낌없이 후원하는 30대 청년 사장이 있다.

“나눔 현판을 모으는 게 큰 기쁨이다”라고 털어놓는 허민(37) 경북한우촌 대표. 정육점이 자리한 대구 달서구 예전 우시장 상인들 사이에 그는 ‘고깃집 총각’으로 통한다. 대구 출신답게 전 프로야구 선수 이승엽을 좋아하고, 이승엽의 좌우명인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를 굳게 믿는다는 허 대표. 지난 3일 오후 영업에 한창 바쁜 허 대표를 인터뷰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대략 서른 살 즈음부터 후원을 시작한 것 같네요. 저도 어렵게 성장해서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어렸을 때 거리에서 걸인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할 생각도 있었는데 아는 분이 ‘꼭 전공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형편이 되면 자신의 직업을 통해 후원해도 의미가 절대로 작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허 대표에게 ‘후원 중인 복지기관을 헤아려 달라’고 했더니 계속 늘려왔기 때문인지 바로 기억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렸다. 한참을 정리하더니 초록우산어린이재단부터 적십자, 월드비전, 공동모금회, 세계자연기금, 유네스코 희망 나눔 가게 등 20곳을 나열했다. 17곳의 단체는 매월 자동이체를 통해 기부하고 나머지 3곳인 빨간밥차, 전국천사 무료급식소, 푸드뱅크에는 매월 1회 이상 고기를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현물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현물 기부는 가게 매출과 경제 상황에 따라 횟수가 조절되기도 한다. 궁금증에 후원 규모를 묻자 좀 망설이다가 답을 했다. 자동이체로 매월 60만 원, 고기 기부가 40만 원가량이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나눔에 대한 신념이나 철학이 없다면 힘들 정도다.

사실 결심하고 기부를 해도 2, 3년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많은 단체에 기부한다고 하니 특별한 후원 동기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많아요. 말씀드렸다시피 특별한 동기는 없습니다. 그런데 욕심에는 끝이 없잖아요. 저는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고 월세를 살아도 밥은 먹고 쉴 곳이 있습니다. 더는 욕심 내지 않고 이웃들과 더불어 잘사는 게 소망입니다. 정육점을 하시던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후원하게 됐는데 한 가지는 깨달은 게 있어요. 부자들이 말하잖아요. 남을 도와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저도 잘 몰랐는데 기부하는 게 쌓이면서 저도 똑같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더 기부를 늘리게 됐죠. 아마 하신 분들만 느끼는 그런 감정일 거예요.”

허 대표는 1년에 한두 차례, 한자씩 또박또박 눌러 쓴 후원 아동의 감사편지를 받을 때면 그런 감정이 더 뭉클해진다고 했다. ‘후원에 감사드린다. 건강하세요’란 편지와 아이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눈시울도 뜨거워지고 마음 한쪽이 따뜻하게 차오른다. ‘나의 후원이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나눔을 계속 실천해야겠다’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배경이다.

그야말로 가진 것을 털어 물심양면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허 대표를 보곤 주위 친구나 지인들은 한마디씩 하곤 한다. “너도 넉넉지 않으면서 꼭 돕고 싶으면 한두 곳 아니면 두세 곳만 하지 너무 과한 거 아니냐”고 핀잔을 준단다. 그래도 “한번 결심했고 충만한 기쁨을 안겨주는 기부를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게 허 대표의 답이다. 중학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하며 저돌적으로 뛰어다녀 ‘폭주기관차’란 별명이 붙었다는 시원한 성격답다. 지금도 추가로 후원하기 위한 단체를 한두 곳 더 알아보고 있다. 여력이 되면 해외아동도 도울 생각이다.

허 대표는 기부할 때 자신의 마음이 널리 퍼져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이 좀 더 늘어날 수 있도록 기부단체의 역사를 세심하게 살핀다. 오는 10월에 창립 70주년을 맞는 아동복지전문기관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경우 긴 시간 동안 사건·사고 없이 투명하게 운영해온 점이 마음을 쏙 붙들었다고 했다. ‘어금니 아빠 사건’ ‘새희망씨앗 사건’ 등으로 기부에 대한 인식이 싸늘하게 식는 기부포비아 현상도 목도했다. 그러나 소수 단체의 일탈 때문에 기부를 포기하면 이 시간에도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래서 투명한 기관에는 기부를 지속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큰 소원은 없습니다. 기부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장사가 잘된다, 못 된다를 떠나 더 바랄 게 없고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환경에서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니 항상 고맙지요.”

허 대표는 나눔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흰색’을 꼽았다. 좋은 일을 실천하는 여러 색을 띤 후원자들이 모여 아름다운 색을 만들고 어우러질수록 공통분모와 희망을 형성하는 토대가 흰색이라고 했다.

고깃집은 비교적 노동강도가 센 편인 직업이다. 휴식을 취하고 체력도 비축해야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도 허 대표는 앞으로 몸으로 직접 뛰는 봉사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기분 좋은 기부 바이러스가 쉼 없이 생성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이민종 기자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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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 ’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