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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05일(木)
大전환기, 국가大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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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국제부장

‘오 메르켈, 그마저….’ 유럽이 난민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유럽의 리더라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조차 차갑게 등을 돌렸다. 대연정의 한 축, 기독사회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과 난민환승센터를 오스트리아 국경 부근에 설립하기로 3일 합의하면서 사실상 난민들을 내쫓는 절차에 들어갔다. 독일에 있는 난민들은 망명이 거부될 경우 처음 도착한 유럽의 국가로 송환될 처지다. 한때 ‘난민들의 어머니’라고 불렸던 메르켈은 자식들을 버리고 새 삶을 찾아 나섰다. 도끼날처럼 시퍼런 내부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했다.

한 시대가 분명히 지나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 두 갈래의 길이 만들어졌고, 냉전을 거치면서 서구 세계는 공동의 가치 기반 위에서 움직였다. 그 중심에는 대서양헌장이 있었다. 1941년 8월 14일 전함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 선상에서 가진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윈스턴 처칠 미·영 두 나라 정상 간 합의였지만, 체결된 8개 조항은 전후 세계를 유지했던 중심 기둥 역할을 했다. 몇 항을 소개하면 ‘세계의 통상 및 자원에 대한 기회균등을 도모한다’ ‘경제적 진보 및 사회보장을 위해 경제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도모한다’ ‘인류가 공포와 결핍으로부터 해방돼 생명 보전이 보장되는 평화를 확립한다’ 등이다. 세계 현안의 논의 무대인 오늘날 유엔의 이념적 토대이기도 했다.

대서양 헌장에 손을 얹고 보면 세계는 혼돈 자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적도 친구도 없는 무역전쟁 포문을 열어젖혔으며, 국경장벽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막고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되든, 인류가 어디로 향하든 미국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식이다. 나토 동맹국들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들에도 노골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다른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극우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헝가리에서는 우파 포퓰리즘이 아예 권좌를 차지했다. 유럽은 19세기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을 식민지로 삼아 수탈했지만, 난민들을 배척하면서 역사의 빚을 외면하고 있다. 비약이라는 지적이 있겠지만 총과 칼 대신 쟁기일 뿐 “전쟁에서 흘린 눈물은 후세에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 줄 것이다”라고 말한 아돌프 히틀러와 어떤 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7월 4일, 미국은 독립기념일 242주년을 맞았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 패배하지 않는 군대를 상징하는 워싱턴 모뉴먼트 주변에는 어김없이 불꽃 축제가 열리겠지만, 미국이 세계 지도 이념을 앞으로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자처하던 미국의 가치도 빛이 바래고 있다. 무엇보다 원화로 환산하면 2경3560조 원, 21조1685억 달러인 천문학적 국가부채를 미국은 지고 나가기 힘들다. 아웃사이더 트럼프 대통령의 40%가 넘는 지지율에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미국민의 방어 의지가 담겨 있다. 우리는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할 국가생존대계(大計)를 세워야 한다. 최악의 경우 북핵은 안고 가거나, 넘고 가야 하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동북아 핵균형론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트럼프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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