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무부처 의견도 묵살하고 증세案 내민 ‘靑 코드 특위’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국민 앞에 내놓은 증세 안(案)에 대해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하루 만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청와대도 이를 사실상 추인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기재부 측은 4일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는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고 경제에 미칠 영향이 파악되지 않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도 ‘재정특위 방안은 권고안에 불과하다’며 발을 뺐다. 재정특위 발표 이후 은행 창구 등은 문의 전화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국민의 재산권 및 세금과 직결된 정책을 불쑥 내놓고, 하루 만에 거둬들이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일 뿐만 아니라, 국민을 모르모트 같은 ‘실험 대상’으로 여기는 아주 나쁜 행태다.

재정특위의 증세안 자체도 문제가 많았지만, 주무 부처의 입장을 묵살하고 밀어붙이는 정권 일각의 ‘코드 행태’는 더 심각한 문제다. 지난 4월 출범한 재정개혁특위는 명목상 대통령 자문기구이지만 ‘코드 특위’ 성격이 짙다. 강병구 위원장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출신이고, 재정특위를 관할하는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의 정해구 위원장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종합부동산세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 등 3일 발표한 방안을 놓고, 기재부 세제실장과 세무사 출신 위원들이 부작용을 걱정해 격론을 벌였지만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 출신 위원들이 밀어붙였다고 한다.

실제로 재정특위가 국민 앞에 내민 안은 지난 3월 참여연대가 발표한 세법 개정 건의안과 거의 일치한다. 정부 측은 금융소득 증세안이 중산층이나 은퇴자에게 세금 폭탄이 될 수 있고, 되레 부동산 경기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을 특위 논의 과정에 피력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한다. 어설픈 정책에다 정부 내 엇박자,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까지, ‘코드’가 앞서면 이런 혼선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