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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06일(金)
“근로시간 조정은 法아닌 勞使에 맡길 일… 이젠‘예외’잘 다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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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인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6월 27일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서울대 교정의 바위에 걸터앉아 경제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김대일 한국노동경제학회장

초과근로 할증률 인상하거나
아니면 근로시간 단축하거나
기업·근로자에 선택권 줬어야

6개월 처벌유예·계도 아니라
단축따른 문제발생 현장 관찰
시행령에 반영하는 기간 돼야
예컨대 밤샘 연구 많은 R&D
‘52시간’ 규제땐 경쟁력 상실

임금, 전체 인건비 75% 정도
그 외 비용 25%는 줄지 않아
근로시간 절반으로 줄인대도
고용인원 2배로 못 늘리게돼


“근로시간 단축은 ‘워크 셰어링(work sharing·일자리 나누기)’과 비슷하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별로 없다. 지금 현재 우리 정부가 가장 빨리 손대야 하는 건 근로시간 단축이 아니라 교육이다.” 훤칠한 키에 큰 눈을 가진 그는 외모만큼이나 시원하고 거침없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잇단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대일(55)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얘기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말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취약계층을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는 건 나쁘지 않은 정책이지만, 성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린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근로자가 집에 월급을 많이 가져가는 게 중요하지, 시간당 임금을 많이 받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케인스의 불황 탈출용 재정 확장정책과 유사하지만 한국의 상황이 이미 20년 전 일본의 불황과 비슷한 양상이어서 정책을 통한 불황 탈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법인세 인상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있고, 가치 창출의 원천인 기업들이 날개를 펴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오래전부터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붙잡고 있는 노동경직성과 관련해서도 그는 “노동 개혁은 보수정권보다 진보정권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인데 이번 정부의 개혁 의지가 강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정부 정책에 너무 비판을 많이 하면 두렵지 않으냐는 말에 그는 “다소 무책임한 비판도 할 수 있는 게 교수의 특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 교수가 전공하고 있는 노동경제학은 응용미시경제학(applied microeconomics)으로도 불린다. 최근 국민 삶의 대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 모두 주 연구 대상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그를 찾고 있다. 마침 지난 6월 27일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한국의 노동시장 전반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그를 찾아온다고 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4일 앞둔 이날 서울대 경제학부 연구실에서 김 교수와 경제현안 전반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7월부터 시행된다. 교수님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정부에 6개월간의 처벌 유예와 계도 기간 설정을 요청하기 이전에 이미 이 같은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교수님의 주장이 영향을 미친 것인가.

“그건 아닐 거다(웃음). 그런데 중요한 건 6개월 유예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주 52시간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어려운 분야가 있는데, 그것을 미리미리 다 따져서 차별화된 법 적용을 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꼭 시행해야만 하겠다면 단순한 유예가 아니라, 어디서 가장 많이 문제가 생기는지 잘 관찰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시행령을 만드는 기간을 갖는 게 좋을 듯하다. 근로시간 단축은 기본적으로 인건비를 크게 인상시키기 때문에 기업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기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얼마 전 59%는 이미 준비가 됐다고 발언했었다.

“준비된 59%보다 준비가 덜 된 41%가 문제다. 단기간에 준비가 된 곳은 그만큼 주 52시간 적용이 부담스럽지 않은 기업들이고, 준비가 안 된 곳은 그만큼 주 52시간 적용에 부담이 큰 기업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좀 더 세밀하게 준비하고 시행해야 하는데 미흡했다는 말인가.

“근로시간 조정은 기본적으로 노사가 합의하게 내버려두면 된다. 근로자 중에도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이도 있고, 돈을 더 벌고 싶은 이도 있고 다양하다. 그래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노사가 합의하면 된다. 그런데 일률적 52시간으로 규제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초과근로시간에 대해 초과수당을 주듯이, 52시간을 넘을 경우 할증률을 높이는 것이 훨씬 더 유연한 정책이다. 이렇게 해놓고 기업과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이미 법이 공포된 상황이므로, 이런 논의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외 규정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정책의 목표였다. 물론 여유를 갖게 된 사람도 있겠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정부는 수정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얘기가 많다.

“저녁이 있는 삶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경제에 이게 얼마나 부담일지에 대해 과소평가한 것 같다. 정부는 일례로 한 사람이 60시간을 일하다가 3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면 2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은 ‘워크 셰어링(work sharing)’과 비슷한데,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유일하게 폭스바겐이 성공했는데, 폭스바겐은 대신 임금을 근로시간 감소 폭 이상으로 크게 삭감했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임금은 전체 인건비의 75% 정도고, 임금 외의 비용들이 있다. 그래서 1인당 근로시간을 반으로 줄여서 두 명을 고용하면 전체 인건비가 오히려 늘어난다. 그렇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2명이 아니라 1.5명, 1.3명만 고용하는 거다. 근로시간을 줄여도 생각보다 고용 효과가 안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걸 예상하지 못했을까.

“과거에도 기업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관련 법에 보면, ‘기업이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소진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중 하나가 워크 셰어링이다. 그게 거의 성공하지 못해 왔다. 그동안 정부에서 계속 주장해왔던 부분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근로시간을 줄이면 해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단순하게 주장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로는 인건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근로시간 감소 폭보다 임금을 훨씬 더 깎아야 해 쉽지 않은 문제다.”

―특히 연구·개발(R&D) 분야 종사자에 대한 우려가 많다.

“R&D는 며칠을 밤새워 일하는 경우가 많은 분야다. 이런 분야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건 국가·기업경쟁력에 마이너스다. 우리 같은 교수들도 논문 쓸 때 오후 6시 연구실 문 잠그고 퇴근해서 논문에 대해 완전히 잊고 있다가 다음 날 오전 9시에 출근해 다시 논문을 떠올려 쓰고 그러는 게 아니다. 아이디어는 언제든 떠오를 수 있고, 그렇게 하는 업무는 사실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R&D 분야는 너무 중요하다. 세계시장은 ‘슈퍼스타 마켓(superstar market)’으로 변화하고 있다. 2∼3개 슈퍼스타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독식하는 셈인데, 이미 반도체·모바일폰 등이 그러하다. 질 좋은 상품이 결국 전 세계를 장악하는 거다. 다행히 삼성전자·SK 하이닉스 등이 그런 슈퍼스타지만, 이 상황은 언제 역전될지 모른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각 분야에서 전 세계 3등 안에 지속적으로 들어가 있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기술력, 즉 R&D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발목이 잡히면 글로벌 시장에서 변방국가가 된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기업 문제와 한국의 제조업 위기로 이어졌다.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그는 설파했지만,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음을 걱정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라서 그런지 그의 말에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말이 나온 김에 지금 한국 제조업은 반도체 하나에 의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 상황인데….

“기업들은 결국 자기 먹을 걸 찾아간다. 기업가는 매일 뭘 해서 돈을 벌 것인가를 생각한다. 돈을 벌려는 인간의 욕심, 즉 ‘그리드(greed)’가 결국 새로운 분야를 찾아내고, 신제품을 개발하고, 전 세계를 누비며 판매처를 찾는다. 한국이 잘해온 게 반도체, 휴대전화 등이다. 휴대전화도 삼성이 애플 등의 전 세계 시장을 빨리 따라잡았다. 자동차도 잘하고 있다. 이런 분야들이 사실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 아니었다. 20년 새 주력산업이 바뀐 것이다. 한때 주력이었던 조선업은 중국에 밀린 지 오래다. 즉, 지금 주력산업도 언제 밀릴지 모른다. 그래서 기업가 정신과 R&D가 필요한데 우려가 적지 않다.”

―기업가 정신은 뭘 말하나.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딱히 정의하기 어려우나, 남이 생각하지 못한 분야를 개척하고, 이에 철저히 합리적인 도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는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다. 교육의 역할은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이 함양될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남이 가르치는 것을 외우게 만드는, 판박이로 찍어내는 교육이다. 그래서 걱정된다. 미국에서 교수를 할 때도 우리끼리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은 가르칠 수 없지만, 스스로 생각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토론식 수업, 프로젝트 방식 등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시험만 보고 암기만 시키니까, 생각하는 능력보다 외우는 능력에 특화되고 그렇게 해서 좋은 대학 간다. 외워서는 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외우는 건 기존에 있는 걸 외우는 것이지, 앞으로 새로운 걸 생각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식 함양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좋은 교육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한가하게 근로시간 운운할 때가 아니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 개혁이다.”

―한국의 반기업 정서는 대기업의 벤처 인수·합병(M&A)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위축된 기업들이 납작 엎드리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정말 안타까운 건 총수가 잘못한 것과 기업이 분리돼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는 점이다. 총수가 잘못하면 그에 맞는 벌을 주고, 총수가 세금을 포탈하면 그만큼 징수하면 된다. 자꾸 반기업 정서를 만들 이유가 없다.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기업이고, 소득을 창출하는 것도 기업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이 만든 것을 사람들이 편히 소비하고, 그 이윤 일부는 세금으로 정부에도 돌아간다. 기업이 결국 가치 창출의 가장 근본적인 원천인데 여기를 필요 이상으로 옥죌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총수와 기업은 분리해야 한다. 재벌기업을 색안경 끼고 보는 건 옳지 않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가치 창출의 원천이라고 했는데, 현 정부는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을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은 사실 케인스가 말한 유효수요 이론이다. 그러나 성장과 연계되는 것은 아니다. 유효수요 이론은 모든 이의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를 하니까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를 늘려서 성장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건 불황 탈출에 대한 얘기다. 케인스식 재정 팽창정책은 불황을 타개하고 장기적인 경제 추세로 복귀하는 데는 도움이 되나, 장기적인 성장 추세를 높이지는 못한다. 장기 성장 추세는 교육, 투자, 기술혁신 및 연구·개발(R&D)이라는 근본적인 이슈로 바뀌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이름만 바뀐 것이지, 케인스의 불황 탈출용 확장정책이므로, 지금 불황인 우리나라 경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 등을 고려할 때 20년 전 일본과 같이 쉽게 탈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 우리나라만 소득주도 성장을 이처럼 강조하나.

“보수정권은 경제논리에 나름 맞춰서 정책을 펴려고 한다. 현 정부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차별화를 하려고 분배를 들고나온 것 같다. 최저임금의 취지는 근로자들이 너무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을 막자는 것이므로, 최저임금은 원래 올리라고 있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올리는 건 좋지만 경제효과를 봐가면서 조절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임금주도 성장론은 소득주도 성장과 달리 전혀 근거가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취약계층을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는 건 합리적이지만, 성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린다는 말은 앞뒤가 안 맞는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경제성장이 된다면 한 시간에 1만 원 아니라 5만 원, 10만 원으로 올려야 하지 않겠나?”

―상위 20%, 하위 20% 간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통계가 얼마 전 나왔다.

“불평등, 빈부 격차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문제이고 그래서 모두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정부는 사회복지 지출을 늘려서 해결하려 하지만 그건 증상을 완화하는 거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모든 나라가 근본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 경제학이 제시하는 근본 치료 방법은 적극적 노동정책, 교육, 워크페어 등이다.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먼저 그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 일례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시간당 임금의 불평등은 줄어든다. 그런데 근로자가 집에 가져가는 월급은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왜냐면 최저임금 근로자를 채용하는 업체는 대체로 영세업체다 보니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생을 8시간 쓰다가 4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시급은 올랐는데 월급은 하락하는 일이 벌어지고, 그 결과 소득 격차는 확대된다. 즉, 최저임금 인상이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두 번째 사례는 법인세 인상이다. 법인세는 대기업이 많이 내는데, 대기업의 세금 부담 증가는 곧 대기업 투자 감소, 일자리 감소, 생산 물량 감소로 직결된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하청 물량도 줄고, 그 결과 중소기업 매출과 일자리가 감소한다. 그러면 2차 하청, 3차 하청 다 줄어들고, 그 사람들이 가는 작은 식당, 골목 서비스 업소의 이익도 다 줄어든다. 경제는 각 분야가 다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 유기체다. 그렇다 보니 불경기 호경기 왔다갔다할 때 제일 먼저 직장 잃고 가장 먼저 취업하는 게 저임금 취약계층 근로자다. 큰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 어떤 이유에서든지 결과적으로 가장 큰 피해는 취약계층 근로자가 본다. 불경기 상황에서 대기업부터 고용 비용을 증가시키고, 세금을 인상하는 이런 정책은 사실은 불평등 해소가 아니라 불평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 물론 불황 타개에도 도움이 안 된다.”

―정부 지출을 말씀하시니 현 정부의 재정 만능주의를 비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제는 지금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거둬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소득주도 성장론식 팽창 정책도 아니다. 덜 걷고 더 써야 사람들이 소득이 늘었다고 느껴 소비도 할 텐데, 더 걷고 있으니 사람들은 오히려 소득이 줄었다고 생각하고 소비를 더 줄인다. 거둬간 세금을 재정으로 풀어 봐야 총소비는 증가하지 않고, 소비 구조만 민간 소비에서 정부 소비로 왜곡시킨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충실하려면 세금을 걷지 말고 재정을 확대하는 것이 맞는다. 지금의 더 걷고 더 쓰는 방식은 소득주도 성장론과도 배치되는 방식이다.”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우리 경제의 걸림돌로 계속 작용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개혁이 시사하는 바가 큰데.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는 이미 1998년 경제위기 이후 계속 주장돼 온 이야기다. 아무리 얘기해도 안 바뀐다. 그만큼 노동시장의 경직성 해결 문제는 어렵다. 마크롱도 지금 그래서 어려운 상황이고, 독일 페터 하르츠는 정권을 잃었다. 노동개혁은 그만큼 쉽지 않다. 보수정권은 워낙 저항이 강해서 개혁에 성공하기 어렵다. 전 정부에서 개혁을 시도했다가 강한 후폭풍을 맞았던 기억도 있다. 오히려 진보정권은 저항이 덜하므로 개혁에 적임이다.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의 경우도 1970년대 말 노조의 파업으로 런던에 전기와 난방이 끊겨 시민들이 극심한 곤란을 겪었던 사건(‘불만의 겨울’) 이후 여론이 완전 돌아서서 노조에 대한 반감이 강해진 다음에야 그 틈을 타서 조금씩 조금씩 바꾼 것이다. 여론이 돌아서지 않았으면 대처가 그냥 개혁을 몰아붙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개혁은 진보정권이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개혁 의지는 강해 보이지 않는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를 설명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4차 산업혁명에 따라서 로봇이나 기계가 늘어나면 일자리를 가장 적게 잃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자동화를 다 해놨기 때문이다. 근로자 임금도 높고 고용조정 비용도 높으니까 자동화를 서두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용경직성을 해결하지 못하면 일자리는 없어진다. 해고에 대한 규제나 근로자 보호법으로 근로자와 일자리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악덕 고용주의 무분별한 해고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는 있으나, 최근 GM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장수요 감소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은 없다. 해고를 지연시킬 수는 있으나,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일자리가 없어질 뿐이다. 밀턴 프리드먼도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라는 책에서, 시장만이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결국은 시장이 근로자의 일자리를 결정하고, 근로자의 생산성에 준하는 공정한 보상(fair wage)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수요가 줄거나 인건비가 올라가면 기업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손실이 나고 기업이 망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보호법은 전체 고용을 보호하지는 못하고, 누가 보호되고 누가 일자리를 잃을지만 결정할 뿐이다. 법 적용이 더 명확하고 노조에 의해 보호받는 대기업 노조 근로자는 보호받고, 법 적용이 어렵고 노조도 없는 중소 영세기업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고용조정도 불가능하고 노조의 고임금으로 인건비 절감이 어려운 대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하청 물량을 줄이거나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고, 중소 하청 업체 근로자들은 그 부담을 고스란히 실직으로 떠안게 된다. 결국 고용보호법은 취약계층에 부당하게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 방승배 차장(경제산업부) bsb@munhwa.com
e-mail 방승배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방승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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