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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06일(金)
‘北 비핵화 시간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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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탄두·핵물질·핵시설 ‘완전한 신고서’ 받는 것이 첫걸음
볼턴 “검증·폐기 1년에 가능” … 헤커 “최장 15년 걸릴 수도”

美정보당국 추정 핵탄두 65개
핵·미사일 시설 3000개 달해

美 ‘제네바 합의’ 등 실패 교훈
‘시간끌기 다시 안속는다’ 의지

11월·2020년 美 두번의 선거
정치일정과 시간표 맞물릴수도

美, 협상결렬땐 최대압박 계속
‘전쟁 직전 위기’ 재연될 수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6일 북한을 방문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속 협상에 들어갔다. 이번 그의 3차 방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실질적인 비핵화 프로세스 착수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의 중대 전환 포인트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태도가 긍정적일 경우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돼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는 짧게는 6~12개월에서 3~5년, 길게는 15년까지 걸릴 것이라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모든 상황은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북한이 시간벌기식 지연작전으로 나오면 비핵화는 공전을 거듭할 수도 있다. 비핵화 시간표가 왜 중요하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얼마나 걸릴지를 10문 10답을 통해 점검해 본다.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 김남석·박준우·김현아 기자

1‘시간표’ 왜 중요한가

미국과 북한은 지난 6월 12일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했지만, 1948년 남북 분단 이후 70년 동안 상대에 ‘적국’이었다. 그만큼 미·북 간에는 ‘신뢰’가 없는 상태로, 미국 입장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공약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공약’이 아닌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하며, 그 출발점이 바로 북한의 ‘빠른 비핵화’ 시간표 수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1년 이내’(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는 ‘2020년 대선 이전’(폼페이오 국무장관) 시간표를 언급하는 것은 과거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에 다시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캠페인 당시부터 “과거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과거 합의가 길게 늘어지는 단계적 접근 방식 때문에 실패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어줬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2 첫 단계는 무엇인가

북한 비핵화 과정의 출발점은 북한으로부터 핵탄두와 미사일, 핵시설 등에 대한 신고서를 받는 일이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는 10~20개로 추산됐으나 최근 미국 국방정보국(DIA) 분석에서는 65개로 늘어났다. 이에 더해 북한 전역에 산재한 핵 관련 시설은 2000여 개, 미사일 관련 시설까지 더할 경우 3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비핵화 첫 단계에 ‘완전한’ 신고서를 받을 수 있느냐가 비핵화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 역시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으로부터 고농축우라늄(HEU)을 포함한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받아야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저명한 핵 안보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지난 5월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강성(강선)’이라는 이름으로 제2의 HEU 비밀 농축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시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비핵화 시간표의 시침은 작동된다.

3 프로세스는 어떻게

일반적인 비핵화 과정은 핵 개발 프로그램 동결과 신고에 이어 신고 내용에 대한 사찰 및 검증, 핵무기·시설의 폐기 순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최대 1만2000여 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핵·미사일 개발 관련 검증 대상과 장소가 방대해 제대로 된 사찰, 검증에만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인 2020년까지 비핵화를 완성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의 비핵화를 이뤄 내기 쉽지 않다.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할 경우 사찰 및 검증 대상은 한층 더 방대해진다. 이 때문에 핵탄두 폐기를 먼저 하거나 핵물질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해외 반출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먼저 비핵화 행동이 시행된 이후 검증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어떤 경우라도 비핵화 전체 프로세스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원칙대로라면 비핵화 프로세스가 모두 마무리된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 및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각 프로세스가 마무리될 때마다 단계적 보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4 예전에도 시간표 있었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미·북의 주요 합의는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0년 미·북 코뮈니케, 2005년 9·19 공동성명, 2012년 2·29 합의 등이 있다. 하지만 당시까지는 북한 핵 개발 프로그램이 완성되지 않아 폐기보다 동결에 더 무게를 뒀고 명확한 시간표를 상정하지 않았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잔류,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협정 이행 등을 바탕으로 북한 흑연감속로 해체에 합의했지만, 미 의회의 경수로 건설자금 불허, 영변 원자료 재가동 등으로 파기됐다. 미·북 코뮈니케 역시 외교관계 정상화, 경제협력·교류 발전 등을 대가로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동결, 금창리 지하시설 접근 등에 합의했지만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후 사문화됐다. 9·19공동성명에서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현존하는 모든 핵 계획 포기, NPT·IAEA 조속한 복귀 등을 약속하는 대신 미·북, 북·일 관계 정상화, 대북 에너지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종료됐다.

5 볼턴의 ‘1년 내’ 의미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일 핵과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와 탄도미사일을 1년 이내 해체하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1년 내 해체 방법에 대해 조만간 북측과 논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비핵화 1년’ 시간표에는 핵 프로그램은 물론 생화학무기 등에 대한 북한의 ‘완전한 공개’가 전제돼 있다.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협조에 나선다면 신속한 핵 폐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분석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는 최대 65개 내외로 추정된다. 무기급 플루토늄 50㎏과 HEU 280여㎏ 등 총 330㎏의 핵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260기(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집계·2018년 기준 )의 핵무기를 보유 및 관리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100기 미만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핵탄두 내부에 장착하는 ‘피트’(pit)라고 불리는 요소를 제거하면 핵무기는 사용 불능이 된다. 다만 핵 폐기 과정에서 방사능 누출 우려가 있는 만큼 북한에서 미국으로 핵무기와 핵물질을 수송하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이 해외 반출을 꺼린다면 북한 내 처리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6 헤커 박사 논리는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미국의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 비핵화에 최장 1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본 북한 비핵화 로드맵’ 보고서에 실린 그의 ‘비핵화 15년론’은 북한 비핵화가 기술적 측면에서 10년간 3단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1년이 소요되는 첫 단계에서는 군사·산업·인적 활동이 중단되고, 5년이 걸리는 2단계에서는 핵 단지와 시설 가동 및 무기 규모가 줄어들 것이며, 10년이 소요되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공장 및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제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단계는 일부 다른 단계와 중첩될 수 있다. 헤커 박사는 “우리는 수십 개의 장소, 수백 개의 건물, 수천 명의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단일 핵시설 오염 제거 및 해체만 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먼저 북한과의 안보 우려가 해소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7 남아공 핵폐기는

1967년부터 핵 개발을 시작해 핵탄두 6기와 실전용 핵무기 1기를 보유하고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89년 9월 14일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국제사회의 고립을 피하기 위해 인종분리정책과 핵 폐기를 시작한다. 그해 12월 전문가그룹을 편성해 핵무기 해체 방안을 수립한 남아공은 한 달 만에 비핵화 시간표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농축우라늄공장의 가동 중지를 시작으로 핵 폐기 일정에 들어갔다. 1991년 7월 NPT 가입과 ‘IAEA 전면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하며 사실상 핵 폐기 계획을 종료했다. 1993년 데클레르크 대통령은 의회 연설을 통해 남아공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했었으며 이를 전량 폐기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남아공은 1991년 11월 이후 총 115회의 핵사찰을 수용했다. 이 공로로 데클레르크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8 넌-루거 프로젝트란

1991년 12월 발의된 넌-루거 프로젝트는 이후 구소련 지역의 지속적인 핵 폐기를 이끌었다. 199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이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하고 핵 폐기 프로세스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은 3년 안에 자신들의 영토에서 전체 핵무기를 제거하기로 합의했고 실제 비핵화 과정이 진행됐다. 이 기간에 해체된 핵무기의 양은 영국, 프랑스, 중국이 가진 핵무기 전체보다 많다. 같은 기간 러시아도 핵 관련 기술이 불량 국가나 테러단체 손에 닿지 않도록 보안시설을 강화했다. 미국은 이 대가로 4년간 16억 달러의 예산을 이들 국가에 지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2011년까지 20년간 넌-루거 프로젝트가 도입돼 ICBM 537기와 ICBM 격납고 459개, 폭격기 128대, 공대지 핵·미사일 708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496기, 핵잠수함 27척, 핵실험 터널 194곳 등이 폐기됐다.

9 美 선거와의 연관성

‘빠른 비핵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장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상·하원 다수당 유지를 위해서는 북핵 협상에서의 가시적인 진전을 포함한 ‘레거시(업적)’가 필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6·12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자찬하면서 비판적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는 이유다. 또 장기적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2020년 11월 재선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북핵 협상 결과가 지지자들이 미·북 정상회담 직전 유세에서 연호했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제2차,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리얼리티 쇼’를 연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0 北 지연전술 땐

1차적으로 ‘최대의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이전에는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북한과의 협상이 결렬되면 ‘최대의 압박’ 캠페인을 재가동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올릴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만일 북한이 협상 결렬 뒤 핵실험이나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 시험발사 등과 같은 도발에 나선다면 한반도 정세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전쟁 직전의 긴장 국면으로 회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경고했던 ‘블러디 노즈’ 작전과 같은 대북 군사적 행동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등 전문가들도 이번 협상이 실패하면 “전쟁 직전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mail 신보영 기자 / 국제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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