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놀음·대사빨 없어도…‘김은숙 매직’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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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션샤인’ 성공적 론칭

시청률 9.7%… 두자릿수 눈앞
구한말 시대상·인물 교차편집
신미양요 전투장면 영화 방불

사랑놀음에 ‘대사빨’에 기대지도 않았지만 ‘김은숙표 드라마’의 위력은 여전했다. 김은숙 작가의 신작인 케이블채널 tvN 토일극 ‘미스터 션샤인’(사진)이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

8일 방송된 ‘미스터 션샤인’ 2회는 전국 시청률 9.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전날 선보인 1회가 8.9%로 시작하며 ‘도깨비’(6.3%)보다 빠른 행보를 보인 데 이어 곧바로 두 자릿수 시청률 진입을 눈앞에 뒀다. 올해 방송된 tvN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거둔 ‘무법 변호사’(8.9%)의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우며 케이블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인 ‘도깨비’의 20.5%를 정조준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김은숙스럽지 않은 김은숙 드라마’였다. 특유의 말장난이 돋보이는 대사와 빠른 캐릭터 구축을 통한 남녀 간 사랑에 초점을 맞추던 공식은 온데간데없었다. 구한말 소란스럽고 어지러웠던 시대상을, 당시 민초와 조정 대신들이 겪었던 사건 중심으로 교차 편집하며 넓게 펼쳤다. 그런 사건 속에서 조선에서 버림받은 후 미 해병대 장교로 금의환향한 유진 초이(이병헌)와 혼탁한 세상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사대부 영애 고애신(김태리), 그리고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 극우 조직 흑룡회의 일원이 된 구동매(유연석)와 호텔을 운영하는 쿠도 히나(김민정) 등 중심인물을 한줄기로 엮는 데 성공했다.

430억 원의 제작비가 어디에 쓰였는지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신미양요 당시 조선과 미국의 전쟁을 그린 전투 장면은 백미였다.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과 다양한 카메라 앵글에 눈이 즐거웠다. 이례적으로 드라마 OST에 참여한 가수 박효신이 부른 ‘그날’ 역시 ‘미스터 션샤인’의 질감과 잘 들어맞았다.

방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터라 방송 초반 구체적 에피소드보다 시대상과 인물 소개 중심이어서 다소 “장황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 작가 특유의 느낌이 덜한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아쉬움을 드러내는 댓글 반응도 있다. ‘미스터 션샤인’ 관계자는 “24부작에 걸친 긴 이야기인 만큼 탄탄한 도입부가 필요했다”며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고 인물 간 긴장이 고조되면 기존 김 작가 드라마의 맛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