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웃다… 케빈 나, ‘감격의 PGA 2승’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케빈 나[AP=연합뉴스]

밀리터리트리뷰트 최종일

19언더… 5타차로 역전우승
두 차례 3연속 버디 행진쇼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다…
응원해준 한국팬 감사” 울먹

재미교포 케빈 나(나상욱·35)가 7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케빈 나는 9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화이트 설퍼 스프링스의 올드 화이트 TPC(파70)에서 열린 밀리터리 트리뷰트(총상금 73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4타를 챙겼다. 합계 19언더파 261타인 케빈 나는 켈리 크래프트(29·미국)를 5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우승을 일궜다.

2004년 PGA투어에 뛰어든 케빈 나는 7년 만인 2011년 10월 슈라이너스아동병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고 다시 7년 만에 2승째를 추가했다.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케빈 나는 4∼6번과 8∼10번 홀에서 두 차례 3연속 버디 행진을 펼쳤고 독주하며 우승컵을 안았다.

4번 홀(파4)에서 1.5ｍ, 5번 홀(파4)에서 3ｍ, 6번 홀(파4) 10ｍ 버디 퍼트를 연달아 넣었다. 이어 8번 홀(파3)에서 13ｍ, 9번 홀(파4)에서 6m, 10번 홀(파4)에서 7ｍ 버디 퍼트를 집어넣는 등 절정의 퍼트 감을 과시했다. 케빈 나는 11번 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냈지만, 16번 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해 추격자들과 격차를 벌렸다.

1983년 9월 15일 서울에서 태어난 케빈 나는 8세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다. 9세에 골프를 시작한 케빈 나는 주니어 시절엔 최강이었다. 12세에 US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 본선에 진출해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 대회 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1999년과 2000년엔 타이거 우즈(미국)가 1991년 우승을 차지했던 로스앤젤레스시티챔피언십을 잇달아 제패했다.

케빈 나는 또 2001년엔 PGA투어 뷰익오픈 월요예선을 거쳐 출전권을 획득, 당시 49년 역사를 자랑하던 뷰익오픈 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수립했다. 정상급 프로들을 지도하던 스윙 코치 부치 하먼이 주니어였던 케빈 나를 특별히 제자로 받아들인 계기다.

그러나 케빈 나는 우승하기까지 힘겨운 과정을 거쳤다. 2004년 PGA투어에 데뷔한 케빈 나는 7년 10개월 동안 준우승만 3차례 차지하는 등 ‘210전 211기’ 끝에 슈라이너스아동병원오픈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7년이 흘러 우승컵을 보탰다.

케빈 나는 밀리터리 트리뷰트 정상에 오른 직후 “(첫 우승 뒤) 조만간 다시 정상에 서길 원했고, 우승 가까이에 정말 많이 갔지만 수차례 실패했다”고 밝혔다.

케빈 나는 “TV에서 나의 기록을 봤다. 우승 후 (다음 우승까지)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선수라고 하더라. 난 언제나 경기장에 있었고, 정말 여러 번 실패했다”며 “친구들에게 다음 우승까지 8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7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케빈 나는 울먹이며 한국말로 “한국 팬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우승해 기쁩니다.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케빈 나는 우승을 확신하고 마지막 18번 홀 그린을 향해 걸어가면서 중계 카메라를 향해 아내와 딸에게 애정을 표현했다. 케빈 나는 “두 번째 트로피를 받아서 좋다. 아름다운 트로피다. 집에 가져가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기뻐했다.

한편 브랜트 스네데커(38·미국), 제이슨 코크락(33·미국)이 합계 13언더파 267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김민휘(26)는 이날도 5타를 더 잃어 합계 1오버파 281타로 공동 74위로 밀려났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