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3차 訪北 이후>“비핵화 전제 남북관계 개선 속도조절 불가피”

- 전문가 평가

“비핵화, 6·12 이전으로 후퇴
‘워킹그룹 구성’ 합의한 것은
10년전 ‘보텀업’방식 회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6∼7일 평양을 방문해 미·북 고위급 회담을 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 상황이 오히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전으로 후퇴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비핵화 진전을 전제한 남북관계 개선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비핵화 협상은 6·12 미·북 정상회담 당시보다 후퇴한 상황”이라며 “상황이 교착 상태로 계속돼도 북한은 손해 볼 것이 없고, 북한은 핵 보유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북 고위급 회담에서 양측은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에 대해 오는 12일쯤 실무 협의를 하기로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미 유해를 송환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한 유세장에서 “(북한에서) 미군 유해 200구를 돌려받았다”는 과거형 표현으로 이 문제를 언급했지만, 이번에 실무 협의 개최를 합의한 것이다. 전 연구위원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밝혔고 미국 측은 ‘완전한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고 설명했지만,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CVID 주장에 대해 ‘강도적인 요구’라고 반박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회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 등 미국 측은 “생산적” 또는 “진전”을 언급하며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북한 측은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이란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박지광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에 대해서는 북측 입장에 더 무게가 실린다”며 “결국 미·북이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미·북이 비핵화 실무를 논의할 ‘워킹그룹’을 만든 걸 성과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번 비핵화 협상은 처음에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었지만 이제 다시 10년 전의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지금 진행 상황을 보면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북한의 꼼수에 (미국이) 휘말리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미·북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을 인용해 중·장기적 문제 해결 자세를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철도·도로·산림 협력 등 각종 남북 교류·협력을 급속도로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준희·김영주·김유진 기자 vinkey@munhwa.com